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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돌아온 스토브리그, '썰쟁이'도 돌아왔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
2025-10-25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0/25/0000053110_001_20251025040010055.gif" alt="" /><em class="img_desc">KIA타이거즈 박찬호. photo 뉴스1</em></span></div><br><br>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선언되는 순간, 야구판에는 또 다른 시즌 '스토브리그'가 개막한다. 그와 동시에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SNS)는 매일 올라오는 수십 수백 개의 '썰'(루머)로 뒤덮인다. "금요일에 핵폭탄 터진다" "A 선수 수도권 구단 입단 확정" "B 구단 감독 후보로 C 코치 유력" "D 선수 곧 은퇴"….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그럴듯한 정보들이 난무한다. 어떤 건 적중하고 어떤 건 허공으로 사라진다. 팬들은 속는 줄 알면서도 클릭하고, 공유하고, 설레고, 분노한다. 스토브리그를 다른 말로 '썰쟁이의 계절'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br><br>물론 인터넷에 올라오는 썰의 대부분은 황당무계한 가짜 정보나 망상인 경우가 많다. 순수 100% 뇌속에서 창작한 상상, 실제 야구판이 돌아가는 원리를 전혀 모르고 쓴 소설, 사실관계나 규정을 잘못 알고 쓴 헛소리가 대부분이다. 실제로는 관계가 좋지 않은 야구인들을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만 보고 관계가 좋다고 착각해서 하나로 엮는 경우도 있다.(모 코치가 모 감독 따라 어느 팀 간다!)<br><br>하지만 수백 발의 오발탄 중에 아주 드물게 명중하는 한 발 때문에 사람들은 썰과 '지피셜'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다. 가끔 온라인에 올라오는 썰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2021년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인수를 앞두고 게시판에 올라왔던 '핵폭탄' 썰이 대표적이다. 기자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조차 모르고 있던 얘기가 게시판에 올라와서 야구계를 발칵 뒤집었다.<br><br>양의지의 NC행이나 김경문 감독의 사퇴, 유영준 당시 단장의 감독대행 취임을 정확하게 맞힌 유저도 있었다. 처음엔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두 번 세 번 적중하자 나중에는 해당 유저가 글 올리는 날만 기다릴 정도가 됐다. 주요 선수의 FA 이적,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도 발표 전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정확히 적중하는 경우가 있다. 며칠 뒤 구단 공식 발표가 나오면 팬들은 환호한다. "이분은 진짜다!" 그 순간부터 그 아이디는 신뢰를 얻는다. 다음 썰도, 그다음 썰도 사람들은 귀 기울이게 된다. 심지어 언론조차도 이런 썰을 신경 쓰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한 구단 홍보팀장은 "게시판에 올라온 얘기를 보고 언론에서 전화해서 사실이냐고 묻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며 한숨을 쉬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0/25/0000053110_002_20251025040010114.gif" alt="" /><em class="img_desc">KT위즈 강백호. photo 뉴스1</em></span></div><br><br><strong>기자들로 낚이는 루머</strong><br><br>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스포츠계도 비슷한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팬들 사이에선 '센텔드(Centel'd)'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NBACentel이라는 패러디 계정의 가짜뉴스에 속았다는 뜻이다. 케빈 듀란트, 드레이먼드 그린 같은 NBA 스타 선수들은 물론 유명 해설자들도 이 계정에 속았다. 볼색 스포츠(Ballsack Sports)라는 계정은 더 악명 높다. 2021년 등장한 이 계정은 가짜 선수 인용구로 수천 명을 속였다. 문제는 ESPN과 폭스뉴스 같은 주요 언론사마저 이들의 가짜뉴스를 실제 뉴스로 보도했다는 점이다. 한 구단 단장이 라디오 방송에 직접 나와 "볼색 스포츠 트윗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공개 호소할 정도였다.<br><br>가짜 기자 계정도 기승을 부린다. NBA 유명 기자였던 워즈나로스키를 흉내낸 계정, 워싱턴포스트 기자 사칭 계정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계정은 수익까지 창출한다. NBACentel은 트위터(현 X)의 수익 창출 외에도 해외 스포츠베팅 업체 홍보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CNN은 "수천 명이 매일 볼색 스포츠의 가짜 선수 인용에 속는 것은 사회가 정치적 허위정보를 다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주지 못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br><br>그렇다면 한국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썰쟁이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구단 관계자들과 야구계 인사들을 만나 물었다. 썰쟁이 종류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가장 흔한 부류는 그냥 네티즌의 창작 소설이다. 야구계 인사이더들이 보면 코웃음칠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다음 단계는 나름대로 소스가 있고 '취재'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올리는 썰이다. 선수나 구단 직원 등 야구 인사이더로부터 전해들은 단편적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이 살을 붙여 올리는 식이다. 야구장을 자주 드나드는 야구용품, 에이전시, 이벤트 대행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의심 대상이다. 이런 이들이 올린 글이 이따금 적중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썰'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든다.<br><br>이보다 더 구단과 밀접한 경우도 있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 계열사 직원들이다. 전 KBO리그 구단 관계자는 "경험상 야구단 사람이 자기 구단 정보를 재미삼아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본사 사람, 야구단이 아닌 그룹 다른 계열사 쪽에서 야구단 얘기를 듣고 글을 올리는 경우는 있다. 자기 일은 아니니까. 야구단 얘기는 가십성이라 재미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 커뮤니티에 보면 굉장히 잘 맞히는 썰쟁이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 올리면 거의 다 맞히는 수준이다. 아이디도 드라마 '스토브리그' 등장인물 이름이다. 야구 관련 거래처 사람이나 계열사 관계자나 선수 지인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br><br><strong>여론에 취약한 국내 프로야구단</strong><br><br>하지만 모든 썰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문제는 이른바 인사이더, 진짜 고급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이 의도를 갖고 정보를 '흘리는' 경우다. 한 지방구단 홍보 관계자는 "분명히 의도를 갖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구단 특정인에게 타격을 주거나, 구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보여서 괘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경우엔 완전히 결정나지 않은 사안을 의도적으로 올려서 팬들의 여론을 조종하고 구단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br><br>국내 야구단은 여론에 상당히 취약하다. 주요 선수나 코칭스태프 영입 관련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 여론이 움직이는데, 이때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일 경우 구단이 일을 처리하기 곤란해진다. 구단 윗선이나 모기업에서 부정적 여론을 우려해 중단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 트레이드 정보가 미리 알려진 뒤 엎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감독 선임 과정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는 것도 미리 후보가 알려지면 여론이 반발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br><br>그런데 이런 여론을 구단 내부 권력 투쟁과 사내 정치에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한 전직 야구단 관계자는 "구단 내에서 자신과 다른 라인, 내부 경쟁자를 쳐내기 위해 썰을 올리는 일이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과거 모 구단의 경우 신임 단장이 기존 내부자들을 제치고 그 자리에 올랐다. 이에 기존 사람들이 새 단장을 쳐내기 위해 구단의 이런저런 얘기를 밖에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야구인도 "단장이나 윗사람을 끌어내리려고 다른 라인에서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거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숨기면서 공격이 가능하다"고 증언했다.<br><br>에이전트들도 이런 의도로 썰을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한 야구인은 "에이전트들이 썰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을 거다. 선수들 몸값을 올리고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스토브리그에 썰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가령 FA 시장에 나온 A 선수가 있으면 B구단에서 관심이 있다는 '썰'을 올려서, A 선수를 영입하려고 검토하는 다른 구단을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조성될수록 몸값이 오르는 원리다. 물론 에이전시 관계자들은 "그런 식으로 일하면 신뢰를 쌓기 힘들다"며 강하게 부정하지만 구단 쪽에서는 계속해서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br><br>자기 구단의 문제를 덮기 위해 다른 구단 얘기를 일부러 흘리는 경우도 있다. 한 야구인은 "일부 구단의 경우 다른 구단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린다는 느낌이 있다. 자기들 구단에 부정적 일이 터졌을 때, 다른 팀을 이용해서 물타기하려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과거 여러 구단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을 때, 정작 사건의 발단이 된 팀은 따로 있는데 어디선가 우리 팀 얘기를 흘려서 우리 팀 선수들만 집중 포화를 맞았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팀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비판은 우리 팀에 집중됐다"고 혀를 찼다.<br><br>이런 사례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썰을 다 믿을 수 없고 믿어선 안 될 이유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재미로 올리는 썰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정보가 있어서 올리는 썰도 의사결정권자 본인이 아닐 경우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단의 의사결정은 최종 발표가 나기까지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처음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다루는 정보와 일반 직원, 선수 지인, 관계자 가족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질적으로 다르다. 썰이 올라간 이후 결정이 달라지거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틀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타율 100%라는 썰쟁이도 종종 헛방을 날리는 이유다.<br><br><strong>철통보안도 무용지물</strong><br><br>반대파를 끌어내리려고, 소속 선수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등 음험한 의도로 올리는 썰일 경우에는 여기에 반응하고 여론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올린 사람이 나쁜 의도를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출당해 새 팀을 찾는 선수에게 '어느 구단과 계약한다'는 거짓 정보는 아픈 상처를 더 후벼판다. 멀쩡히 뛰고 있는 선수에게 '트레이드된다'는 소문은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완전히 결정나지 않은 사안을 의도적으로 올려 팬들의 여론을 조종하는 행위는 구단 업무를 방해한다. 구단 내부의 권력 투쟁 도구로 사용되는 썰은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br><br>일부 구단에선 '썰쟁이'를 색출하려고 함정을 놓기도 하고, 입단속을 시키거나 비밀유지각서를 요구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썰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사실 썰에 대처할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아무리 철통 보안을 유지해도 어떻게든 정보는 새어나가고, 사내 정치는 계속되며, 과시욕에 불타는 이들은 주워들은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게 마련이다. 야구 열기가 뜨거운 만큼 정보를 원하는 팬들의 궁금증도, 썰쟁이들의 욕망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가장 좋은 건 결정된 일은 묵혀두지 말고 빨리 발표하는 것"이라며 "빨리 공개하는 것 말고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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