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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칼럼] 한국 엘리트 테니스, '안정된 실업팀'만으로는 세계 랭킹을 만들 수 없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1
2026-06-05 12:29: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1_20260605123010848.jpg" alt="" /></span></div><br><br>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같은 문제 앞에 선다. 코트가 부족하다. 유소년 선수가 줄어든다. 선수 등록 제도가 경직되어 있다. 국내대회 참가 구조가 폐쇄적이다. 기업 스폰서가 부족하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다.<br><br>이 모든 지적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하나씩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결국 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의 엘리트 테니스 시스템은 과연 세계 랭킹을 올리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가?<br><br>이 질문은 매우 불편하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 엘리트 테니스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실업팀이기 때문이다. 시청, 군청, 도청, 지방체육회, 공공기관 소속의 테니스팀은 한국 성인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온 사실상의 안전망이다.<br><br>이들이 없었다면 상당수 선수는 성인 무대에 남아 있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선수에게는 월급이 지급되고, 훈련 환경이 제공되며, 국내외 대회 참가비와 장비, 숙소, 치료와 재활까지 일정 부분 지원된다. 감독과 코치, 트레이너, 행정 담당자 역시 이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br><br>따라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공헌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한국 테니스는 이들의 지원 덕분에 최소한의 엘리트 선수층을 유지해 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안정성이 역설적으로 한국 테니스의 국제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할 때가 되었다.<br><br>한국 테니스가 세계적인 선수를 더 많이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이 들어가고 있음에도 그 돈이 세계 랭킹을 올리는 방향으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2_20260605123010895.jpg" alt="" /></span></div><br><br><b>실업팀은 한국 테니스의 안전망</b><br>현재 한국의 엘리트 테니스 선수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소속으로 활동한다. 이는 한국 스포츠 전반에서 낯선 구조가 아니다. 프로리그가 뚜렷하지 않은 종목의 경우, 실업팀은 선수 생태계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 왔다. 테니스도 예외가 아니다.<br><br>선수 입장에서 실업팀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지이다. 프로 투어에 나가 세계 랭킹을 올리겠다는 이상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곧 비용과의 싸움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항공료, 숙박비, 식비, 코치 동행 비용, 트레이너 비용, 장비비용, 현지 이동비, 비자와 보험 비용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라켓 스트링 수리비, 연습 코트 대관료, 현지 교통비, 세탁비, 통신비 같은 세부 비용까지 더하면, 한두 차례 해외 대회 출전만으로도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된다.<br><br>문제는 초기 프로 대회의 상금 구조가 이 비용을 감당할 만큼 크지 않다는 데 있다. ITF 월드테니스투어는 프로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지만, 입문 단계 대회의 상금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대회 전체 상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승이나 결승 진출을 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실질적으로 남는 금액은 많지 않다. 더구나 코치까지 대동하면 비용은 몇 배로 커진다. 결국 선수 개인이나 가족이 장기간 감당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구조가 된다.<br><br>이런 현실에서 실업팀은 선수에게 생존의 기반을 제공한다. 월급이 있고, 소속이 있으며, 훈련과 대회 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다. 부상을 당해도 완전히 개인 부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면 계약을 이어갈 수 있고, 성적이 좋으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더 나은 조건을 받을 수도 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나 행정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br><br>이 점에서 실업팀은 한국 테니스의 문제이기 전에 한국 테니스가 아직 버틸 수 있게 만든 안전망이다. 이 사실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3_20260605123010940.jpg" alt="" /></span></div><br><br><b>안전망이 목표가 되는 순간, 세계 랭킹은 멀어진다</b><br>문제는 안전망이 사다리가 아니라 종착지가 될 때 발생한다. 실업팀의 본래 기능은 선수가 안정적으로 훈련하고 더 높은 무대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내대회 성적 유지, 전국체전 성과, 팀 간 이적, 계약 유지가 선수 경력의 중심 목표로 자리 잡기 쉽다.<br><br>이 구조에서는 세계 랭킹을 올리기 위해 장기간 해외 투어를 감수하는 선수보다, 국내 실업팀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적을 관리하는 선수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성인 무대에 들어서면서 프로 랭킹을 올리기 위해 국제대회에 뛰어들 경우, 그는 곧 냉혹한 경제 현실을 마주한다. 성적이 나쁘면 당연히 어렵고, 성적이 조금 나와도 문제는 계속된다. ITF 대회에서 몇 차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해서 곧바로 생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반면 같은 시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선수가 실업팀에 들어가 월급을 받고, 국내대회 중심으로 활동하며, 계약 기간 동안 일정 성적을 유지한다면 훨씬 안정적인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br><br>여기서 한국 테니스 특유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큰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고 더 높은 국제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구조 안에 머무는 선수가 더 나은 생활 조건을 확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br><br>이것은 개인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유인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선수는 누구보다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부상 위험이 크고 선수 생명이 짧은 종목에서, 불확실한 세계 랭킹 도전보다 확실한 소속팀 계약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당연한 선택이 반복될수록 한국 테니스 전체가 세계 무대에서 멀어진다는 데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4_20260605123010972.jpg" alt="" /></span></div><br><br><b>지자체 예산은 선수를 고용하는 비용인가, 세계 랭킹향상을 위한 투자금인가</b><br>지자체가 실업팀을 운영할 때 예산은 다양한 항목으로 집행된다. 선수와 지도자의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훈련비, 장비비, 대회 참가비, 숙박비, 차량 운영비, 전지훈련비, 치료와 재활비, 행정 운영비 등이 뒤따른다. 여기에 선수단 홍보, 지역 행사 참여, 유소년 클리닉, 경기장 관리 비용까지 포함되면 하나의 실업팀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br><br>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다. 그 예산이 무엇을 향해 쓰이고 있는가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예산은 대체로 팀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선수들이 월급을 받고, 훈련하고, 국내대회에 출전하고, 전국체전에 나가고, 일정 성과를 내는 구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이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방식만으로는 세계 랭킹을 올리는 선수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br><br>국제 투어형 선수 한 명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단순한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수는 최소 몇 달 단위로 해외 대회에 연속 출전해야 한다. 한 지역에서 한두 대회만 나가고 돌아오는 방식으로는 랭킹 포인트를 안정적으로 쌓기 어렵다. 최소한 4주에서 8주 단위의 해외 투어 블록을 짜고, 대회 사이에 훈련과 회복을 병행해야 한다. 여기에 코치가 동행하면 전술 분석과 경기 피드백이 가능해지고, 트레이너나 물리치료 지원이 붙으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br><br>선수 1인당 국제 투어 비용을 대략적으로 추정해 보아도 부담은 분명하다. 한 달 해외 투어에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 코치와 트레이너를 모두 대동하는 본격적인 투어라면 비용은 더 커진다. 1년 동안 의미 있는 랭킹 상승을 목표로 한다면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연간 단위의 투어 예산이 필요하다.<br><br>그런데 현재의 실업팀 구조가 이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선수는 해외 대회에 나가지만, 모든 선수가 체계적 투어 플랜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선수는 소속팀의 지원 범위 안에서 움직이거나, 부족한 비용은 개인과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세계 랭킹 도전이 '선수 개인의 모험'이 되기 쉽다.<br><br>그렇다면 결국, 지자체 예산은 이제 선수 고용비를 넘어 선수 성장 투자금으로 바뀌어야 할 지도 모른다. 단순히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선수가 어느 랭킹 구간으로 올라가고 있는지, 어떤 국제대회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지, 몇 년 뒤 어느 수준의 투어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예산을 설계해야 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5_20260605123011003.jpg" alt="" /></span></div><br><br><b>국내 성과 중심의 평가가 국제 경쟁을 약화시킨다</b><br>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실업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인기 종목 보호, 지역 체육 발전, 전국체전 성과, 지역 홍보, 선수 복지, 공공성 실현 등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예산 심사와 팀 운영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결국 성적이다. 특히 국내대회와 전국체전 성과는 지자체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br><br>이 구조는 행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팀이라면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한다. 시민에게 설명 가능한 결과가 필요하다. 메달 수, 입상 실적, 전국체전 순위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다. 그러나 테니스라는 종목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지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br><br>테니스의 세계 경쟁력은 국내대회 우승 횟수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세계 랭킹 포인트, 챌린저진입, 투어 예선 참가, 그랜드슬램 예선 도전, 장기간 해외 투어를 견디는 능력이다.<br><br>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초기에는 국내대회 출전이 줄어들고, 해외에서 예선 탈락을 반복할 수도 있다. 행정 평가의 눈으로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로 테니스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성장의 정상적인 과정이다.<br><br>결국 문제는 지자체 실업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 실업팀의 평가 기준이 테니스의 국제 성장 경로와 충분히 맞물려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세계 랭킹을 만들고 싶다면 세계 랭킹을 향해 가는 과정도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6_20260605123011047.jpg" alt="" /></span></div><br><br><b>동호인대회 상금 문화가 던지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질문</b><br>여기서 한국 테니스가 함께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동호인대회 상금 문화이다. 생활체육 테니스가 활발해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다. 동호인이 늘어나고, 클럽이 활성화되고, 지역 대회가 많아지고, 테니스가 중장년층의 건강한 여가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한국 테니스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br><br>그러나 최근 일부 동호인대회의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이상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순수한 생활체육의 즐거움보다 상금을 목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이른바 '동호인 고수'들이 늘어나고, 대회마다 상위권을 차지하며 상금을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규정 안에서 참가하고 우승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실력이 좋은 동호인이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br><br>하지만 한국 테니스 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현상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 엘리트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기 위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니어 유망주는 프로 전환 시점에서 막대한 비용 때문에 진로를 고민한다. 실업팀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생활체육 대회에 적지 않은 상금이 걸리고, 그 상금을 향해 동호인 고수들이 몰려드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과연 건강한 테니스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가?<br><br>생활체육의 상금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균형이다. 동호인대회가 테니스 산업을 키우고, 클럽 문화를 활성화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회의 재원과 관심이 엘리트 선수 육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테니스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즉 "한국 테니스의 미래는 모르겠고, 나는 즐겁게 대회에 나가고, 우승하면서 상금만 받으면 된다"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br><br>테니스는 개인 스포츠이지만,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면 개인의 즐거움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동호인들이 즐기는 코트, 대회, 브랜드, 용품 시장, 레슨 시장, 미디어 콘텐츠는 모두 엘리트 테니스의 상징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지 않고, 유소년 선수가 줄어들고, 성인 엘리트 선수가 생존하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한국 테니스의 전체 매력도 결국 약해질 수밖에 없다.<br><br>따라서 동호인대회의 상금 문화도 이제는 새로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상금이 걸린 동호인대회라면, 그 일부를 유소년 선수 지원금이나 국제 투어 펀드로 적립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우승 상금의 일부를 강제로 가져가자는 뜻이 아니다. 대회 주최측이 전체 예산의 일정 비율을 엘리트 육성 기금으로 배정하거나, 참가비 일부를 '한국 테니스 미래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우승자 이름으로 주니어 선수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현재 각 생활체육 단체에서 참가비를 받을 때 주니어 기금을 별도로 받아서 엘리트 선수들에게 후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br><br>이렇게 되면 동호인대회는 단순한 상금 경쟁장이 아니라 한국 테니스 생태계의 후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동호인은 자신이 즐기는 스포츠의 미래를 함께 키우는 주체가 되고, 엘리트 선수는 생활체육의 관심과 재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상생하는 방식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7_20260605123011080.jpg" alt="" /></span></div><br><br><b>한국 테니스는 '보호'와 '도전'을 분리해야 한다</b><br>한국 엘리트 테니스의 구조 개혁은 지자체 실업팀을 없애자는 주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기능의 재설계이다. 실업팀은 선수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다만 그 안에 국제 경쟁을 촉진하는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br><br>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평가받을 필요는 없다. 국내대회와 전국체전 중심으로 팀 성과를 담당하는 선수도 필요하다. 동시에 국제 랭킹을 목표로 장기간 해외 투어에 집중하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두 선수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면 국제 투어형 선수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br><br>따라서 실업팀 안에 '국제 랭킹 육성 트랙'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 트랙에 포함된 선수는 국내대회 참가 의무를 줄이고, 일정 기간 동안 ITF, ATP 챌린저, WTA 125 대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는 국내 입상 실적이 아니라 세계 랭킹 변화, 상위 대회 예선 진입, 해외 연속 출전 횟수, 승률 개선, 상위 랭커 상대 경기 내용 등으로 해야 한다.<br><br>또한 이 트랙은 실패를 허용해야 한다. 테니스는 한두 달의 해외 투어로 성과가 나오는 종목이 아니다. 적어도 2년에서 3년 단위의 국제 도전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단기 성적이 부족하다고 곧바로 계약을 흔들면 선수는 다시 안전한 국내대회 중심 경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세계 랭킹을 만들고자 한다면, 세계 랭킹에 도달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제도적으로 견딜 수 있어야 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8_20260605123011119.jpg" alt="" /></span></div><br><br><b>필요한 것은 지원 확대가 아니라 지원 방식의 전환이다</b><br>한국 테니스가 지금 당장 생각해야 할 개선 방향은 복잡한 행정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다섯 가지 전환에서 출발할 수 있다.<br><br>첫째, 지자체 실업팀의 평가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전국체전 성적과 국내대회 입상 실적만으로 팀의 성과를 판단하지 말고, 세계 랭킹 상승, 국제대회 출전 횟수, 상위 대회 진입, 유망주 육성 성과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소속팀도 선수를 해외로 내보낼 명분을 얻는다.<br><br>둘째, 국제 투어 전용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기존의 팀 운영비 안에서 해외 대회 출전비를 조금씩 배정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국제 랭킹 육성 선수에게는 연간 단위의 투어 플랜과 전용 예산이 필요하다. 항공료와 숙박비 뿐 아니라 코치 동행, 치료와 회복, 영상 분석, 심리 지원까지 포함한 패키지형 지원이 되어야 한다.<br><br>셋째, 랭킹 구간별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대회 우승 포상만이 아니라 세계 랭킹 500위, 300위, 200위, 150위, 100위 진입 같은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선수와 지도자, 소속팀이 함께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br><br>넷째, 동호인대회와 엘리트 육성을 연결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동호인대회는 상금과 별도로 유소년·프로 전환 선수 지원 기금을 조성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대회 주최사, 후원사, 참가자가 함께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위해 일정 부분을 기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동호인 테니스가 성장할수록 엘리트 테니스도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br><br>다섯째, 협회와 지자체,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 구조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선수의 기본 소속과 생활 안정성을 제공하고, 협회가 국제대회 전략과 랭킹 관리 시스템을 지원하며, 기업은 해외 투어 비용과 장비, 의료, 항공 후원을 맡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지자체 혼자 모든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되고, 기업도 단순 기부가 아니라 명확한 성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br><br>이 다섯 가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이미 쓰이고 있는 돈과 관심을 세계 랭킹이라는 방향으로 정렬하자는 제안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5/0000013428_009_20260605123011154.jpg" alt="" /></span></div><br><br><b>'실업팀 선수'와 '프로 투어 선수'의 경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b><br>한국 테니스에서는 실업팀 선수가 곧 엘리트 선수이고, 엘리트 선수가 곧 국내대회 중심 선수처럼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계 테니스의 기준에서 보면 성인 선수의 핵심 무대는 결국 프로 투어이다. 국내 실업팀은 프로 투어로 가기 위한 기반이어야지, 프로 투어를 대체하는 최종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br><br>이 점에서 한국 테니스는 용어부터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실업팀 소속 선수 가운데 일부는 '국내 엘리트 선수'일 수 있고, 일부는 '국제 투어 육성 선수'일 수 있다. 둘은 역할이 다르다. 국내대회 성과를 내는 선수도 필요하지만, 세계 랭킹을 끌어올릴 선수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br><br>특히 주니어 상위권 선수들이 성인 무대로 넘어가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 선수는 대학 진학, 실업팀 입단, 해외 투어 도전, 지도자 전환 등 여러 갈림길에 선다. 만약 국제 투어 도전의 비용이 지나치게 크고, 실업팀 안정성이 훨씬 매력적이라면 유망주는 도전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테니스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시기에 가장 큰 경제적 위험을 선수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br><br>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세계적인 선수는 우연히 등장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배출되기는 어렵다.<br><br>지자체 입장에서 실업팀 운영은 언제나 예산 논란에 직면한다. 시민들은 왜 세금으로 특정 종목 선수단을 운영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단순히 전국체전 메달이라면 설득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우리 도시가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는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는 다른 차원의 명분이 될 수 있다.<br><br>테니스는 국제성이 강한 종목이다. 한 명의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내면 지역 이름도 함께 알려질 수 있다. 지역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유소년 캠프를 열고, 실업팀 선수가 지역 아이들을 지도하며, 시민 테니스 프로그램과 연결된다면 실업팀은 단순한 예산 소비 조직이 아니라 지역 스포츠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br><br>이를 위해서는 실업팀의 존재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선수단이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는 폐쇄적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유소년 육성, 학교 테니스 연계, 동호인 클리닉, 국제대회 자원봉사 프로그램, 지역 기업 후원 네트워크와 결합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자체의 테니스 지원은 단순한 선수 고용이 아니라 지역 스포츠 생태계 투자로 설명될 수 있다.<br><br>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엘리트 선수와 협회, 지자체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동호인 역시 한국 테니스 생태계의 중요한 주체이다.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테니스 시장이 커지고, 용품 산업과 레슨 시장, 대회 운영, 미디어 콘텐츠가 성장한다. 그렇다면 그 성장의 일부는 다시 선수 육성으로 돌아가야 한다.<br><br>동호인대회의 상금 문화가 계속 커진다면, 그 문화는 더 높은 책임감도 함께 가져야 한다.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루고 상금을 나누는 장에 머문다면, 생활체육은 엘리트 체육과 분리된 소비 문화로만 남게 된다. 그러나 대회의 일부 수익이 주니어 선수 장학금으로 이어지고, 우승자의 이름으로 국제 투어 도전 선수를 후원하고, 참가자들이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위해 작은 기금을 조성한다면 동호인대회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br><br>테니스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상대가 있어야 하고, 코트가 있어야 하며, 대회가 있어야 하고, 선수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이 생태계를 함께 지키지 않으면서 나의 즐거움과 상금만을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그것은 결국 한국 테니스 전체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br><br>지금 한국 테니스에 필요한 것은 동호인과 엘리트의 대립이 아니다. 동호인의 활력이 엘리트 선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엘리트 선수의 성장이 다시 동호인의 자부심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다.<br><br>이제 한국 테니스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선수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선수가 세계로 나가도록 만드는 구조가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실업팀을 몇 개 운영하는가"가 아니라 "그 실업팀이 세계 랭킹을 향한 사다리로 작동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동호인대회 상금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그 대회의 열기가 한국 테니스의 미래로 연결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br><br>지자체의 지원은 한국 테니스의 소중한 기반이다. 동호인의 열정은 한국 테니스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기반과 열정이 세계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테니스는 계속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순환하는 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의 폐지가 아니라 지원의 진화이다. 그리고 즐거움의 확장이 아니라 책임 있는 즐거움이다.<br><br>한국 테니스가 다시 세계 무대에 선수를 올려 보내고자 한다면, 이제 실업팀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생활체육의 풍요가 엘리트 선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테니스는 비로소 버티는 스포츠에서 올라가는 스포츠로 바뀔 수 있다.<br><br>글/최준(테니스코리아 객원 편집위원)<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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