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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연봉 반토막'나도 참는다… 한국 선수들은 왜 연봉중재 신청 기피할까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8
2026-01-17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1/17/0000055089_001_20260117040007097.gif" alt="" /><em class="img_desc">2021년 연봉중재 신청에 성공한 KT 위즈의 주권 선수. photo 뉴시스</em></span></div><br><br>최근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최고의 화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스인 타릭 스쿠발의 연봉중재 신청이다. 2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은 최고 투수가 구단과 연봉 합의에 실패하면서 중재위원회로 가게 됐다. 스쿠발은 3200만달러(약 470억원)를 요구했다. 투수 연봉중재 사상 최고액이다. 구단은 1900만달러(약 280억원)를 제시했다. 13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90억원의 격차다.<br><br>양측 모두 나름 논리가 있다. 스쿠발은 다른 사이영상 수상자들의 연봉을 근거로 들었다. 구단은 비슷한 연차에 비슷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비교했다. 오는 2월 예정된 청문회는 스쿠발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물론, 향후 MLB와 선수노조 간 단체협약 협상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br><br><strong>KBO, 2026 연봉중재 신청 선수 '0명' </strong><br><br>비슷한 시각,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KBO가 지난 1월 12일 발표한 2026년 연봉중재 신청 선수는 '0'명. 2021년 주권(KT 위즈) 이후 5년 연속 한 명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신청자가 나올 것"이란 소문은 돌았지만, 연봉중재 신청자는 나오지 않았다. 고민한 선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다.<br><br>과거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이 연봉중재 신청을 꺼린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 야구의 연봉중재 신청은 선수가 질 것이 뻔한 싸움이다. 역대 중재신청 98건 중 실제 위원회가 열린 건 21번, 그중 선수가 이긴 건 단 두 차례였다. 2002년 류지현(현 LG 감독), 2021년 주권. 승률로 따지면 9.5%다.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1974년 이후 총 476건의 청문회에서 선수가 203번 이겼다. 승률 43%로 비교적 선수들도 해볼 만한 싸움이다.<br><br>무엇보다 연봉중재를 신청하고 나면 '피의 보복'이 이어졌다. 2002년 LG에서 연봉중재를 신청한 4명(류지현, 김재현, 이병규, 전승남) 중 류지현을 제외한 나머지는 3년 안에 팀을 떠나야 했다. 승리한 류지현도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정원석(당시 두산)은 신청서를 냈다가 37분 만에 철회했지만 그 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2011년 '타격 7관왕' 이대호도 연봉중재에서 패한 뒤 일본으로 떠났다. 이런 이유로 2012년 이대형(신청 뒤 철회) 이후 연봉중재 제도는 오랫동안 사문화됐다.<br><br>오래 잠들어있던 제도는 2021년 주권의 신청으로 오랜만에 주목받았다. 당시 사례가 크게 이슈화되자 KBO도 움직였다. 이전과는 다른 위원회를 꾸렸다. 선수와 구단이 각각 1명씩 추천한 인사를 중재위원에 포함시켰다. 직전 시즌 공헌도, 공식 수상 경력, 과거 연봉 수준,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과 같은 나름의 기준도 마련했다. 결과는 선수 승리. 류지현 이후 19년 만이었다. 역사적인 주권의 승리로 연봉중재의 역사가 주권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앞으로 신청자가 쏟아질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br><br>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권 이후에도 신청 사례는 전무하다. 매년 고민하는 선수는 있어도 신청자는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선수 측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KBO 규약을 보면 중재위원회 구성은 총재 권한이다. MLB처럼 위원 선정 절차가 명문화되지 않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중재위원회 구성이 어찌될지 알 수 없다"며 "여전히 총재가 정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br><br>선수들의 부담감도 여전하다. 신청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보니 용기를 내서 신청하더라도 외로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도 혼자 받아야 한다. 팬들의 비판도 부담이다. 과거에도 신청한 선수들 중에는 팬들로부터 '야구도 못하는 게 돈만 밝힌다'는 비난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야구 선수들은 야구 외적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에이전트는 "본인 한 명만 주목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며 "선수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신청하는 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br><br><strong>구단과 각 세운다는 부담감도 작용 </strong><br><br>구단과 각을 세운다는 부담감도 크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구단들은 선수의 연봉중재 신청을 불편하게 여긴다. FA나 트레이드로 이적하지 않는 한 계속 팀에서 같이 가야 하는데, 자칫 서로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가 될 수 있다. 한 프런트 출신 야구인은 "한 팀에 있으면서 서로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다른 구단 얘기지만 신청한 선수에 대해 구단 프런트에서 좋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가 이겨도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다"라며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덧붙였다.<br><br>구단은 물론 야구계에서도 연봉중재 신청이란 '투쟁'을 택한 선수를 '모난'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일까. 역대 최초 연봉중재 승자인 류지현 감독은 당시 연봉중재 신청 경험에 대해 사석에서든 인터뷰에서든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주권 역시 연봉중재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승자들도 이렇게 몸을 사릴 정도다.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가 작동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정과 괘씸죄, 의리의 논리가 작동한다. 한 에이전트는 "계약문화가 정착된 미국과 우리는 정서가 다르다"며 "구단과 굳이 날을 세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br><br>과거 FA 제도가 없고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연봉 대폭 인상이 어려웠던 시절엔 선수들에게 연봉중재 신청 외에 다른 저항권이 없었다. 반면 최근엔 FA 제도 활성화로 연봉협상에서 다소 불만이 있어도 몇 년만 참자는 분위기다. 성적 좋은 선수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의 연봉 인상이 이뤄지는 경향도 있다. 연봉삭감 대상 선수들도 과거처럼 '무자비한' 수준까지는 아닌 선에서 삭감이 이뤄지다 보니 연봉중재 카드를 꺼내기 애매한 상황이다.<br><br>구단의 연봉 제시가 중재신청 마감 거의 직전에 이뤄지는 것도 신청을 어렵게 만든다. 올겨울에도 한 서울 연고 구단은 지난해 12월 말이 다 돼서야 연봉 제안을 했다. 한 지방구단은 1월 초에 공식 연봉 제안을 건넸다. 신청 마감시한(1월 10일)을 앞두고 연봉을 제안받으니 대응할 시간이 없다. 한 에이전트는 "연봉을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알려줘야 이야기를 하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br><br>사실 연봉중재 신청은 구단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모기업 눈치를 보는 야구단으로선 '일개 선수'와 연봉 하나 합의 못해서 중재신청까지 가는 건 '본부'에 가서 '조인트' 까이기 딱 좋은 건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단이 '노사' 이슈로 언론지상을 장식하는 건 모기업이 싫어할 일"이라고 했다.<br><br>만약 위원회에 가서 선수가 이기기라도 하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선수와 구단 모두 연봉중재위원회까지 가는 걸 '잡음'으로 여기는 문화. 연봉중재신청 제도가 5년째 이름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도로 남아 있는 이유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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