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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11월의 통영에 그득한, 마음을 이끄는 꽃내음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1
2026-02-11 11:04: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허태임의 산들산들]진짜 살아있는 ‘오스만투스’ 향 내뿜는 목서 무리를 만나고 싶다면</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6/02/11/0000053130_001_20260211110411096.jpg" alt="" /><em class="img_desc">은목서. 일러스트레이션 차지우</em></span><br><br> <br><br>개뼈다귀 나무가 있다. 개 구(狗)에 뼈 골(骨)을 이름으로 얻은 구골나무. 삐죽삐죽 잎 가장자리가 뼈다귀를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구골나무를 은목서라고도 한다. 실제 구골나무는 은목서와 다르지만 그 둘은 같은 혈통이고 비슷한 향기가 나니 사람들이 편의상 통칭해서 부르기 때문이다.<br><br>구골나무는 국내에서 울타리 용도로 널리 심는다. 너무 추운 곳만 아니면 잘 산다. 늦가을부터 꽃이 핀다. 한 해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한 11월에 나는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하는 일로 관공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건물 주변에서 만개한 구골나무 향기를 맡고 행복했던 기억이 여러 번이다.<br><br>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6/02/11/0000053130_002_20260211110411157.jpg" alt="" /><em class="img_desc">구골나무. 키가 작게 자라는 관목이다. 11월에 향기 좋은 꽃이 하얗게 핀다. 국내에서 조경수로 즐겨 심는다. 세계생물다양성기구 제공</em></span><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달나라 토끼 옆엔 왜 계수나무가 있을까</div><br><br>식물계통학적으로 따져 묻는다면 구골나무를 포함해 은목서는 물푸레나무과 오스만투스속(Osmanthus) 식물이다. 그리스어 ‘향기로운’(osme)과 ‘꽃’(anthos)에서 유래한 속(屬)의 이름이다. 금목서도 빼놓을 수 없다.<br><br>나무의 재질이 코뿔소의 뿔처럼 단단하다고 한자로는 목서(木犀)다. 재질뿐만 아니라 나무줄기의 색감과 질감도 코뿔소나 무소의 피부를 닮았다. 이들 식물의 원종 대부분이 동아시아 일대 야생에서 자란다. 모두 합치면 30종 정도 된다. 그중 향기가 짙은 금목서와 은목서 품종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한다.<br><br>중국에서 목서를 재배한 역사는 2500년이 넘었다 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과 초나라의 굴원이 지은 시편 ‘구가’, 진나라의 역사서 ‘여씨춘추’ 등에 그 기록이 남아 있어 추정할 수 있다. 문헌에서 목서는 계수(桂樹)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중국의 신화 속 인물 ‘상아’는 달나라에 사는데 그 세계에서는 옥토끼가 보름마다 신들을 위한 약을 찧는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의연하게 서 있는 단 한 그루의 나무가 계수나무, 목서라는 것이다. 유명한 그 전래 때문인지 2007년 중국이 처음 달로 쏘아 올린 우주선의 이름도 ‘상아’다. 달과 계수나무와 토끼가 나란히 우리에게도 상징적 이미지로 남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br><br>금목서는 옅은 오렌지색 꽃이 핀다. 금목서와 구분하려 흰색으로 피는 품종을 묶어서 은목서라 부른다. 이때의 은목서는 구골나무와 목서를 교배해 얻은 품종과 구골나무에서 출발한 여러 품종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 하얀 꽃의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뜻에서 ‘천리향’이라는 애칭이 있다. 금목서는 ‘만리향’이다. 서양에서는 오스만투스 향기에 특히 열광한다. 동양의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이국적인 매력을 더해주기 때문일까.<br><br>샤넬과 에르메스처럼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뷰티 업계 주력 상품으로 미는 게 이들의 향기를 담은 제품이다. 식물의 속명을 그대로 따와서 쓰는 향기의 정식 이름도 ‘오스만투스’다. 그 향을 두고 프랑스 향장협회에서는 이렇게 평가한다. 저변에는 목재와 섬유 향이 배어 있고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과일 향이 퍼져 군침이 돌게 하는 매혹적인 냄새, 라고.<br><br>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6/02/11/0000053130_003_20260211110411195.jpg" alt="" /><em class="img_desc">은목서. 목서와 구골나무를 교배해 얻은 재배품종이다. 국내에서는 원예용으로 재배한다. 세계생물다양성기구 제공</em></span><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통영 해저터널에 가면 ‘이것’에 반하게 된다</div><br><br>진짜 살아 있는 오스만투스의 향, 그러니까 목서 무리가 풍기는 꽃의 향기를 직접 맡으려면 경남 통영에 가면 된다. 꽃이 피는 11월에 그러면 된다. 살구와 꿀이 낼 수 있는 가장 향긋하고 편안한 향을 선별해서 편백나무통에 밀폐한 뒤 광목으로 싼 향기라고 해야 할까.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는 꽃말이 그래서 붙었구나 싶다. 향이 난 쪽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거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 냄새를 나는 통영 시내 무전동의 금목서와 은목서 아래에서 맡은 적이 있다. 종려나무가 높이 서 있고 상록의 활엽수가 너른 잎을 펼치고 유자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풍경 속에서 통영의 금목서와 은목서는 만개한다. 내가 사는 경북 봉화의 숲이 다소 앙상해지는 무렵 통영에 가면 도로 싱싱해지는 기분이 든다. 11월의 통영을 그리워하고 일부러 찾아가는 까닭이다.<br><br>통영 해저터널 입구에 여러 그루의 은목서가 줄지어 서 있다. 해저터널은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바다 아래 터널로 1932년 지었다고 한다. 이름 때문에 바닷속을 걸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막상 가보면 그냥 지하 터널이다. 좀 시시할 수도 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나 또한 그 배경과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br><br>“터널이 있는 이곳 당포 앞바다에서 1592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은 왜군과 벌인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21척의 왜선을 모두 격침했지요. 왜군의 수많은 시체가 해협에 떠올랐을 겁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침탈의 기반 시설로 활용하려고 일본인들이 이 터널을 지었습니다. 건설 당시 과거 조상의 시체가 놓인 장소 위에 다리를 놓을 수는 없었다고 해요. 바다 밑에 통로를 두게 된 이유입니다.”<br><br>터널을 건립하고서 심었을 큰 나무들이 해저터널 양쪽 입구에 죽 늘어서 있다. 은목서, 다시 말해 구골나무와 목서를 교배해 얻은 재배품종이다. 11월에 꽃이 자욱하게 피면 향기가 천 리를 가닿을 만큼 길게 이어진다. 그때만큼은 해저터널 보러 갔다가 은목서에 반하고 온다는 말이 진짜 맞을 거다.<br><br>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6/02/11/0000053130_004_20260211110411233.jpg" alt="" /><em class="img_desc">금목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 자생하며 국내에서는 원예용으로 재배한다. 세계생물다양성기구 제공</em></span><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거문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 희귀종</div><br><br>통영 시내 충렬사에도 금목서와 은목서 고목이 여러 그루 있다.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사적이다. 1606년 선조의 명으로 지었다고 하니 420년이 되었다. 사당의 깊은 역사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나무 보러 가기 좋은 곳이다. 수령 300년이 넘었다고 하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와 태산목과 은행나무 고목이 위엄을 갖추고 서 있으니 나무 앞에서 절로 공손해지는 장소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크고 오래 산 금목서가 돋보인다. 충렬사 정문을 통과해서 강한루와 기념관과 외삼문에 이르는 동안 금목서를 여러 번 만날 수 있다. 신위를 모신 정당에 도착하면 충렬사 내에서 가장 굳세어 보이는 금목서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10월 초순부터 꽃이 핀다. 시기를 잘 맞춰 가면 참배하다가 향기에 홀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br><br>심어 기르지 않아도 야생에서 저절로 자라는 목서가 우리나라에 딱 한 종 있다. 박달목서다. 한국과 일본에만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그 귀한 박달목서가 전남 거문도 인적 드문 숲에서만큼은 마음껏 산다. 제주와 여수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세 섬(고도와 서도와 동도)이 사이좋게 모여서 거문도라는 섬을 이룬다. 섬에 사는 박달목서가 몇 그루나 되는지 알고 싶어 한번은 한 그루, 한 그루 헤아린 적이 있다. 200그루 정도 세다가 이만하면 됐다 싶어 그만뒀다. 박달목서의 국내 최대 군락지가 틀림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순간이다.<br><br>내가 애써 통영을 찾아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금목서와 은목서인 건 맞지만, 통영 하면 사실 나무보다 시인 백석 생각이 먼저 난다. 그의 시비가 충렬사 길 건너에 있다.<br><br> <br><br><strong>“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栢)나무 푸르른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백석, ‘통영2’</strong><br><br>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6/02/11/0000053130_005_20260211110411267.jpg" alt="" /><em class="img_desc">1995년 중국에서 발행된 목서 우표. 중국인들은 목서를 자국의 자랑으로 여긴다. 꽃 색깔에 따라 국내에서는 금목서, 은목서 등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중화전국집우연합회 제공</em></span><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목서가 필 때 백석이 통영에 있었더라면</div><br><br>충렬사에 핀 동백꽃을 보고 나서 백석은 이 시를 썼으리라. 충렬사 아래에 있는 우물 명정으로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물을 긷는 광경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렸을 거다. 백석의 시에는 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동백나무, 자작나무, 갈매나무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목서 이야기는 없다. 아름다운 그의 시를 흠모하며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금목서와 은목서가 필 때 백석이 통영에 있었다면, 그 꽃들의 향을 한 번이라도 맡았다면, 그들 이름을 알아냈다면 도대체 어떤 시가 나왔을까, 하는.<br><br> <br><br><strong>허태임 식물분류학자·‘숲을 읽는 사람’ 저자</strong><br><br><strong>※ 식물학자가 산과 들에서 식물을 통해 보고 듣고 받아 적은 익숙하지만 정작 제대로 몰랐던 우리 식물 이야기. 4주마다 연재.</strong><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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