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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이세돌 대국 이후 10년… 전세계 '바둑 열풍' 뒤엔 AI 있었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
2026-03-05 04:31: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상> AI와의 공존<br>'인류 지성 정점' 정체성, 10년 전 무참히 꺾여<br>바둑 인구 줄고 학과 폐지... '침체기' 속 바둑<br>"넘지 못할 벽" 인공지능 스승 삼는 기사들<br>AI 통해 세계화... 남미·유럽에도 바둑 열풍이</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1_20260305043132482.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달 27일 바둑 국가대표인 변상일 9단이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 마련된 임시훈련소에서 AI 프로그램 카타고를 활용해 훈련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em></span><br><br>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프로 15년 차 변상일(29) 9단의 시선이 격자 위 희고 검은 돌 사이를 지나 13번 흑돌에 꽂혔다. 끝난 대국을 되짚는 '복기' 작업. 승패를 떠나 더 나은 전개법은 없었는지 상대와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생각해?' 변 9단이 눈짓했다.<br><br>짧은 침묵 끝에 상대가 입을 열었다. '<strong>47.2, 31K'. </strong>수수께끼 같은 수식이 던져졌지만 변 9단은 동요 없이 바둑알을 걷어냈다. 중간중간 돌의 위치를 바꿔보고 원상복구하길 반복했다. 지켜보던 상대가 다시 의견을 냈다. '<strong>47.3, 30K'</strong>. 13번 흑돌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3만 가지 수를 검토한 결과, 현재로선 승률이 47.3%로 가장 높은 '최적수'라는 뜻이다.<br><br><strong>변 9단과 복기를 함께한 기사는 </strong><strong>인공지능(AI) '카타고'다. </strong>돌의 위치에 따라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몇 초 만에 분석해 승률을 내놓으면 기사는 가장 좋은 수를 찾는다. 이날 바둑 국가대표 훈련실의 기사들은 서로 마주 보는 대신 PC방이 연상될 정도로 빽빽히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아 충혈된 눈에 점안액을 넣어가며 모니터 속 AI와 훈련했다. 2016년 3월 9일 구글의 알파고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10년, AI는 바둑계 지형을 완전히 바꿔놨다.<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저물던 바둑에 결정타</h3><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2_20260305043132511.jpg" alt="" /><em class="img_desc">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착수하고 있다. 구글 제공</em></span><br><br>바둑계가 AI를 보는 시선은 양가적이다. 바둑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직관의 정점으로 여겨졌다.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워 연산하기 까다로운 데다, 직관에 따른 즉각적인 형세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매년 도쿄에서 국제 바둑 AI 토너먼트를 개최한 이토 다케시 일본 전기통신대(UEC) 교수는 "바둑 AI가 빠르게 진화했지만 과거에는 아마추어 기사 수준에 머물렀다"며 "하지만 알파고가 인간의 정석에 의존하지 않고 승리하자 바둑도 변화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br><br>알파고 대국이 있던 2016년, 바둑의 인기가 떨어지며 위기론이 커졌다. 한때 1,000곳 이상이던 바둑 학원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바둑을 둘 줄 알거나 여가로 즐기는 사람도 감소했다. <strong>이런 가운데 '인간 두뇌 게임의 경지'란 자부심마저 꺾이자 바둑계는 더욱 휘청였다. </strong>대국을 치른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같은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며 2019년 11월 은퇴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3_20260305043132534.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송정근 기자</em></span><br><br>명지대는 국내 유일의 바둑학과를 폐지했다. 3일 개강한 경기 용인시 명지대 바둑학과 복도에는 오가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폐과가 결정된 후 재학생 다수가 전공을 바꾸거나 휴학했기 때문이다. 바둑학과 마지막 신입생인 2024학번 학생 20여 명 가운데 이번 학기에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은 5명에 불과하다. <br><br>후배를 받아보지 못한 채 3학년이 된 김지수(23)씨는 "입학 직후 학교 측이 '바둑은 사양 산업'이라며 폐과를 통보했다. 바둑은 수에 대해 다각도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한데, 학과가 사라지며 젊은 세대 바둑의 맥도 끊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1997년 학과 창설을 주도한 정수현 명예교수도 "지난 10년은 AI에 (인간이) 이길 수 없음을 확인한 과정"이라며 "전술 이상으로 바둑 문화 자체를 총체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4_20260305043132555.jpg" alt="" /><em class="img_desc">명지대 바둑학과 재학생들이 3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학교의 빈 휴게실에서 바둑 대련을 하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em></span><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뜻밖의 묘수 된 인공지능</h3><br><br>AI 탓에 수많은 바둑 기사가 좌절했지만, 침체된 바둑을 부흥시킬 묘수 역시 AI에 있었다. '알파고 쇼크'를 딛고 일어난 바둑계가 AI와 공존을 택한 이유다.<br><br>젊은 기사들은 AI를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인정하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훈련 도구로 적극 활용 중이다. 송지훈(26) 9단도 마찬가지다. 다른 선수들이 뒀던 수나 자신이 시합에서 사용한 수를 기억해 AI와 함께 복기하며 승률과 대안을 분석한다. "대부분의 훈련을 AI와 합니다. 나보다 강한 선수가 24시간 대기 중인 셈이죠. 노력한다면 실력이 꾸준히 오를 수 있어 AI가 없던 시절보다 훨씬 좋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5_20260305043132581.jpg" alt="" /><em class="img_desc">경기 용인시 명지대학교에서 바둑 강의를 맡은 정두호 4단이 3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다룬 월간바둑 2016년 4월호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em></span><br><br>바둑계의 침체와 슬럼프로 은퇴를 고민했던 정두호(35) 4단은 알파고 대국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스승이나 고수의 견해에 좌우되던, 폐쇄적인 '옛날' 바둑과 달리 기존 틀을 깨는 독특한 수도 등장해 새로운 흐름이 왔다고 봤다. 정 4단은 "AI가 전통적인 기보상에선 절대 두지 않을 수로 이기는 걸 보고 기사들도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한국기원의 바둑 국가대표 훈련실에서도 카타고가 제시한 추천 수를 여러 기사가 함께 살피며 해석을 보태고 있었다. 예전처럼 기보를 들여다보지 않을 뿐 연구를 통한 창의력 훈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6_20260305043132605.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송정근 기자</em></span><br><br><strong>AI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위주로 돌아가던 바둑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됐다.</strong> 기계와 인간의 수 싸움이 콘텐츠로서 흥미를 끌면서 '바둑 붐'으로 번졌다. 남미에선 알파고 대국 이듬해에 첫 바둑 대회가 열렸다. 라틴 문화권 국가로 구성된 이베로아메리카 바둑연맹의 에밀 가르시아 회장은 "협회에 소속된 국가가 16곳에 달하는 등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유의미하게 커졌다"며 "기존엔 동아시아 '강자'를 찾아가 직접 배우지 않으면 실력을 키우기 어려웠는데, 이젠 AI를 통해 원격으로 공부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br><br>외국인 최초로 국내에서 바둑학 박사를 따고 명지대 교수로 부임했던 다니엘라 트링스 박사도 "모국인 독일을 포함해 유럽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바둑 대회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물론 AI가 '인간 스승'을 대체할 수는 없고 '인간의 가르침'은 여전히 초보자들에게 필수적이지만, AI로 빠르게 경기 분석이 가능해지며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바둑연맹 회원국은 1982년 29개국에서 현재 79개국으로 늘어났다.<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여전히 인간은 남는다</h3><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6/03/05/0000917630_007_20260305043132634.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 마련된 훈련실에서 바둑 국가대표 선수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카타고가 모니터에 띄운 수를 함께 살피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em></span><br><br>일각에선 AI 중심으로 바둑을 두면서 기사의 개성인 '기풍'이 흐려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AI는 도구일 뿐 수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해석은 여전히 필요하고, 그렇기에 바둑은 '인간의 게임'이라는 게 바둑계의 진단이다. <br><br>'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훈련이나 기풍에 변화가 생겼나'라는 질문을 곱씹던 변상일 9단은 카타고와의 복기를 마치고 이런 답을 내놨다. "AI로 연습한 높은 승률의 수를 외워서 경기에 옮기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strong>중반부터는 온전히 자기 실력으로 풀어야 합니다. </strong><strong>그렇기 때문에 '나의 바둑'을 두려고 강자와 계속 부딪치고 배우며 훈련하는 거죠.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strong>"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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