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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침팬지 어머니' 제인 구달 별세…한국 수차례 방문, 환경 보전 메시지 전해

온카뱅크관리자

2025-10-02 13: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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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구달 박사. 템플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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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발표하며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10월 1일 자연적 요인으로 별세했다. 그녀는 미국에서의 강연 투어로 캘리포니아에 있었다"며 "동물행동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은 과학을 혁신시켰다”고 했다. 
 ● 아프리카 방문이 영장류 연구의 시작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의 첫 번째 생일 선물은 주빌리(Jubilee)라는 이름의 침팬지 봉제 인형이었다. 구달 박사는 어린 시절부터 '타잔', '닥터 두리틀' 같은 야생 동물 이야기책을 즐겨 읽었고 언젠가 아프리카에 가 타잔처럼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1957년 어린 시절 친구가 케냐의 농장에 놀러 오라고 초대하자 그는 식당 종업원 일을 하며 돈을 모아 떠났다. 이때 케냐의 나이로비 박물관에서 만난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와의 인연을 계기로 영장류 연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1960년대 아프리카 탄자니아 서쪽의 곰베 지역으로 가서 야생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평생을 동물행동 연구에 전념했다.
 구달 박사는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도구 제조와 사용을 야생 침팬지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64년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구달 박사는 장기간 야생 상태의 침팬지를 체계적으로 관찰·연구하는 방식으로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단순한 울음소리를 넘어 다양한 소리와 몸짓으로 풍부하게 의사소통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장기간 관찰을 거듭할수록 침팬지들의 성격과 위계 질서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부는 지배적이었고 일부는 친절하거나 잔혹했으며 다수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이후 구달 박사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곰베에서의 관찰 결과를 논문과 대중 저서로 발표했다.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이고 개성을 강조한 점은 일각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연구는 여러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침팬지와 유인원 연구를 확장시켰다. 캐서린 크록포드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구달 박사의 책을 읽고 정글로 나갈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마틴 서벡 하버드대 교수는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창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구달 박사의 연구는 인류 진화를 넘어 전염병 연구로도 이어졌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바이러스학자 베아트리스 한과 협력해 곰베 침팬지에서 HIV 유사 바이러스(SIV)를 발견했다. 구달 박사가 남긴 침팬지의 가족·사회적 상호작용 기록은 SIV 확산 과정을 추적하는 핵심 자료가 됐다. 한 박사는 “제인의 협력 의지가 연구 성공에 매우 중요했다”며 “그는 진정한 과학자였다”고 회고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 사회의 어두운 면도 기록했다. 유아 살해와 같은 폭력적 행위를 목격했지만 동시에 침팬지의 풍요로운 삶과 복잡한 사회성을 함께 기록했다. 
 구달 박사는 1977년 본인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설립해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호 등에 앞장섰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주도하도록 하는 글로벌 프로그램 ‘루츠앤슈츠(Roots &amp; Shoots)’를 운영 중이다. 구달 박사는 연평균 300일을 세계 각국을 여행, 현지 당국·지역사회와 만나며 자연 보전을 위한 인간의 변화를 호소했다. 이 같은 세계여행은 90대가 되도록 계속됐다.
 ● 한국과 인연 깊어…'제인 구달의 길' 조성 
 구달 박사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1996년 첫 방한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시민과 학생들에게 생태와 환경 보전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4년과 2007년에는 이화여대에서 강연을 진행했고 2012년에는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활동했으며 같은 해 이화여대로부터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달 박사의 이름을 딴 공간도 한국에 존재한다. 2014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는 구달 박사의 탄생 80년을 기념해 ‘제인 구달의 길’이라는 숲길이 조성돼 방문객들에게 그의 생태 철학을 전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안양 학의천을 방문해 복원된 하천 생태계를 둘러본 뒤 이를 '희망의 상징'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한국에서 환경·평화 메시지를 강조하는 활동도 이어왔다. 2023년 7월 생명다양성재단 초청으로 방한했을 당시 DMZ 인근 파주 장산 전망대를 찾아 한반도의 평화 회복과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쪽을 바라보며 한반도의 재통합 가능성에 희망을 품는 발언도 남겼다.
 그의 업적은 국내에서도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제21회 만해대상 실천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 사회에서 보전 활동의 가치를 재조명받았다. 2017년 구달 박사는 동아사이언스가 운영하는 시민과학 프로그램 '지구사랑탐사대' 대원 20여 명을 포함한 200명의 한국 청중을 대상으로 ‘자연: 다양한 자아실현의 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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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지구사랑탐사대원을 포함한 청중들에게 제인 구달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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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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