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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축구 유망주, 잉글랜드로 집합! 그런데 집합만 하면 되나? [경기장의 안과 밖]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
2025-08-23 08:46: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2025년 8월을 기준으로 잉글랜드 리그 등록자 8명을 비롯해 스코틀랜드·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세르비아 등 한국인 유럽파가 점점 늘고 있다. 잉글랜드 편중이 두드러진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5/08/23/0000037113_001_20250823084714031.jpg" alt="" /><em class="img_desc">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박승수. ©연합뉴스</em></span></div><br><br>2012년 일본 프로야구 니폰햄 파이터스는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고3 학생에게 자료 하나를 건넸다. 분량은 30페이지, 제목은 ‘일본 스포츠의 조기 해외 진출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 자료에는 미국 마이너리그로 직행했던 한국인 유망주 21명 중에서 메이저리그 콜업 사례가 2006년 이후 한 명도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생은 고민 끝에 미국행을 미루고 니폰햄의 드래프트 지명을 받아들였다. 야구 ‘만찢남’ 오타니 쇼헤이의 프로 경력은 그렇게 시작됐다.<br><br>한국 축구 유망주들에게 이제 유럽 진출은 먼 꿈이 아니다. 올해에만 윤도영(18·대전), 박승수(18·수원 삼성)가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국가대표 풀백 이태석(23·포항)은 오스트리아 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2025년 8월을 기준으로 잉글랜드 리그 등록자 8명을 비롯해 스코틀랜드·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세르비아 등 한국인 유럽파가 점점 늘고 있다. 국내 리그와 수준 격차를 생각하면 유럽파 증가 추세는 분명히 반갑다.<br><br>흥미로운 점은 잉글랜드 쏠림 현상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클럽에만 한국인 선수가 다섯 명이나 진출해 있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비롯해 김지수(브렌트퍼드), 양민혁(토트넘), 박승수(뉴캐슬), 윤도영(브라이턴)이 소위 ‘프리미어리거’ 계급장을 달았다. 잉글랜드 2부인 ‘EFL 챔피언십’에도 배준호(스토크), 엄지성(스완지), 백승호(버밍엄)가 있다. 유럽파 전체 숫자에서는 축구 라이벌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데, 잉글랜드만 따지면 한국인 선수가 더 많다.<br><br>한국 유럽파의 잉글랜드 편중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 박지성과 손흥민으로 상징되는 스타 효과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박지성·이영표·설기현·김두현·이청용 등 ‘프리미어리거’가 갑자기 쏟아졌다. 특히 박지성과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활황기는 국내에서 프리미어리그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인 스타가 있는 데다 모든 정보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영어로 제공되는 환경까지 갖춰졌으니 스포츠 소비자들의 취향은 잉글랜드 리그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이 ‘역대급’으로 터지면서 국내 유소년들에게 잉글랜드는 꿈의 리그로 단단히 굳어졌다.<br><br>두 번째 이유는 스카우트 고도화다. 국제시장에서 잉글랜드 축구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풍부한 자금력 덕분이다. 프리미어리그에는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분석팀을 운영하는 클럽이 많다. 뉴캐슬이 한국 2부 리그(K리그 2) 선수인 박승수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프리미어리그 스카우팅이 얼마나 촘촘한지를 알 수 있다. 국내 에이전트들의 사업 역량도 잉글랜드에 맞춰 강화된다. 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판(잉글랜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현상은 당연하다. 축구 인력 시장의 본질이 인맥이기 때문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5/08/23/0000037113_002_20250823084714290.jpg" alt="" /><em class="img_desc">토트넘 홋스퍼에 소속된 양민혁. ©연합뉴스</em></span></div><br><br>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잉글랜드파의 성공 여부일 것이다. 통상 10대 말부터 20대 초까지는 기량이 완성되는 연령대다. 축구 본고장인 유럽에서 이 시기를 보내는 선수는 이론적으로 유리하다. 2024년 1월 백승호는 K리그 강호 전북 현대에서 버밍엄으로 이적했다. 팀이 3부로 강등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백승호는 이적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 부임한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의 축구를 보면서 “은퇴 후에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감독이 어떻게 지도하는지 매일 빠짐없이 적고 있다”라고 말한다. K리그에서 10년 넘게 뛴 베테랑 미드필더 오스마르는 축구를 바라보는 한국과 유럽의 시각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K리그에서는 선수들에게 쉼 없이 뛸 것을 요구한다. 유럽 축구에서 빨리 달려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볼이다. 빠르게 생각하고 ‘심플’하게 처리한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90분 내내 개처럼 뛰어다니지 않는다.”<br><br>이런 이론적 혜택이 실제로 발현되려면 선수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 상황에서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출전 가능성이 있는 잉글랜드파는 황희찬이 유일하다. 브렌트퍼드 센터백 김지수는 이적 3년 차에도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양민혁·박승수·윤도영은 하위 리그로 임대될 가능성이 크다. 잉글랜드파가 많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 바닥의 ‘B급 리그’인 EFL 챔피언십에만 잔뜩 모인 꼴이다.<br><br><h3><strong>잉글랜드 2부에서 잘해 1부로 가자? </strong></h3><br><br>국내 팬들은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를 학수고대한다. 현실은 다르다. 2025-2026시즌에도 잉글랜드 2부 또는 해외 중소 리그 임대가 예상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밖으로만 빙빙 돌아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0년 이후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없는 상태로 영입되어 1군에 정착했던 10대 선수 사례는 델레 알리와 아치 그레이 두 명뿐이다. 2015년 알리는 잉글랜드 3부 M.K. 돈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고, 7년 동안 1군에서 뛰었다. 2024년 2부 리즈에서 영입된 그레이는 엄청난 몸값(4000만 파운드, 약 740억원)의 소유자답게 곧바로 1군에 정착했다. 1군 입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잭 클라크가 보여준다. 2019년 당시 18세였던 클라크는 리즈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적료가 1000만 파운드(약 185억원)에 달했다. 토트넘으로서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클라크는 3년 동안 하위 리그 4개 팀으로 임대만 전전한 끝에 2022년 선덜랜드로 완전히 이적했다. 토트넘 출전 수는 네 경기에 그쳤다.<br><br>대전 하나 시티즌에서 프로 데뷔한 배준호는 2023년 잉글랜드 2부 스토크로 이적했다. 배준호는 단번에 에이스 입지를 꿰찼다. 첫 시즌에 2골 5도움, 두 번째 시즌에 3골 5도움을 연달아 기록해 국내 팬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국내 언론은 배준호가 금방이라도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 날아갈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2025-2026시즌에도 배준호는 스토크에서 뛴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돈이 워낙 많아서 자국 2부보다 외국 1부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를 선호한다. 챔피언십에서 아무리 잘한들 스페인·프랑스·독일·이탈리아 1부 리그에서 실적을 남긴 선수보다 나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상 팀 승격 외에 챔피언십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을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능 있는 어린 한국인 선수들은 잉글랜드 2부에서 잘해 1부로 올라간다는 목표로 챔피언십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br><br>그나마 배준호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스완지의 엄지성은 챔피언십에서도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유럽 진출 의미가 퇴색된다. 한창 뛰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빨아들여야 할 시기에 벤치만 달구는 것만큼 아까운 시간 허비가 없다. 차라리 K리그로 돌아와 실전 경험을 더 쌓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는 바르셀로나 계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경험을 쌓은 뒤에 라리가 재진출에 성공했다.<br><br>조기유학이 출세를 보장하지 않듯이 축구선수들의 조기 유럽 진출도 장점과 위험부담이 공존한다. 유럽파가 드물던 과거에는 벤치 신세라도 유럽파가 국내파보다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유럽파가 흔해져 유럽 클럽 소속이라는 사실이 국가대표 선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 현실 속에서 적지 않은 10대 축구 재능들이 앞다투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잉글랜드로 모여들고 있다. 선택의 결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나 알 수 있다. 젊은 잉글랜드파의 생존과 건투를 빈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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