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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53년 만에 우승한 닉스, 33년째 기다리는 롯데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1
2026-06-20 04:01: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6/20/0000059305_001_20260620040106796.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4월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2 대 0으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2020년작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에서 사후세계에 들어온 주인공 조를 향해 한 영혼이 말한다. "봐봐, 나 수십 년째 이 팀을 갖고 놀고 있어." 그가 갖고 노는 팀은 뉴욕 닉스였다. 닉스 선수가 덩크를 실패하고 아나운서가 "닉스가 또 졌다"고 외치는 장면이 이어진다. 각본가 켐프 파워스는 이 장면에 대해 "닉스는 엄청난 연봉을 쏟아부었는데도 마지막 우승이 내가 태어난 해인 1973년이다. 골수 팬인 내가 이 농담을 넣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br><br>저승에서도 놀림받는 팀. 불운과 절망과 고통의 상징과도 같았던 팀. 그 뉴욕 닉스가 지난 5월 14일 NBA(미국프로농구) 정상에 섰다. 파이널 5차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꺾고 5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프랜차이즈로 악명 높았던 닉스의 우승 소식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닉스처럼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의 팬들이 강한 정서적 동질감을 느꼈는지 유독 관심을 보였는데,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대표적이다.<br><br><strong>뉴욕 닉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공통점 </strong><br><br>실제로 닉스와 롯데는 종목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지만 잘 따져보면 비슷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소울' 한국어 더빙에서 닉스를 롯데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br><br>우선 열정적이다 못해 극성맞은 팬덤의 광적 응원을 받는다는 점이 닮았다. 닉스의 홈코트인 매디슨스퀘어가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실내 경기장이자 공연장으로, 미국에서는 '농구의 성지'로까지 불린다. 파이널 상대팀 샌안토니오의 데빈 바셀은 "파이널 무대에서 뛰는 것 자체가 축복이지만, 특히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경기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닉스가 53년 동안 그렇게 농구를 못하는 와중에도 관중석은 항상 꽉 찼고, 코트사이드에는 거물급 셀럽들이 연일 자리를 채웠다. 파이널 기간 매디슨스퀘어가든 입장권 가격은 가장 저렴한 곳이 1000만원대에 달했고 비싼 곳은 억대를 호가했다.<br><br>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야구장도 마찬가지다. 롯데가 8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에도 부산 팬들은 항상 구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해 롯데 홈 관중은 약 150만명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삼성 라이온즈(164만명)에 이은 리그 2위였다. 아무리 야구를 못해도 '사직노래방'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br><br>높은 인기에 비해 욕이 절로 나올 만큼 형편없는 팀 성적도 닮은 점이다. 이번 우승 전까지 닉스의 마지막 우승은 1973년이었다. 2013~2014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는 8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긴 암흑기를 보냈다. <br><br>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다. 다른 구단의 우승 기념 신문 1면 광고는 모두 컬러인데 롯데 것만 유일하게 흑백으로 남아 있다. 가을야구를 치른 것도 2017년이 마지막이니 벌써 9년 전 일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4년 연속 리그 최하위를 경험하기도 했다.<br><br>과연 이 팀이 프로 스포츠 구단이 맞나 싶은-느그가 프로가- 황당한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닉스의 역사는 '세상에 이런 일이'나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 투성이다. 단장이 직원으로부터 성희롱 소송을 당해 법원에서 패소했는데, 구단이 이 단장을 여자 프로농구단 사장으로 임명하는 엽기적인 일도 있었다. 구단 레전드 찰스 오클리가 구단주를 비판했다고 경기 도중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 체포되는가 하면, 구단주에게 비판적인 인물과 팬을 안면인식 기술까지 동원해 쫓아냈고, 수십 년 골수팬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의 구장 출입을 막는 일도 모두 이 팀에서 벌어졌다.<br><br>롯데 역시 선수단 CCTV 사찰 사건, 아마추어적인 일처리로 한숨을 자아낸 린드블럼 이적 논란, 노경은 미계약 사태, 손아섭 부친상 논란, 서준원 성범죄 사건, 각종 음주운전과 사생활 논란이 잊을 만하면 터졌다. 올해는 선수 4명의 원정 도박 사건과 구단 유튜브 채널의 일베 문구 논란으로 난리를 빚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왔던 기막힌 에피소드 대부분은 이 팀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 모티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br><br>잘못된 선수 영입 실패로 헛돈만 쓰는 것도 비슷하다. 스타 선수 영입에만 집착했던 암흑기 시절 닉스는 정작 르브론이나 듀란트 같은 슈퍼스타는 데려오지 못하면서 '애매한' 선수들에게 거액을 쏟아부었다. 호아킴 노아에게 4년 7200만달러, 제롬 제임스에게 5년 3000만달러, 앨런 휴스턴에게 6년 1억달러를 안겼지만 돌아온 것은 부상과 부진, 구설수와 처참한 패배뿐이었다. <br><br>구단 레전드 패트릭 유잉을 말년에 트레이드해서 팬들의 저주를 받았던 닉스처럼, 롯데는 전설 최동원을 트레이드하고 홀대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잃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설의 '류현진 거르고 나승현' 지명으로 한국 야구 최고의 에이스를 얻을 기회를 날렸고, 주전 포수 강민호를 협상 기술 부족으로 삼성에 빼앗기면서 두고두고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원하는 선수를 놓친 뒤 조급한 마음에 그만한 가치가 없는 선수에게 거액을 쏟아붓는 '패닉 바이'도 잦았다. 최근에는 거액을 투자한 FA 노진혁·유강남·한현희 영입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팀은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다.<br><br>방향성 없고 변덕스러운 구단 운영은 또 어떤가. 닉스 구단주 제임스 돌란은 끊임없는 구단 운영 개입과 감정적인 행동으로 수십 년간 리그 최악의 구단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 역시 2010년대까지는 모기업과 모기업 일가 특정인의 간섭 탓에 구단이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기 어려웠다. 야구단 사장은 그룹 인사이동 때마다 교체됐고, 새로 온 사장이 야구단 업무를 파악할 때쯤이면 또 바뀌는 일이 되풀이됐다. 감독도 수시로 잘렸다. 새 감독을 데려오면 사방에서 간섭하고 내부에서 흔들다가 다시 경질하기를 반복했다. 돈을 써야 할 때는 아끼고, 아껴야 할 때는 쓰는 엇박자도 계속됐다. 김태형 감독은 어느 정도 전력이 갖춰진 팀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성적을 내는 데 특화된 사령탑이다. 어린 선수들을 키워서 리빌딩하는 유형의 사령탑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김태형 감독 영입 이후 구단은 투자에 소극적이었고, 타 구단에서 쫓겨난 선수들과 신인급 유망주들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br><br>롯데 출신으로 여러 프로 구단을 경험한 한 야구인은 "야구단 차원을 넘어 롯데라는 기업 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기업의 기업 문화가 야구단 프런트의 조직 문화와 일처리 방식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지적이다. 이 야구인은 "롯데가 강팀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롯데'가 야구단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진단까지 내놓기도 했다.<br><br><strong>사장 취임 후 바뀌어간 닉스 </strong><br><br>그런데 그 미국판 롯데이자 만인의 놀림감이었던 닉스가 우승하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출발점은 2020년 리언 로즈 사장의 취임이었다. 구단주 돌란이 다른 대형 투자 사업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전권을 부여받은 로즈는 닉스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성적 내는 데 특화된 톰 티보도 감독을 선임하고 샐러리캡 전문가를 영입해 구단 운영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깔았다. 그러면서 플레이오프조차 못 가던 팀이 조금씩 이기는 팀으로, 큰 경기를 경험하는 팀으로 변해 나갔다. 2022년 여름에는 댈러스에서 루카 돈치치의 백업 역할에 그치던 제일런 브런슨을 4년 1억400만달러에 데려왔다. 당시에는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지만, 이 선택이 닉스 역사를 바꾼 결정적 영입이었다는 사실은 지금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퍼스트팀'에 뽑힐 만한 슈퍼스타는 없지만 하나같이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 구성은 닉스가 끈끈하고 질기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원팀이 된 비결이다. 비록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애틀랜타에 당하고, 지난해 인디애나에 역전패를 당하며 동부 콘퍼런스파이널에서 탈락하는 좌절도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매년 다시 플레이오프에 도전했고, 올해 기어이 우승까지 도달했다.<br><br>53년 동안 세계 최악의 팀으로 놀림받았던 닉스가 했다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 한 언론사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닉스가 우승하는 건 마치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것이랄까. 해가 뜨지 않으면 안 되듯,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뉴욕이 우승했다. 어쩌면 롯데도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썼다.<br><br>물론 당장 롯데의 우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단은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올라가는 팀이 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가 당장 내년에 우승? 말이 안 된다. 우선 가을야구를 가는 팀을 5년 동안 만들고, 그런 팀이 되면 그때부터 우승을 만들겠다는 시스템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LG 트윈스의 암흑기와 도약기를 모두 경험한 박용택의 말이라 설득력이 있는 처방이다. 닉스도 정확히 그 순서를 밟았다. 리언 로즈 취임 첫해인 2020~2021시즌, 닉스는 8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우승과는 거리가 먼 결과였지만 작은 성공이었다. 이듬해 또 올랐다. 그다음 해에는 탈락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계속된 큰 경기 경험이 쌓였고, 그게 올해 파이널까지 이어졌다. LG가 10년 암흑기 끝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을야구에 올라갔다 떨어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강팀의 근육을 키운 것과 같은 경로다.<br><br>전임 단장 시절 시도한 미국식 시스템 도입이 결실을 보지 못한 뒤, 최근 롯데는 방향을 틀어 일본 야구와의 접점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일본 프로팀과 교류전을 갖고, 일본 야구 거물급 지도자들을 영입해 구단 곳곳에 포진시켰다. 이런 일본야구 시스템 이식이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LG도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짓고 스카우트 팀에 투자하기 시작할 때 그게 우승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떤 시도는 실패하고, 어떤 시도는 씨앗이 된다.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다 보면 최악의 팀도 언젠가는 이기는 팀이 될 수 있다. 닉스는 53년을 기다렸다. 33년을 기다린 롯데의 갈증이 풀리는 건 과연 언제쯤일까.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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