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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KBO에 덜 떨어지고 더 휘는 ‘스위퍼’ 바람이 분다 [경기장의 안과 밖]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2
2026-05-23 04:23: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외국인 투수들이 주로 던지던 스위퍼를 장착한 투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리그 전체 스위퍼 구사율은 0.7%였는데 올해는 4.3%로 늘었다. 구속 혁명 시대, 이 변화구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5/23/0000038299_001_20260523042713381.jpg" alt="" /><em class="img_desc">NC 다이노스 투수 전사민은 국내 투수 중 스위퍼를 가장 많이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em></span></div><br><br>한국 프로야구에도 스위퍼 바람이 불고 있다. 스위퍼는 2020년대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구종이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9회 초 2사에서 일본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2번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마지막 삼진아웃으로 잡은 공이 바로 시속 87.2마일 스위퍼였다. 슬라이더와 비슷하지만 아래로 덜 떨어지고 훨씬 크게 휜다. 휘는 정도(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슬라이더가 평균 15㎝, 스위퍼는 38㎝다.<br><br>스위퍼의 역사는 짧다. 2021년에야 ‘스위퍼’라는 이름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에서는 ‘훨리’라고 불렀다. 이전에 이런 공을 던진 투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대 두 번 사이영상을 수상한 코리 클루버가 던진 독특한 브레이킹볼이 지금의 스위퍼와 비슷하다. 2010년대 후반 양키스와 LA 다저스에서 이 공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2019년 메이저리그 스위퍼 구사율은 전체 투구의 0.9%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처음으로 1%를 넘어섰고, 이후 매년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는 8.2%에 이른다. 야구 역사상 최초의 변화구인 커브(7.1%)를 넘어섰다.<br><br>KBO 리그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스위퍼를 가져왔다. 2023년과 2024년 골든글러브를 따내며 리그 최고 투수에 오른 에릭 페디와 카일 하트의 주무기가 스위퍼였다. 하지만 확산은 더뎠다. 지난해 리그 전체 스위퍼 구사율은 0.7%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4.3%로 늘어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0.7%에서 4.3%로 증가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스위퍼를 던지는 투수도 늘어났다. 2025년 22명에서 올해는 그 두 배 가까운 38명이다.<br><br>아직까지는 외국인 투수들이 스위퍼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5월4일 현재 리그 전체 스위퍼 2043구 중 80.1%를 외국인 투수가 던졌다. KIA 제임스 네일이 209구로 가장 많다. 스위퍼 투구 수 상위 10명이 전원 외국인이다. 하지만 내국인 선수 20명이 스위퍼를 던지고 있다는 점은 작지 않은 변화다. 지난해의 딱 두 배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지난해 스위퍼를 30구 이상 던진 내국인 투수는 삼성 김태훈 단 한 명이었다. 올해는 개막 한 달이 갓 지난 시점에서 김태형(KIA), 하영민(키움), 이준혁(NC), 김성진(키움) 등 네 명이다. 시즌 종료 시점에선 10명 이상으로 늘어나리라 예상된다.<br><br>스타 투수들도 스위퍼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역대 최고 왼손 투수인 류현진은 39세에 스위퍼를 익혀서 던지고 있다. KT 소형준과 롯데 박세웅도 올해 스위퍼를 레퍼토리에 장착했다. 2023년 WBC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스위퍼를 던진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점과 비교된다.<br><br>투수가 새로운 무기를 찾으려는 노력은 늘 있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파워커브, 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서클체인지업 등 외국에서 개발된 구종이 국내에 보급되며 피칭은 더 다채로워졌다. 그런데 지금 스위퍼는 한국 투수들에게 필요성이 더 커졌다.<br><br>패스트볼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그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6.2㎞였다. 구속 측정 방식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10년 전보다는 적어도 시속 3.0㎞ 빨라졌다. 야구에서 시속 144㎞와 시속 147㎞ 공은 매우 다르다. KBO 리그도 세계 야구의 ‘구속 혁명’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br><br>투수의 공이 빨라지면 타자도 적응한다. 10년이나 15년 전이라면 시속 147㎞ 공을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꽂아도 제대로 쳐낼 타자가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투수에게는 빠른 공 외에 다른 무기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대략 2000년대 중반부터 구속 혁명이 시작됐다. 패스트볼이 빨라지면서 구종 면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슬라이더 가치의 급상승이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NPB)와 KBO 리그에서도 똑같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스위퍼 확산을 단순한 유행으로 봐선 안 된다.<br><br><h3><strong>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변화구 </strong></h3><br><br>스위퍼는 그립과 투구법은 다르지만 슬라이더의 한 종류로 분류되는 공이다. 이미지와는 달리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 헛스윙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타자가 정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아웃 확률이 높은 내야 플라이가 많고, 시속 153㎞ 이상 하드히트 타구가 적다. 대신 반대손 타자에게, 가령 우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이점이 크게 줄어든다.<br><br>스위퍼는 일반적인 슬라이더를 잘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더 쉽게 익힐 수 있는 공이기도 하다. 떨어지면서 꺾이는 슬라이더는 사이드 스핀과 자이로 스핀(회전축이 공 진행 방향과 같은 회전)을 적절하게 섞어야 한다. 반면 스위퍼는 공 옆면을 끝까지 돌린다는 감각으로 던진다.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이런 투구를 더 편하게 느끼는 투수들이 있다.<br><br>그리고 스위퍼는 투심 패스트볼과 궁합이 좋다. 오른손 투수의 투심(싱커)은 우타자 몸 쪽으로 파고들고, 스위퍼는 바깥쪽으로 크게 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투구 분리’로 타자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 투심을 잘 던지는 투수라면 스위퍼가 더 좋은 무기가 된다. 올해 국내 투수 중 스위퍼를 가장 많이 던진 NC 전사민이 이런 경우다. 전사민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잘 나오지 않는 게 고민이었다. 그런데 패스트볼을 자기 투구폼과 맞는 투심으로 바꾸자 구속이 크게 올라갔다. 그러자 이용훈 코치가 스위퍼를 권했고, 지난해부터 던지기 시작했다. 올해 전사민의 스위퍼 구위는 리그 톱5 수준으로 평가된다.<br><br>동료인 이준혁도 뛰어난 스위퍼를 던진다. 2024년 11월 병역의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뒤 2군에서 독학으로 스위퍼를 연마했다. 이준혁은 글러브 방향으로 휘어지는 변화구에 적합한 팔 회전을 가진 투수(회외형·슈피네이터)다. 그래서 품질이 좋은 스위퍼를 던질 수 있었다. 처음에 이용훈 코치는 새 구종을 실전용 레퍼토리로 장착하기보다 원래 좋던, 자이로 회전을 하는 슬라이더를 권했다. 암사이드로 꺾이는 투심은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내려오는 팔 회전에 능한 투수(회내형·프로네이터)가 더 잘 던진다. 슈피네이터인 이준혁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 그런데 이준혁이 오프시즌 미국 피칭 아카데미에서 팔 회전보다는 야구공 실밥이 만드는 비대칭 공기 흐름을 이용해 투심을 던지는 법을 익히면서 해법을 찾았다. 스위퍼가 크게 휘어지는 이유도 실밥이 추가적인 무브먼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심+스위퍼 콤보가 완성됐다.<br><br>스위퍼가 다른 많은 변화구와 다른 점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공’이라는 점이다. 양키스나 다저스 같은 구단의 피칭랩, 드라이브라인과 같은 피칭 아카데미에서 이 공의 특징과 효과를 측정하고 최적의 투구법을 개발했다. 투구 트래킹 데이터와 공을 쥔 그립 및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촬영한 영상 데이터, 그리고 물리학이 바탕이 됐다. 보통 슬라이더와는 던지는 방법과 궤적이 달랐고, 변화구의 원리인 마그누스 효과 외에 실밥이 만드는 효과가 작용한다고 밝혀졌다. 실밥의 효과는 SSW(Seam-Shifted Wake, 실밥에 의한 공기 흐름 변동)라는 이론으로 정리됐다. 그래서 스위퍼라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졌다.<br><br>물론 과거에도 스위퍼와 비슷한 공을 던진 투수는 있었다. 그리고 훨씬 많은 투수가 투구 연습 도중 스위퍼를 던지고도 ‘공을 잘못 던졌군’이라고 생각해 그 구종을 버렸을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스위퍼’라는 이름이 붙자 사람들은 이 공이 지닌 특별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작명(作名)은 야구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에서 이뤄졌다. 이용훈 코치는 “NC 데이터 팀은 최고다. 선수들과 피드백을 하면서 스위퍼 투구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br><br><strong>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strong><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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