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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KBO에서 오타니·야마모토가 나오기 힘든 이유

온카뱅크관리자

2025-11-15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1/15/0000053541_001_20251115040009873.gif" alt="" />LA 다저스의 일본인 선수 3인방 오타니 쇼헤이(왼쪽부터)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가 지난 11월 1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우승을 차지한 후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photo 뉴시스·AP</div> 지난 11월 2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며 토론토의 밤하늘을 환호로 물들였다. 그 중심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등 일본 선수 3명이 있었다. 오타니는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팀 우승에 앞장섰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4승 중 혼자 3승을 올렸다. 사사키도 마무리로 맹활약했다.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일본 선수들이 팀 주역으로 우승을 이끈 장면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한때 한국야구가 '라이벌'로 여겼던 일본야구가 이제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만나면 어느 정도 엇비슷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이 우승한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4강까지 진출했다. 2009년 2회 대회에선 한국이 준우승, 일본은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 붙으면 한두 번은 한국이 이겼고 지더라도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다. 야구 저변이나 리그 경쟁력 면에서 열세는 인정하더라도, 최고 정예 멤버끼리 붙는 대표팀 경기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게 한국야구의 오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최근 10년 동안 완전히 무너졌다. 2013년 이후 WBC에서 일본은 꾸준히 4강 이상을 유지했지만 한국은 3연속 1라운드 탈락에 그쳤다. 2023년 대회에서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때 한국은 또다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일전 전적도 2013년 이후로는 성인 대표팀 기준으로 이겨본 기억이 없다. 메이저리거 비율도 마찬가지다. 2025년 기준 일본 선수는 12명이 빅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한국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올겨울에도 일본은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 투수 이마이 다츠야 등이 '최대어'로 많은 구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송성문, 강백호가 미국 도전을 선언했지만 특급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선발부터 불펜까지 강속구 투수 즐비 한국야구와 일본야구 사이에 벌어진 차이는 K-베이스볼 시리즈 참가 투수들의 구속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가 빠진 일본 대표팀은 투수진 거의 전원을 150㎞ 중후반대를 가볍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구성했다. 다카하시 히로토가 158㎞를 던지고 스미다 지히로도 패스트볼 구속이 153㎞다. 가네마루 유메토는 154㎞를, 다이라 가이마는 160㎞를, 마츠야마 신야는 159㎞ 강속구와 150㎞ 포크볼을 던진다. 사이드암 투수인 다이세이도 무려 160㎞를 던진다. 물론 한국도 161㎞/h를 던지는 문동주가 있지만 전반적인 투수진의 구속은 일본 투수진에 미치지 못한다. 2025년 KBO리그 국내 투수들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5.3㎞/h다. 10년 전(140.4㎞/h)보다는 빨라졌지만 여전히 일본과 격차가 크다. 구속의 차이는 타자들의 기량 격차로도 이어진다. 150㎞/h대 빠른 공을 리그에서 자주 상대하며 눈에 익힌 타자들은 자연히 강속구 대응력이 좋아진다. 반면 빠른 공을 구경할 기회가 별로 없는 타자들은 처음 강속구 투수를 만나면 타이밍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타자들은 하나같이 첫 시즌 때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한국 구단들이 일본 스프링캠프를 가면 연습경기에서 대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팀이 1군 주전급을 빼고 2군이나 3군급 투수를 기용해도 우리 타자들이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은 2군 투수가 올라왔는데 150㎞/h대 구속에 정교한 제구와 하체를 사용한 투구를 해서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발전은 타자들의 발전을 가져오고, 타자들의 발전이 투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 반면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에선 타자들이 화려한 개인 성적을 기록할진 몰라도 높은 수준의 야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야구와 한국야구의 격차를 만드는 요인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1/15/0000053541_002_20251115040009919.gif" alt="" />지난 11월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WBC 대비 평가전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체코 대표팀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스1</div> 15만명 vs 4000명, 저변부터 다른 출발선 일본야구의 힘은 탄탄한 학생야구 저변에서 나온다. 몇 해 전 일본 야구 드라마 '드래프트 킹'을 보다가 출연 배우들의 야구 실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야구는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일반인이 프로 수준의 동작을 흉내 내는 게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 속 배우들은 현역 엘리트 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비결은 출연한 배우들 거의 전원이 학창시절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주연은 물론 여러 조연, 단역 배우들이 야구선수 출신들로 채워져서 실제 야구 플레이 같은 사실감을 전했다. 드라마 캐스팅을 선수 출신 젊은 배우들로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야구의 넓은 저변과 파워가 느껴졌다. 이는 일본의 부카츠(동아리) 활동과 학원체육 문화 덕분이다. 2020년 기준 일본 국내 고교는 4800여곳인데 이 가운데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3900여곳으로 80%에 달한다. 일본 전국에서 야구부원으로 활동하는 등록 선수 수도 15만명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고교 야구부는 100곳 안팎이며 선수 수도 약 4000명 이하로 일본 고교 야구부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철저하게 엘리트 체육 중심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종목 이상 운동부 활동을 경험한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가 재능을 발견하고 적성에 맞으면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더러는 프로 선수가 되고, 설령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평생 팬으로 남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반면 엘리트 선수와 일반 학생이 철저히 나뉘는 한국은 프로 진출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률이 고교 졸업생 10명 중 1명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뽑힌 선수들조차 대부분 5년 이내에 방출되거나 팀을 떠난다. 결국 야구부 선수 90%는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의 운동부 활동을 말리는 이유가 된다. 어릴 때 운동부 활동을 하다가도 중학교 이상 올라가면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를 택하게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최근에는 대부분의 집이 한 자녀 가정이다. 부모들은 하나뿐인 자녀가 야구 외길을 가다가 실패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몰아붙이는 시스템이 아이러니하게도 야구 유망주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을 야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한국이 야구 잘하는 100명 중에서 국가대표를 뽑는다면 일본은 1만명 중에서 뽑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박찬호, 류현진, 이승엽이 나온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데이터와 과학으로 선수 키우는 일본 안 그래도 좋은 선수 자원이 많은 일본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성 시스템으로 더 좋은 선수를 키워낸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데이터와 과학 기반의 야구를 받아들였다. 일본의 학업병행 문화는 야구 경험과 과학 지식을 겸비한 인력들의 야구계 유입으로 이어졌다. 고교, 대학까지 야구를 경험한 선수 출신이 대학에서 학위를 딴 뒤 데이터, 트레이닝, 바이오메카닉스 전문가로 야구계에 진출하는 경로가 열려 있다. 학창시절부터 학업을 병행한 지도자들은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배우고 빠르게 받아들여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과학적인 지도방법과 새로운 훈련법 도입이 수월해지고, 이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직결된다. 특히 다르빗슈 유 등 메이저리그에서 첨단 기술을 경험한 선수들이 일본 야구계와 후배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훈련법을 전수하는 것도 큰 몫을 한다. 반면 한국은 공부와 담을 쌓고 야구만 한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새로운 이론을 공부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이론과 코칭 언어로 체계화해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리그 정상급 선수,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온 선수가 당당하게 '난 데이터 같은 거 안 본다'고 말하는 경우를 가끔 접한다. 이런 선수들이 은퇴하고 지도자가 돼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학생 레벨에선 비슷 흥미로운 건 성인 레벨에서 크게 차이 나는 한국야구와 일본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학생 시절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좋은 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고 최종 순위 5위로 6위 일본보다 앞섰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당시 대표팀 멤버들의 현주소는 크게 갈렸다. 당시 일본 대표팀에서 뛰었던 오타니는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후지나미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모리는 NPB 올스타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당시 한국 대표팀 멤버 중에 1군급으로 성장한 선수는 두산 김인태와 강승호, LG 장현식 정도다. 오타니를 상대로 안타를 날렸던 송준석과 오타니와 맞대결을 펼쳤던 이건욱은 프로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청소년 레벨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성인 레벨에서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 건 한국야구 선수 육성과 코칭에 어딘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한 스카우트는 "지금도 유소년야구나 아마야구 레벨에서 국제대회를 해보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비슷한 수준이었던 양국 선수들이 성인 레벨에서 격차가 벌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본도 최근 가파른 인구 감소와 부카츠 활동 축소로 학원 스포츠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탄탄한 저변이 있다. 고교 야구부 3900곳, 선수 15만명이라는 절대적 규모가 여전히 건재하다. 설령 부카츠가 절반으로 줄어도 한국보다 여전히 20배 많다. 반면 한국은 가뜩이나 취약한 기반에 외국 학자가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놀랄 정도로 급격한 출생률 감소가 치명타를 날린다. 한 유소년야구계 관계자는 "지방 유소년 팀 중에 해체하거나 다른 팀과 통합하는 사례가 자주 나온다"며 "고교, 대학팀들도 앞으로 몇 년 뒤엔 선수가 없어 해체하는 팀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이상 벌어진 격차가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거라는 암울한 예상을 하게 되는 이유다. 일부 야구인이 주장하는 '야구 올인'과 강훈련, 최저학력제 폐지로는 일본과 격차를 더 벌릴 뿐이다. 일본 도쿄돔 한·일전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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