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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야없날' 끝났다…비행기 뜨고 야구의 봄은 이미 시작됐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2
2026-01-25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1/25/0000055299_001_20260125040008850.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해 1월 23일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를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몰려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MLB 레전드 로저스 혼스비는 야구가 없는 겨울엔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창밖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린다"고 답했다. 저술가 제리 아이젠버그는 "스프링트레이닝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분되는 일"이라고 했다. 야구 팬들에게 봄은 절기보다 먼저, 공항 검색대 앞에 선 선수들의 설레는 표정과 함께 찾아온다. 10개 구단의 캠프 명단이 발표되고 출국 사진이 포털을 장식할 때, 비로소 야구 없는 긴 겨울의 끝을 실감한다. 2026년 야구팬의 '봄'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 1월 21일 KT 위즈를 시작으로 LG·키움·한화·삼성·NC·롯데·KIA 등 10개 구단이 전 세계 각지로 향한다. 이후 3월 초까지 50일 가까이 훈련을 소화하고 귀국해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3월 28일 정규시즌 개막을 향한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는 셈이다.<br><br>스프링캠프는 단순히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겨울철 야외 훈련이 불가능한 한국 날씨 사정상 '빌드업'을 위한 필수 과정임은 분명하지만, 날씨가 전부는 아니다. 겨울철 실내 훈련이 가능한 농구나 배구, 심지어 e스포츠 팀들까지 하나같이 비시즌 전지훈련을 떠나는 이유는 '환경의 전환'이 주는 집중도와 몰입감에 있다. 구단 프런트 출신 한 야구인은 "익숙한 환경에서 출퇴근하며 훈련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고 팀워크를 다지며 오직 야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그 무형의 가치가 캠프의 본질이다. 코로나19 시절 국내 전지훈련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건 날씨 때문만이 아니라 훈련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성'이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br><br>구단들이 캠프 장소를 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단연 '야구장 시설'이다. 1차 캠프에는 보통 4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참가한다.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하는 동안 야수들은 펑고를 받고, 한쪽에서는 배팅하는 식으로 동시다발적 훈련이 이뤄져야 하는데 메인 구장 하나뿐인 곳에서는 효율적인 훈련이 쉽지 않다. 다른 조가 훈련하는 동안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팀 전체적인 훈련도 늘어지게 마련이다. 미국 애리조나가 먼 거리와 시차,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각광받았던 이유는 4면 이상의 야구장을 갖춘 압도적 인프라 덕분이었다.<br><br>대만이나 호주는 날씨 면에선 합격점이지만 시설이 문제다. 그라운드 관리가 안 되어 돌멩이가 굴러다니거나, 프로팀이 사용하기엔 구장이 열악하거나, 야구장이 한 면뿐인 경우가 많아 훈련 효율이 떨어진다. 일본은 시설 관리는 잘 이뤄지지만 주인 없는 구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키나와 온나손과 오래 관계를 다져온 삼성이나 킨 구장을 붙박이로 쓰는 KIA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팀들은 캠프 내내 구장을 떠돌며 메뚜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구단들은 매년 '날씨-시설-이동거리'라는 삼각함수 사이에서 최고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캠프 1년 전부터 일찌감치 좋은 시설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진다.<br><br>이렇게 공들여 찾은 캠프를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을 포함해 70명 넘는 인원이 대규모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40일 넘게 해외에 머물며 먹고 자야 한다. 여기에 구단당 평균 15억원에서 2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그래도 구단들은 한 시즌 성공을 위해 중요한 기간인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br><br>한국 스프링캠프의 역사는 1983년 OB 베어스(현 두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일본이 주무대였다. 해태(현 KIA)는 오사카와 고치로, 삼성은 히로시마로 향했다. OB는 1차 캠프는 대만 가오슝에, 2차 캠프는 후쿠오카와 미야자키에 차렸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라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선수 전원이 남산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가서 소양 교육을 거쳐야 했고, 신원조회도 필수였다. 군미필 선수들은 병무청으로부터 해외여행 허가를 받는 절차도 거쳤다.<br><br>전환점은 1985년 삼성 라이온즈의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캠프. 직항편이 없어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베로비치의 '다저타운'은 한국 야구에 거대한 문화적 충격을 안겼다. 맨땅에서 야구하던 한국 선수들은 4면의 잔디 야구장과 최첨단 웨이트트레이닝장, 으리으리한 캠프 시설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구단들은 실내 훈련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시절이다.<br><br>밤낮없는 '지옥훈련'에 익숙했던 한국 선수들에게 오전 훈련 후 자율 시간을 갖는 메이저리그식 훈련은 생소했다. 삼성이 야간에 조명을 켜고 추가 훈련을 하려 하자 다저스 측에서 말리는 촌극도 빚었다. 지도 방식 또한 달랐다. 미국 코치들은 한국 지도자들처럼 일방통행이나 주입식으로 선수들을 조련하지 않았다. 그보단 질문과 대화를 통해 야구 철학을 나누고 '이 훈련을 왜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을 우선했다. 당시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대목도 많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삼성은 그해 전·후기 리그에서 모두 우승해 한국시리즈 없이 통합 우승을 이뤘다. 미국에서 전수받은 '다저 웨이'는 2010년대 4년 연속 왕조 시절까지 삼성 야구의 근간을 이뤘다. 이후 많은 구단이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캠프지를 넓혀갔다.<br><br><strong>미친 물가에 3개팀만 미국으로</strong><br><br>다만 최근 들어 미국 캠프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한때 10개 구단 절반이 찾던 애리조나였지만 올해 미국 본토를 찾는 팀은 LG·NC·SSG 3개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치솟는 환율과 함께 빅맥 세트 하나에 2만원을 호가하는 살인적인 현지 물가, 천정부지로 솟은 항공료가 구단 운영팀의 한숨을 깊게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도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사태와 최근 벌어진 미네소타 사태까지 현지 상황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졌고 현지 안전문제도 늘었다. 전 세계적 기후 재앙으로 인해 미국 날씨가 예전만큼 따뜻하지 않다는 점도 대안을 찾게 만드는 이유다. 올겨울 미국에서 캠프를 소화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 캠프와 일본 캠프 비용 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진다"면서 "현지 정세 불안도 고려해서 미국 캠프는 올해까지만 진행하고 다른 나라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br><br>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캠프 장소가 바뀐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86년과 1991년에는 외환 사정 악화와 걸프전 영향으로 대부분 구단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훈련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쌍방울과 해태 등이 1998년 2월 국내 캠프를 치렀다. 2019년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노 재팬' 구호가 거세진 기간엔 일본 오키나와를 찾는 구단이 2곳으로 줄어든 때도 있었다. 2021년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전 구단이 국내에 캠프를 차렸다. 이제 구단들은 미국 본토를 벗어나 호주·대만 등으로 캠프 장소를 다변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위로 추락한 KIA 타이거즈는 관광 분위기였던 기존 캠프지 캘리포니아 대신 '야구만 하는 외딴 섬' 아마미오를 택해 독한 의지를 드러냈다.<br><br><strong>극한 훈련 대신 효율 중시하는 캠프</strong><br><br>스프링캠프의 풍경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스프링캠프는 해병대 훈련을 방불케 했다. 정신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눈 덮인 산에서 맨발로 행군하고, 얼음물로 목욕하는 등 촌극에 가까운 풍경들이 승리의 비결로 포장되면서 야구계에 유행했다. 1989년 '오대산 극기훈련'으로 화제를 모았던 태평양이 최하위에서 포스트시즌에 오르자 '지옥훈련' 열풍이 불었다. 웃통을 벗고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1990년대에도 오리걸음, 토끼뜀 같은 가혹행위가 훈련을 빙자해 행해졌다.<br><br>선수들의 의식 수준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이름만 프로지 마인드는 프로와 거리가 멀었던 옛날 선수들은 오프시즌 몸 관리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비활동 기간인 12월과 1월을 말 그대로 '푹 쉬며' 보냈고 폭음과 폭식으로 몸을 망쳤다. 겨우내 한껏 늘어난 체중을 캠프에 와서야 빼기 시작했다. 밤새워 파친코를 하느라 컨디션을 망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도박빚 문제로 팀 전체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느슨한 분위기 속에 시작한 캠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2월 하순은 돼야 했다.<br><br>지금은 다르다. 비활동 기간 훈련이 정착되면서 선수들은 이미 '완성된 몸'으로 캠프 첫날을 맞이한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을 만들거나 집에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매일 훈련하고, 야구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며, 사비를 들여 해외 개인 훈련을 떠나는 것이 상식이 됐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스타 선수들은 경쟁적으로 후배 선수들을 데리고 '미니 캠프'를 차린다. 덕분에 캠프 첫날부터 불펜 피칭을 소화하는 투수들을 보는 것도 이제 어렵지 않다. 시즌 때나 찍을 법한 구속을 캠프 첫날부터 찍는 선수도 있다.<br><br>캠프 목표도 훈련량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추세다. 코칭스태프 눈치를 보며 반강제로 하던 야간훈련은 거의 사라지는 추세다. 한때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팀이 밤늦게까지 훈련했지만, 이제는 모든 팀이 오후 2시면 훈련을 종료한다. 그 이후 시간은 자율이다. 장시간 훈련 대신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훈련하고, 타율로 단체훈련하기보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훈련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br><br>최근 들어 2군(퓨처스) 선수들의 해외 캠프가 보편화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2012년 삼성이 시작한 이 변화는 이제 10개 구단 전체로 퍼졌다. 1군이 떠난 캠프지를 2군이 이어받거나,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일본과 대만 등에 2군 캠프를 차리는 식이다. 최근엔 유망주들을 미국의 '드라이브라인'이나 '트레드 베이스볼' 같은 전문 트레이닝센터에 파견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2군 선수들에게 프로 선수로서 자부심을 심어주고, 팀 전체의 뎁스를 강화하려는 구단의 전략적 투자다.<br><br>덕분에 1군 캠프 탈락이 사형선고처럼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 1군 캠프 명단에 들지 못해도 겨울을 잘 보내고 시즌 때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신인왕 안현민도 <br><br>1군 2차 캠프 명단에 탈락했지만, 정규시즌에선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스타가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와 시즌에서 등장할까. 비행기는 이륙했고, 야구 없는 긴 겨울은 끝났다. 야구팬들의 봄은 이미 시작됐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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