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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늙지 않는 기계, 늙어가는 인간…접점은 어디에 있을까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1
2026-11-06 10:37:26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손현주의 AI 인류학<br> (21) 느려져도 존엄은 줄지 않는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2rcydfd8s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2e61d322c25dce5f3d973f5f2de82e92188259297be7f8bbe95a36b43876c87" dmcf-pid="VmkWJ4J6m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늙지 않는 기계를 만드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제는 늙어가는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그만큼의 지혜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노인에게 키오스크 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장면. 김명진 한겨레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6247oiha.jpg" data-org-width="638" dmcf-mid="q0xI6q6bI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6247oiha.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늙지 않는 기계를 만드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제는 늙어가는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그만큼의 지혜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노인에게 키오스크 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장면. 김명진 한겨레 기자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1ac037ebbc17f1473d31d3a435edebf90730ecfa523a20302633cbf01aa6fa84" dmcf-pid="fsEYi8iPOt" dmcf-ptype="general"> 점심시간의 음식점이나 카페. 계산대 대신 들어선 무인 단말기 앞에서 한 노인이 화면을 들여다본다. 매장 식사와 포장 중 하나를 누르자 메뉴판이 열리고, 다시 추가 선택이 뜬다. 손가락이 머뭇거리는 사이 뒤로 줄이 길어진다. 누군가 짧게 한숨을 쉰다. 기계는 재촉하지 않는데, 노인은 자꾸 뒤를 돌아보며 “미안해요”라고 말한다.</p> <p contents-hash="e1389600e78ac9edabe072caef697ac8e5834a45f9236d101d2d5543b1785e1e" dmcf-pid="4ODGn6nQr1" dmcf-ptype="general">내 마음을 붙잡는 건 서투른 손가락이 아니라 그 미안한 표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에게 사과하게 되었을까. 화면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열리지만, 그 앞에 선 사람들의 몸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948c11016c969fd8587b9778b44ad7a073fd82b89e523baa9614e8c53f47e46b" dmcf-pid="8IwHLPLxs5"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7444sjuz.jpg" data-org-width="300" dmcf-mid="BQNvR2RfI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7444sjuz.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0ecf8bf807d3432b40cc7fd7d436fec65820f042f3c86778baded444b4cbfeb3" dmcf-pid="6CrXoQoMmZ" dmcf-ptype="general"> 정년을 몇 해 앞둔 나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사람 이름이 예전보다 늦게 떠오르고, 밤늦게까지 원고를 붙잡는 일이 버거워졌다. 책상 위에는 안과 수술 뒤 새로 맞춘 안경과 안약이 놓여 있다. 쓰고 싶은 문장은 남아 있는데 눈이 먼저 쉬자고 한다.</p> <p contents-hash="53e914689dd321fc3853992b7b24c47937141b16ea1e0181c15b428c8f3a1a3a" dmcf-pid="PhmZgxgRmX" dmcf-ptype="general">그런 몸으로 인공지능을 마주한다. 내가 눈을 감고 쉬는 동안에도 화면에서는 문장이 쏟아진다. 사람에게 흐른 시간은 피로와 주름으로 남지만, 기계에 흐른 시간은 업데이트로 표시된다. 물론 기계도 고장 나고 인공지능도 틀린다. 다만 기계는 시력이 흐려질지 걱정하거나 남은 날을 헤아리지 않는다. 낡으면 새 모델로 바뀔 뿐이다. 인간은 부품을 갈아 끼우며 살 수 없다. 우리는 이 몸 하나로 단 한 번의 시간이 지나간다.</p> <p contents-hash="3df52f93b801ca3eb147a0885412ed5687d508eb7e33df42f085ace6f3194160" dmcf-pid="QENSM9MVDH" dmcf-ptype="general">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계속 좋아지는 기계 곁에서, 더는 좋아지기 어려운 인간은 어떤 대접을 받게 될까.</p> <p contents-hash="ff1c655d8785eee343e48abdcd527c3068c9ca4e66a4f1755909e41feb5b05a9" dmcf-pid="xDjvR2RfrG" dmcf-ptype="general"><strong>능력이 사람의 값을 정하는 사회</strong></p> <p contents-hash="f0e0343d27eae7c9079627320b620f787220625a4779d24af077aade316bc504" dmcf-pid="yqpPYOYCEY" dmcf-ptype="general">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해 왔다. 계산이 빠른가, 기억력이 좋은가, 일을 얼마나 많이 해내는가. 그런데 이 모든 시험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보고서 초안은 몇 초 만에 나오고, 수천 쪽 자료도 순식간에 요약된다. 능력만이 사람의 값이라면 인간은 기계 앞에서 영원한 2등이다. 늙고 아픈 사람은 그 2등 자리에서마저 밀려난다.</p> <p contents-hash="dedbe9292c43704d93ced458938d4e3732a1bab7e3e75ff7716e0c4b724bd940" dmcf-pid="WBUQGIGhDW" dmcf-ptype="general">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사람의 덕목을 이력서 덕목과 추도사 덕목으로 나눴다. 이력서 덕목은 학력, 자격증, 성과처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다. 추도사 덕목은 마지막에 기억되는 것들, 곧 친절함, 정직함, 용기, 사랑하는 능력이다.</p> <p contents-hash="0aa681de53e89240514b123bfa7701c530dec84eaac07c6870e86157aaeb6e61" dmcf-pid="YbuxHCHlmy" dmcf-ptype="general">장례식장을 떠올려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고인은 엑셀을 정말 빨리 다루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조문객은 없다. 우리는 “힘들 때 늘 먼저 전화해 주던 사람”, “아픈 친구 곁을 끝까지 지킨 사람”으로 누군가를 기억한다. 인공지능은 이력서 덕목에서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추도사 덕목은 대개 실패하고, 아프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견디면서 자란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노년에 관하여”에서 말했듯, 몸의 불꽃이 잦아든 자리에서 생각의 등불이 켜지기도 한다. 쇠퇴를 겪어 보지 않은 존재에게서는 자라기 어려운 덕목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915a8356c7f9a0598bb0851f9d4dee6d4dc9d26d6f23d68f69f3b238a2ef80e" dmcf-pid="GK7MXhXSI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인간에게는 성장하는 시간뿐 아니라 멈추고, 쇠퇴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간도 있다. 그 모든 시간이 한 사람의 삶이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8655gqut.jpg" data-org-width="800" dmcf-mid="buSUDLDgE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8655gqu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인간에게는 성장하는 시간뿐 아니라 멈추고, 쇠퇴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간도 있다. 그 모든 시간이 한 사람의 삶이다. 픽사베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f7c9a551a2a4644b962ac8d214936e44bb02cf787c0c2851491226049a6c5b9c" dmcf-pid="H9zRZlZvrv" dmcf-ptype="general"><strong>노년을 지혜로만 칭송하는 함정</strong></p> <p contents-hash="48c4f283a4d1445ce1dc5f1129a1fc5696485a7fe25b040519cf628970d7639a" dmcf-pid="X2qe5S5TOS" dmcf-ptype="general">그렇다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혜로워진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고통이 늘 사람을 깊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평생 하루 벌어 하루 살아온 사람, 오랜 병간호에 지친 사람에게 고통은 깊이가 아니라 소진으로 남기도 한다. 노년을 지혜의 시기로만 치켜세우면, 지혜롭게 늙을 여유조차 없었던 사람들은 또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노인도 능력, 이번에는 지혜라는 능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p> <p contents-hash="86aaeb44e5c45582f5edf008c6153b35e188ad3ae045bbb291af3f370a8170d9" dmcf-pid="ZVBd1v1yml" dmcf-ptype="general">노화는 상실만도 아니고 성숙만도 아니다. 새로운 문제를 빨리 푸는 힘은 줄어도, 오래 쌓은 경험은 판단을 돕는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의 연구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사람은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고 느낄수록 새로운 기회를 넓히기보다 마음이 통하는 관계와 의미 있는 경험을 먼저 챙긴다. 나이가 지혜를 선물한다는 뜻이 아니다. 끝이 있다는 자각이 오늘 무엇을 할지를 바꾼다는 뜻이다.</p> <p contents-hash="44174829ac7e53ae1f32de6000d13966d1b24b2d2f3e39dbd85cd2931d63cd22" dmcf-pid="5fbJtTtWEh" dmcf-ptype="general">나도 예전에는 하루에 몇쪽을 썼는지로 그날을 평가했다. 요즘은 눈이 아파 원고를 덮고 산책을 나서는 일이 부쩍 늘었다. 처음엔 못한 일만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일을 멈춘 시간에도 삶은 이어졌다. 산책길에서 구성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은행잎 색이 바뀐 걸 알아차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오래 들었다. 그 시간이 더 훌륭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성과가 줄었다고 삶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p> <p contents-hash="eae49becac4e1358a4771a9ff66d3fc0e7ceb6507a32377f47e1b409a6f5015e" dmcf-pid="14KiFyFYsC" dmcf-ptype="general">젊을 때는 시간이 앞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보다 이미 지나온 시간이 길어진다.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덜 소중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성장하는 시간뿐 아니라 멈추고, 쇠퇴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간도 있다. 그 모든 시간이 한 사람의 삶이다.</p> <p contents-hash="9e89dcda20497ddf949becd362464b2afb5cdb6a1bc7ac7e5e9f103f9be55144" dmcf-pid="t89n3W3GsI" dmcf-ptype="general"><strong>돌봄 기술, 응답은 돌봄의 시작일 뿐</strong></p> <p contents-hash="21f5f32d6a65440c9d42d1b8ff37885c5c62c4238dffa2d2fcc6d248c374953e" dmcf-pid="F62L0Y0HsO" dmcf-ptype="general">돌봄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분명 쓸모가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혼자 사는 어르신 집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돌봄 인형을 보급하고 있다.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말벗이 되어 주고, 위급할 때 “살려줘”라고 외치면 도움을 요청해 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밤에 들려오는 대답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안이다.</p> <p contents-hash="234cadf5c9a71a625d65225503ae3d6bcc501f64689388ba63b2f6428cd3384d" dmcf-pid="3FXKCcCEws" dmcf-ptype="general">하지만 대답이 있다고 돌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왜 불안한지, 밥을 남기는 게 입맛 때문인지 이가 아파서인지 알아차리려면 그 사람의 생활을 아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기계가 이상 신호를 잡아내도, 결국 누가 찾아가 문을 두드릴지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p> <p contents-hash="96301f3d8f7e2d73a093524ce28ec9bf1a75a8d519cef87061c33517a6ce3be4" dmcf-pid="03Z9hkhDOm" dmcf-ptype="general">돌봄에는 기술이 쉽게 단축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주고,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느린 걸음에 자신의 보폭을 맞추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순간 돌봄은 사람을 살피는 일이 아니라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된다. AI가 돌봄을 돕는다면, 그 목적은 사람을 더 빨리 돌보는 데만 있지 않다. 돌봄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있어야 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d303515e7727a8e0504458351eded64885283328f8f5fd035a84e5c3f49ddb0" dmcf-pid="p052lElwI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I가 돌봄을 돕는다면, 그 목적은 사람을 더 빨리 돌보는 데만 있지 않다. 돌봄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있어야 한다. 반려로봇 효돌이 홍보 동영상 갈무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9873jkaz.jpg" data-org-width="800" dmcf-mid="KUbiFyFYE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29873jka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I가 돌봄을 돕는다면, 그 목적은 사람을 더 빨리 돌보는 데만 있지 않다. 돌봄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있어야 한다. 반려로봇 효돌이 홍보 동영상 갈무리.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fb8c36cda229f2612cf265cc094d81fb731f4bc0e35251ad3e88f656771d7929" dmcf-pid="Up1VSDSrOw" dmcf-ptype="general"><strong>앱으로만 되는 세상의 문턱</strong></p> <p contents-hash="f5bb1541819f6d1738793dab63e15504a1a0a086621fced8d3c2529ea4461d02" dmcf-pid="uUtfvwvmED" dmcf-ptype="general">인공지능에 물어보면 굳이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시간을 빼앗거나 모르는 티를 내지 않아도 되니 반가운 변화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이에게는 새로운 통로가 되기도 한다.</p> <p contents-hash="b6af17aadc5ab9f3713cc90ccd2ecc025fa7ec78c8f4290198c3fbdaaaed63b5" dmcf-pid="7uF4TrTsDE" dmcf-ptype="general">문제는 그 통로가 유일한 길이 될 때다. 명절 기차표가 앱에서 먼저 동나고 역 창구에는 남은 표가 거의 없는 풍경, 동네 은행 지점이 문을 닫으면서 버스를 갈아타고 먼 지점까지 가야 하는 어르신, 병원 접수와 주민센터 민원마저 무인기 앞에 줄 서야 하는 일상이 그렇다. 누군가에게 편리한 방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높은 문턱이 된다.</p> <p contents-hash="d62c4ee75ef2f802d685910e0af4fada2860a07c3f16154d88257f037607a2ba" dmcf-pid="z738ymyOEk" dmcf-ptype="general">키오스크 앞의 어려움은 ‘노인이 배우면 해결된다’로 끝나지 않는다. 작은 글씨, 금방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 버리는 짧은 대기 시간, 몇 단계씩 이어지는 주문 순서, 사라진 대면 창구가 함께 만든 문제다.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화면이 너무 높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 안내가 없다. 모두에게 같은 화면을 주는 것과 모두가 쓸 수 있는 화면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p> <p contents-hash="f9007a7b6e06297f28e329ce2366e6dc8e86f7147f6030f57caecd8853bf5f9d" dmcf-pid="qz06WsWIOc" dmcf-ptype="general">옆 사람의 친절은 고맙다. 그러나 운 좋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야만 밥을 주문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도와줄 직원, 사람과 마주하는 주문 창구,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이 서비스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해내는 능력은 삶의 자유를 넓힌다. 도움받을 권리 역시 그 자유를 받쳐 준다.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는 상태만 자립으로 인정한다면, 늙고 병드는 일은 끝없는 부끄러움이 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e3759ff0a3b842b1c0da3009a1d190a4418e44623de3ee89e04d64f306434517" dmcf-pid="BqpPYOYCIA"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 윰보에는 물건값을 치르면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 계산대(Kletskassa)’가 있다. 출처=Jumbo.nl"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31105mgci.jpg" data-org-width="800" dmcf-mid="9ZWzmamjI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6/hani/20261106103631105mgc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 윰보에는 물건값을 치르면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 계산대(Kletskassa)’가 있다. 출처=Jumbo.nl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ba9e0f7ec600bb828ef7016b7aa579c73232b8468e7ddec3dc6e9dd4444d68f6" dmcf-pid="bBUQGIGhrj" dmcf-ptype="general"><strong>기술이 아낀 시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strong></p> <p contents-hash="aaea23459365bcd5b81ea020a729c18cf1f9062d50d7318becbb75f61ad243ef" dmcf-pid="KbuxHCHlmN" dmcf-ptype="general">요양시설에 인공지능 기록 프로그램이 들어와 요양보호사의 서류 작업이 하루 한 시간 줄었다고 해 보자. 그 한 시간은 어디로 갈까. 한 가지 길은 어르신과 산책하고, 말을 더 들어주고, 식사를 천천히 돕는 데 쓰이는 것이다. 다른 길은 “시간이 남으니 한 사람이 어르신을 두 명 더 맡으라”는 지시로 돌아오는 것이다. 같은 기술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p> <p contents-hash="41a480c53d7950f211e9436257ef1db19485e6ba4bf20679a06d3b7b2499f0c1" dmcf-pid="9K7MXhXSwa" dmcf-ptype="general">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어주는 딸의 오후, 느리게 식사하는 어르신의 속도에 맞추는 요양보호사의 기다림에는 시간이 든다. 그 시간을 낭비로 계산하면 돌봄은 늘 줄여야 할 비용이 된다. 그렇다고 기다림을 개인의 사랑과 희생에만 맡기면 돌봄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 곁에 머물려면 충분한 인력과 휴식,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돌봄 기술의 성과도 이 조건을 얼마나 낫게 만들었는지로 따져야 한다.</p> <p contents-hash="ab6337b46e61933226a4411a264e0f4a18e5a6e29e418b1601f74364f9fc8293" dmcf-pid="2sEYi8iPwg" dmcf-ptype="general">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맡기자. 다만 그렇게 생긴 여유를 누구에게 나눌지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는가’만이 아니라 ‘그 시간을 누구의 삶에 돌려주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p> <p contents-hash="d50824973f09b00684667b2958ef77236374295e9d7dcbc8d4b6ca7027470f9c" dmcf-pid="VODGn6nQwo" dmcf-ptype="general"><strong>다시, 단말기 앞에서</strong></p> <p contents-hash="83325a2642d12b0aa5b6b9d92537a283ecc1affe12a28a0e2f1f762df2bc8884" dmcf-pid="fIwHLPLxwL" dmcf-ptype="general">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 윰보(Jumbo)는 일부러 계산을 서두르지 않는 특별한 계산대를 만들었다. ‘수다 계산대(Kletskassa)’다. 물건값을 치르면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곳이다. 2019년 처음 등장한 이 계산대는 네덜란드의 외로움 해소 운동과 맞물려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다. 빠른 계산과 효율을 중시하는 공간에 사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그곳에서 느림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기회가 된다.</p> <p contents-hash="1fa0f09b196461a0febb08e9fef721a74f01a68316dcf353d1b88956760b6094" dmcf-pid="4CrXoQoMrn" dmcf-ptype="general">다시 음식점과 카페의 무인 단말기 앞에 선 노인을 떠올린다. 화면을 몇 번이나 눌러도 원하는 메뉴를 찾지 못하고, 뒤에 선 사람들을 돌아보며 미안해하던 모습이다. 이제 조금 다른 풍경을 그려 본다. 줄이 길어져도 뒷사람은 재촉하지 않고, 직원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주문을 돕는다. 노인은 더는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기 속도로 한 끼를 주문하는 손님일 뿐이다. 누구도 서두르거나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서로 다른 삶의 속도를 인정하는 일상의 풍경이다.</p> <p contents-hash="cd6fea5abd278319116c3372123e8251d5ee2fc7f00935c249a1d20867f7e2a7" dmcf-pid="8hmZgxgRri" dmcf-ptype="general">우리는 늙지 않는 기계를 만드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제는 늙어가는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그만큼의 지혜를 기울여야 한다. 기계는 앞으로도 더 빠르고 똑똑해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은 그 속도를 따라잡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상이어서는 안 된다.</p> <p contents-hash="00661adfc2a435e6a5c393aa705e2ddb2b15c7e91c9578934f45e7e31d8b2894" dmcf-pid="6ls5aMaeEJ" dmcf-ptype="general">손현주/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미래학)</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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