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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혼합복식의 침묵을 깨라." 박주봉 감독, 한국 배드민턴에 새 숨결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81
2025-11-09 06:09: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세계랭킹 80위, 사라진 태극기, 혼합복식의 위기<br>- 금빛 전통의 몰락, '양수겸장' 시대의 종언<br>- 대표 선발 시스템 보완 절실, 채유정 은퇴의 이면<br>- 대표팀 코치진 확대와 혼합복식 전문 선발, 숲을 보는 리더십<br>- 김재현–정나은의 약진, 희망의 싹이 움튼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1_20251109060907029.jpg" alt="" /><em class="img_desc">박주봉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익산 원광대에서 열리는 코리아마스터즈 선수권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김종석</em></span></div><br><br>배드민턴 혼합복식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더군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홈페이지에 들어가 처음 발견한 이름은 세계 32위 이종민(삼성생명)-채유정 조였습니다. 하지만 채유정이 최근 은퇴했기에 사실상 의미 없는 랭킹이죠. 다시 수없이 페이지 다운을 반복한 끝에 겨우 '태극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랭킹 80위 기동주(인천국제공항)와 정나은(화순군청)이었습니다. 현역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랭킹이 8위도 아니고 80위라니요. 잠시 눈을 의심했습니다.<br><br>  한국 배드민턴은 국제무대에서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데 혼합복식은 효자 가운데 효자로 불릴 만했습니다. 올림픽에 혼합복식이 처음 정식종목이 채택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길영아와 김동문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대회 은메달은 박주봉과 나경민이었습니다. 한국 선수끼리 올림픽 우승을 다투는 집안싸움을 벌인 겁니다. <br><br>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용대와 이효정이 시상대 꼭대기에 섰습니다. 지난 200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김원호와 정나은이 은메달을 따냈습니다.<br><br>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2000년대 초반 현재는 부부가 된 김동문과 나경민이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며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밥 먹듯 했습니다.<br><br>  하지만 이젠 어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깊은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 원인은 무얼까요. 과거에는 남자복식 또는 여자복식을 하는 선수들이 혼합복식을 겸업했습니다. 박주봉은 이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김문수와 남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했습니다. 특히 박주봉은 1993년 세계 혼합단체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신설된 혼합복식 금메달에 도전하는 투혼을 보였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2_20251109060907086.png" alt="" /><em class="img_desc">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길영아-김동문. 당시 은메달리스트는 박주봉-나경민 조였다. 대한체육회</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3_20251109060907145.png" alt="" /><em class="img_desc">2008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용대와 이효정. 채널에이 자료</em></span></div><br><br>김동문 역시 혼합복식 우승에 이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하태권과 금메달을 추가해 올림픽 2관왕이라는 위업을 이뤘습니다. 김동문은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모두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겁니다. <br><br>  이용대는 어떤가요. 그 역시 혼합복식뿐 아니라 정재성, 유연성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도 셔틀콕 제왕이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br><br>  이런 '양수겸장'의 전통은 서승재와 김원호에게도 이어지는 듯했으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서승재와 김원호는 남자복식에만 전념하게 됐습니다. 선택과 집중 덕분이었을까요. 한국 선수로는 9년 만에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가 된 서승재와 김원호는 지난달 말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시즌 9관왕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br><br>  그렇다고 두 종목에서 모두 최강의 자리를 지킨 배드민턴 선배들이 서승재와 김원호에게 "나 때는 말이야"라고 뭐라 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 추세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br><br>  대한배드민턴협회 임방언 전무(정관장 감독)는 "예전과 달리 요즘 선수들은 국가를 불문하고 체력 부담 등을 이유로 2종목 출전을 꺼리는 분위기다"라고 전했습니다.<br><br>  그러면 왜 한국만 유독 혼합복식 전력이 급격하게 약화한 걸까요. 기존 대표 선발 제도가 혼합복식 전문 선수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4_20251109060907197.png" alt="" /><em class="img_desc">마땅한 혼합복식 파트너를 찾지 못해 은퇴를 선언한 채유정. </em></span></div><br><br>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복식 선수를 선발한 뒤 그 인원 중에서 남자(여자)복식과 혼합복식을 같이 하는 시스템입니다. 혼합복식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펼친 채유정이 최근 전격적으로 은퇴한 이유도 대표팀에서 마땅한 남자 파트너를 찾기가 더 이상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채유정은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혼합복식 종목이 없다. 그래서 여자복식으로 선발전을 뛰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긴 시간을 혼합복식 선수로 쭉 달려왔다. 여자복식으로 도전하기에는 너무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그럴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br><br>  그나마 올해부터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을 중심으로 혼합복식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안세영과 김원호-서승재를 월드스타로 끌어올린 박 감독은 20년 가까운 일본 대표팀 사령탑 시절 혼합복식의 전력을 급성장시킨 경험까지 있습니다. 일본 배드민턴 혼합복식은 아시아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했으나 박 감독의 지도력에 힘입어 최근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동메달리스트를 배출했습니다.<br><br>  박주봉 감독은 "일본에서 혼합복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혼합복식 유망주를 주니어 레벨에서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전담 코치까지 배정하면서 서서히 효과를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5_20251109060907254.jpg" alt="" /><em class="img_desc">한국 대표팀 선발 및 훈련 시스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박주봉 감독. 김종석</em></span></div><br><br>박 감독은 지난달 부산 전국체전 기간에는 혼합복식 선수 육성을 위한 대표 선발 제도 개선을 주장하며 채유정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박 감독은 "혼합복식도 엄연히 배드민턴 5개 종목 가운데 하나다. 방치 상태가 계속된다면 진정한 배드민턴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라고 충고했습니다.<br><br>  하지만 대표팀에 혼합복식 전문 선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팀 전체 인원수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존 남자 복식이나 여자 복식 선수가 줄어들 수 있어서입니다. 배드민턴 실업팀들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국내 대회인 전국체전의 경우 단체전에 혼합복식이 없습니다. 따라서 남자(여자)복식에만 치중하는 겁니다.<br><br>   전북 익산 원광대 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코리아마스터즈 배드민턴 선수권에 참석한 김동문 회장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내년부터 대표선발전에 혼합복식 전문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다"면서요.<br><br>  이처럼 오랜 세월 해외에서 지도자로 이름을 날리다 돌아온 박주봉 감독은 한국 배드민턴 발전을 위한 대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할 시기라는 겁니다. 선수를 키우는 데는 우수한 지도자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박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7명의 코치진을 9명까지 늘렸습니다. 대한체육회 지원 코치 1명에 대한배드민턴협회 지원 코치 1명이 추가된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1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마다 2명의 코치가 있어야 코칭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br><br>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살림이 펴져야 대표팀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지론입니다. 틈나는 대로 선수들에게 팬과 후원업체의 소중함과 함께 훈련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폰서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br><br>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라켓, 신발 등에 대한 개인 협찬 허용에 따라 거액의 계약금을 챙기며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개인 에이전트까지 둔 선수도 있을 정도입니다.<br><br>  상대적으로 코치진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많습니다. 박 감독이 틈나는 대로 후원업체에 코치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이유입니다.<br><br>  박 감독은 코치들에게도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대표팀 전력 극대화에만 치중하며 훈련 외적인 부분에서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9/0000011952_006_20251109060907314.jpg" alt="" /><em class="img_desc">침체를 겪는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김재현-정나은. 요넥스 제공</em></span></div><br><br>박 감독의 이런 열정에 선수들도 힘을 더 냈을까요. 한국은 8일 열린 준결승에서 남자복식 이종민(삼성생명)-왕찬(국군체육부대), 여자복식 김소영-이서진(이상 인천국제공항) 혼합복식 김재현(요넥스)-정나은(화순군청)이 나란히 결승에 올랐습니다. 특히 김재현과 정나은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번 대회에서 탄탄한 팀워크를 발휘해 혼합복식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br><br>  혼합복식의 명맥을 잇기 위한 박주봉 감독의 노력은 단순한 종목 강화를 넘어 한국 배드민턴 전체의 체질 개선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성기를 향해 셔틀콕이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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