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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동물의 언어 해독한 AI…인간과 ‘대화’ 가능해질까

온카뱅크관리자

2025-10-05 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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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언어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문법적 구조가 동물에게도 부분적으로 존재함이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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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공지능(AI)이 동물의 소리를 분석해 그 의미를 해독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인간만의 특권으로 여겨졌던 언어적 조합 능력(compositionality·조합성)이 일부 동물에서도 확인되면서 인간 언어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문법 구조가 동물에게도 부분적으로 존재함이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유인원과 고래, 조류의 복잡한 음성 체계를 통해 ‘언어’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다. 특히 AI 기술이 이러한 분석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면서 단순히 동물의 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언젠가는 인간이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멜리사 베르테 프랑스 렌대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열대우림에서 보노보 무리를 6개월간 관찰했다. 그 결과 보노보들이 다양한 음성을 조합해 문장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둥지를 함께 짓는 상황에서 ‘이걸 하자’라는 의미의 짧은 비명과 ‘나를 봐’라는 의미의 낮은 소리를 함께 내며 “함께 하자”는 의미를 전달했다. 또 ‘이걸 하고 싶다’는 신호음 뒤에 ‘함께 있자’는 휘파람을 더해 평화로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외 동물도 문법적 규칙에 따라 소리를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30마리의 성체 보노보로부터 700개의 음성을 기록해 그들이 한정된 음소를 네 가지 방식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중 하나는 단순히 의미를 더하는 수준의 ‘단순 조합성’이었으나 나머지 세 가지는 한 음성이 다른 음성의 의미를 수정하는 ‘비단순 조합성’이었다. 각각의 소리 뜻을 단순히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소리들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뜻이 만들어지는 구조로 인간 언어가 문장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유사한 현상은 침팬지에서도 관찰됐다.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야생 침팬지에게 가짜 뱀을 보여주며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침팬지들은 ‘경고음’과 ‘모집음’을 결합해 동료들을 불러모아 위협에 공동 대응하도록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휴식’의 의미를 가진 소리와 ‘놀이’를 뜻하는 숨소리가 결합될 때 침팬지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 함께 쉬는 행동을 보였다. 각각의 소리만으로는 그런 행동을 유도할 수 없었지만 두 소리가 함께 사용되자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 것이다. 침팬지들도 인간처럼 소리를 조합해 문장처럼 새로운 뜻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고래 연구에서도 인간 언어와 닮은 특징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비영리단체 ‘세티(CETI) 프로젝트’ 연구팀은 카리브해 도미니카 해역에서 향유고래의 음성과 행동을 장기 추적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고래가 내는 ‘코다(coda)’라 불리는 클릭음을 분석한 결과 리듬과 속도 차이에 따라 고유한 ‘음소 체계’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가스퍼 베구시 CETI 연구원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향유고래의 소리를 모사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래의 코다에서 영어의 모음 'a', 'i'와 유사한 음형을 찾아냈으며 주파수 변화를 통해 상승·하강·상승-하강 등의 패턴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베구시 연구원은 "인간 언어에서 모음이 결합해 이중모음을 이루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를 통해 동물의 복잡한 의사소통 방식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언어의 기준을 새롭게 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언어는 인간의 사고 능력과 연결된 고유한 체계로 여겨졌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동물도 일정 수준의 규칙과 의미를 갖춘 소리 체계를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언어를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볼지, 혹은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까지 포함해 더 넓은 개념으로 정의할지 논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AI 연구자 데이비드 로빈슨은 “AI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동물 의사소통을 해석하고 있다”며 “언젠가 우리가 동물과 실제로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인간 언어의 모든 특징이 동물에게서 발견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찰스 호켓이 제시한 16가지 언어 특성 가운데 ‘시제 이동성(displacement)’, ‘생산성’, ‘이중성’은 아직 비인간 동물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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