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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세간의 찬사 쏟아진 희대의 악녀, 김유정의 농익은 연기 내공('친애하는 X')

온카뱅크관리자

2025-11-16 13:36:4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친애하는 X’, 지옥 같은 현실이라 악마 같은 그녀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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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시작부터 강렬하다. 너무 강렬해서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아내를 죽이는 남편, 그걸 목격하고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아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엄마를 무시해 버리는 아이. 충격적인 장면이 아닌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친애하는 X&gt;는 그렇게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아이가 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톱스타가 되어 있는 장면을 연결하며, 사실 그 백아진(김유정)이라는 인물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라고 설명한다.
 소시오패스.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누구든 이용하고 조종하는 백아진은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남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두 명을 죽였다. 그 말은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들을 이용해 그 두 사람을 죽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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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 연기자라는 사실과 소시오패스라는 점은 기묘하게 어울린다. 완벽한 연기는 그걸 마주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전교 1등을 두고 경쟁하던 심성희(김이경)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김재오(김도훈)에게 접근해 하는 말은 이 인물의 소름 돋는 연기가 얼마나 사람을 격동시키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먼저 김재오에게 와락 안겨 고마움을 표한 후,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당하고만 있는 그에게 정색하며 한심하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자신이 부모를 팰 정도로 쓸모없는 인간은 아니라고 말하자 이제는 다독이듯 그를 위로한다. "너 쓸모 없지 않아. 적어도 나한테는." 그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때론 격동시키고 때론 위로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바로 백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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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의붓남매 윤준서(김영대)는 그런 식으로 완전히 그녀에게 장악당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희생조차 감수하려 한다. 윤준서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백아진 역시 그런 마음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를 살인하는데 이용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lt;친애하는 X&gt;는 이처럼 목적을 위해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악녀가 최고의 톱스타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악녀의 잔혹한 범죄들이 묘하게도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첫 번째로 그녀가 죽인 X인 엄마는 알고 보면 알코올 중독에 아이를 학대 수준으로 방치했던 인물이고, 그녀에게 당해 정신줄을 놓아버린 심성희는 부모 가진 것 하나 믿고 선민의식에 빠져 있던 인물이었다. 또 그녀가 죽인 두 번째 X인 아버지는 어린 아진을 동영상을 찍어 팔려 하고, 성장해서는 아예 섬에 팔아넘기려 했던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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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lt;친애하는 X&gt;의 악녀 백아진의 범죄가 어째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가가 드러난다. 즉 이 악녀의 탄생은 저 지옥 같은 현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뭐든 이용해 심지어 누군가를 죽이는 그 범죄는 잘 들여다보면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백아진은 스스로 악녀가 됐다. 김재오에게 "너 쓸모 없지 않아. 적어도 나한테는."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세상 사람들을 '쓸모'의 관점으로 보게 됐지만, 그건 자신 스스로도 그 쓸모를 증명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지옥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되묻는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게 뭐가 나빠?"
 &lt;친애하는 X&gt;는 소시오패스라는 인물의 프리즘을 통해 지옥 같은 세상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 지옥 속에서 마음껏 휘젓는 이 소시오패스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래서 이 인물이 보여주는 복수나 살인은 어딘가 처절하고 공허하다. 그것이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자신의 생존투쟁을 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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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아진이라는 희대의 악녀 연기로 세간의 찬사를 받는 김유정의 연기가 도드라지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악녀에게서 느껴지는 텅빈 공허함 같은 것이 그녀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게 만들어주는데, 김유정은 때론 섬뜩한 얼굴로 때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양극단을 오가며 무엇이 진심인지 무엇이 연기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내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오래도록 아역 연기로 잔뼈가 굵은 배우인지라 김유정에게 아역 이미지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lt;친애하는 X&gt;는 단박에 그 잔상을 지워버리고 다채로운 성인의 매력이 넘쳐나는 김유정이라는 배우의 얼굴을 세워 놓았다. 하필이면 소시오패스이자 톱배우라는 드라마 속 인물 설정은 그래서 김유정에게도 외부적 시선에 의해 굳어질 뻔 했던 자신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거라고 여겨진다. 어딘가 막장드라마 같은 과격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도 설득력을 부여할 만큼 김유정의 연기는 이미 제대로 농익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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