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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축구와 전쟁이 만나는 슬픈 역사의 반복 [경기장의 안과 밖]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6
2026-04-04 08:54: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이란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축구는 전쟁이 아니다. ‘전쟁처럼’ 즐겨야 제맛이 날 뿐이다. 축구는 그럴 때만 아름답다.</strong>축구 골수팬들이 좋아하는 말이 있다. ‘축구는 전쟁이다’라는 말. 축구 경기장에선 적대감이 기본값이다. 야유나 욕설이 일상적이다. 라이벌 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커플의 알콩달콩함도 이곳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선수단은 ‘스쿼드(squad, 분대)’, 팬들은 ‘아미(army, 군대)’로 불린다. 물론 축구에서 전쟁은 레토릭이다. 전쟁 같은 긴장감을 즐기고 싶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축구와 진짜 전쟁이 만날 때만큼 슬픈 일도 없기 때문이다.<br><br>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대한 베네수엘라식 속전속결은 이란에 통하지 않았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불똥이 축구까지 튀었다. 아라비아반도 전체가 전쟁 영향권에 들어가자 2025-2026 AFC 챔피언스리그 서부지구 16강 일정이 멈췄다. 4월2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파이널(8강·4강·결승) 개최도 불투명하다.<br><br>더 큰 일은 이란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참가 여부다. G조에 편성된 이란은 6월15일 벨기에전을 시작으로 이집트, 뉴질랜드와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장소가 바로 최고지도자를 살해한 ‘거대 악’ 미국이다. 이란의 아흐마드 도냐말리 체육장관은 이미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다”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월드컵 참가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맞섰다. 대회 개막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어떻게든 솔로몬의 지혜를 쥐어짜야 할 난관에 봉착했다. 이란 불참이 확정된 이후의 문제도 풀기가 쉽지 않다. 차순위 후보들도 죄다 중동 국가들이기 때문이다.<br><br>미국과 이란이 전쟁으로 축구를 멈추게 했다면, 거꾸로 축구가 전쟁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유명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1969년 축구 전쟁’이다. 1969년 두 나라는 이듬해 멕시코에서 열릴 월드컵의 지역 예선에서 만났다. 당시 양국 관계는 최악이었다. 온두라스 내에서 오랜 세월 바나나 농장으로 터전을 잡은 엘살바도르 출신 지주와 노동자들이 문제였다. 이들 숫자가 30만명을 넘기자 온두라스 정부는 토지법을 개정해 엘살바도르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강제 추방하기 시작했다. 엘살바도르 내에서도 ‘반(反)온두라스’ 감정이 격화했다. 그런 와중에 두 나라가 월드컵 출전권을 놓고 맞닥뜨린 것이다.<br><br>1차전에서 홈팀 온두라스가 ‘극장골’로 1-0 승리했다. 엘살바도르에서 가족과 함께 TV 중계를 지켜보던 18세 소녀 아멜리아 볼라뇨스가 분을 참지 못해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다음 날 소녀의 죽음은 대서특필됐다. 전국으로 중계된 볼라뇨스의 장례식에는 엘살바도르의 대통령과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참석했다. 일주일 뒤 2차전을 위해 온두라스 국가대표팀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 경기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엘살바도르 팬들은 상대 국가 연주에 야유했고, 관중석 한쪽에 있던 원정 팬들을 공격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엘살바도르가 3-2로 승리했다. 이번에는 온두라스 쪽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성난 팬들이 엘살바도르인들의 상점과 차량에 불을 질렀다.<br><br>일주일 뒤 중립지역인 멕시코에서 최종 결정전이 열렸다. 엘살바도르가 피포 로드리게스의 연장전 결승골로 드디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땄다. 엘살바도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단교를 선언했다. 패배에 격노한 온두라스 군중은 자국 내 엘살바도르인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며칠 사이에 엘살바도르인 약 1만명이 한꺼번에 자국으로 피난했다. 극단으로 치달은 감정 대립은 결국 2주일 뒤인 7월14일 진짜 전쟁으로 이어졌다. 엘살바도르 공군이 온두라스의 주요 시설을 폭격하고 지상군이 월경해 일부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 온두라스도 엘살바도르의 군사시설, 유류 저장시설 등을 폭격했다. 양측 교전은 미주기구(OAS)의 중재로 100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나흘간 전쟁으로 양측에서 1만5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양국 대표팀은 전쟁으로부터 11년 뒤에야 그라운드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br><br>축구가 전쟁의 방아쇠가 된 사건은 유럽에서도 있었다. 1990년 5월 유고슬라비아 연방 중 한 곳인 크로아티아에서 독립파 정당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이 선거에 승리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연방 대통령은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워 연방 해체를 막으려고 애썼다. 이런 와중에 유고슬라비아 1부 리그에서 빅매치가 벌어졌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연고 팀인 디나모 자그레브와 유고슬라비아 연방 및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연고 팀인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가 맞붙은 것이다. 크로아티아 독립파와 유고슬라비아 연방파의 대리전쟁이었다.<br><br><h3><strong>독립파와 연방파의 ‘축구 대리전’ </strong></h3><br><br>양쪽 서포터스가 모인 자그레브의 막시미르 스타디움은 킥오프 전부터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연방 경찰은 당연히(?) 레드 스타 팬들 쪽에 치우쳐 디나모 팬들을 곤봉과 물대포로 진압했다. 충돌을 피해 그라운드로 도망친 디나모 팬들도 경찰에 두들겨 맞았다. 이때 디나모 주장 즈보니미르 보반이 달려와 경찰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경찰이 보반을 체포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디나모 팬들이 인간 방패를 만들어 보반을 지켰다. ‘막시미르 전투’를 통해 보반은 크로아티아의 독립 영웅이 되었지만, 그의 이름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유고슬라비아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지워졌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4/04/0000038089_001_20260404085509075.jpg" alt="" /><em class="img_desc">1990년 5월13일 크로아티아 축구팀 디나모의 주장 즈보니미르 보반이 경찰을 발로 차고 있다. ©AP Photo</em></span></div><br><br>‘막시미르 전투’는 크로아티아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듬해 3월부터 크로아티아 독립군과 유고슬라비아 인민군이 교전을 벌였다. 축구 경기장에서 싸우던 양쪽의 젊은이들은 실제로 전장에 투입되어 총을 겨눠야 했다. 크로아티아는 6월25일 독립을 선언했고, 무력충돌은 1995년 11월이 돼서야 막을 내렸다.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는 축구 황금 세대를 깨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유고슬라비아 대표팀에는 드라간 스토이코비치(세르비아)를 비롯해 보반, 수케르, 프로시네츠키(이상 크로아티아), 사비체비치, 미야토비치(이상 몬테네그로) 등 월드 클래스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국가대표팀 동지들은 정치와 전쟁에 휘말려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유고슬라비아는 유로1992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발칸 스타들은 자신들의 대체자였던 덴마크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크로아티아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데뷔해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br><br>야만의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지금도 축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종목의 국제 대회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FIFA 월드컵, UEFA 유로, IOC의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은 ‘일단멈춤’ 중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유럽 예선 도중 쫓겨났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도 러시아의 자리는 없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 축구다. 한때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연고지를 떠나 떠돌이 생활 중이다. 러시아 점령지에 있는 홈구장 돈바스 아레나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전쟁 발발 이후, 샤흐타르는 르비우·하르키우·키이우를 전전하고 있다. 구단주의 사업 본거지였던 돈바스가 러시아 수중에 떨어진 상태라서 구단은 재정적으로도 어렵다. 프리미어리그 인기 팀 첼시가 로만 아브라모비치에서 미국 자본으로 넘어간 직접적 이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br><br>역사는 미친 세상에서 축구가 전쟁과 만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전화에 쉽게 다친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안다. 요즘 같은 무극화 시대라면 그럴 위험성이 증폭된다. 축구는 전쟁이 아니다. ‘전쟁처럼’ 즐겨야 제맛이 날 뿐이다. 축구는 그럴 때만 아름답다.<br><br><strong>홍재민 (축구 전문기자·레드재민tv 운영) editor@sisain.co.kr</strong><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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