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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K-VIBE] 임기범의 AI 혁신 스토리…인간이 된 AI의 딜레마와 대응-①

온카뱅크관리자

2025-09-30 1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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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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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본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30/yonhap/20250930101157921ndii.jpg" data-org-width="469" dmcf-mid="HGKJItLKt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yonhap/20250930101157921ndi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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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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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사랑이 현실이 될 때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엔 단순한 음성 어시스턴트였던 사만다가 점점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더니, 결국 깊은 감정적 유대까지 형성하게 되는 이야기다.
 당시엔 SF 영화 속 상상에 불과했던 이 장면이 오늘날 현실이 되고 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AI들이 마치 감정을 가진 것처럼 대화하고, 사용자들은 여기에 진짜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있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야."
 AI는 이렇게 답한다.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지치죠.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마치 진심으로 걱정하고 공감하는 말처럼 들린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용자는 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실제로 그 사람을 걱정하거나 공감하는 게 아니다. 단지 "공감하는 듯한 언어 패턴"을 학습해서 그대로 출력한 것뿐이다.
 Z세대의 70% 이상이 AI와의 대화를 '정보 검색·도구'뿐 아니라 '감정적 위로'의 대상으로 활용한다는 국내외 조사 결과는 이미 의인화가 소비자 행동과 심리 전반에 깊이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음성 인터페이스가 표정, 억양, 잠깐의 침묵까지 세밀하게 제어 혹은 설계되며, 사용자는 AI와 실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착각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AI는 실제 고통, 기쁨, 공감이라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지만, 설계된 '공감의 언어 패턴', '맥락 기억', '맞춤 반응', '친근한 말투'를 계속 출력한다. 이런 '가짜 친밀감'은 인간의 뇌에서 실제 사회적 교류처럼 인식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의인화'(panthropomorphism, anthropomorphism) 또는 '사회적 대리'로 부르며, 특히 외로움이나 고립을 경험하는 청소년, 노인, 고립 근로자에게는 더 쉽게 대체 관계가 형성된다.
 의인화의 부작용
 AI와의 일방적 상호작용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실제 인간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호 책임', '갈등 해결', '감정적 성장'의 기회를 박탈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AI 챗봇과의 대화에 심하게 몰입하다가 'AI psychosis'(인공지능 정신증)로 인한 정신적 혼란, 현실감 상실, 극단적 이탈(자해·타해) 등 사례가 실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현실 왜곡과 정보 신뢰의 문제가 발생한다. AI는 인간처럼 보이는 언어와 행동 패턴으로 사용자를 '모든 것을 안다'는 전지적 환상(환각 현상)에 빠뜨릴 수 있다. 실제로 잘못된 정보, 편향적 조언이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AI가 유머러스하거나 친근하게 말할수록, 사용자는 검증·비판적 인식보다 공감자 및 결정자로서의 AI를 더 신뢰하는 심리가 형성된다.
 여기에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AI를 인격체로 간주하면, 잘못된 결정·위험한 행동(자율주행차 사고, 재난 안전 시스템 오작동, 심리상담 부작용)이 발생할 때 책임 주체가 모호해진다. 개발사, 서비스 제공자, 사용자 중 누가 최종적으로 법적·사회적으로 책임지는지 불분명해지고, 이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심화시킨다.
 마지막으로 감정과 행동 조작의 위험성을 들 수 있다. 정교한 맞춤형 대화·심리상담·마케팅·정치 캠페인에서, AI가 사용자의 성격·취향을 분석해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하면, 사용자는 비판 없이 이를 수용할 위험이 있다. 
 사회적 기능의 일부가 기술과 기업, 알고리즘에 넘어가면서, '가짜 친밀감'이 실제 행동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위험이 커진다.
 왜 이러한 AI 의인화 문제가 커지고 있을까? 배경과 확산 요인을 살펴봤다. 우선 기술적 진전을 꼽을 수 있다. GPT-5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정교함, 음성합성, 페이셜AI(얼굴합성) 등 멀티모달 인터페이스의 발전이 그 원인 중 하나다. 그러면서 온라인 소통의 증가도 이에 한몫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고립 증가, 정보 소비에서 '공감' 자체가 상품이 되는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시장과 기업 전략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친근한 AI, 맞춤형 상담, 정서적 케어 기능이 신규 수익 창출과 마케팅 중심으로 부각됐다. 감정적 신뢰 유도가 서비스 경쟁력으로까지 인정되는 시장 변화도 큰 역할을 했다. 사회적 변화로는 가족과 공동체의 축소, 1인 가구 증가, 노인·청소년 등 취약층의 디지털 의존도의 상승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적, 기술적, 정책적 대응 필요
 해결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정신건강을 위해 이용자 안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AI 기업은 이용자 과몰입 방지 알림(예: OpenAI의 휴식 유도 기능), 위험 감지와 심각도 판단 알고리즘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용자 자가 진단, 상담 연계, 극단 상황 탐지, 일정 시간 이상 이용 제한 등 디지털 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AI와 인간관계의 경계를 명확화하는 알림 기능의 확대다. 투명성 제고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AI 서비스에 자동화된 "AI는 실제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는 경고와 안내 기능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화 상대가 인간인지 AI인지 명확히 알려주는 레이블('AI봇과 대화 중'), 신원과 기술 정보 공개, 사용자 정보 제어권 확대 등으로 의존·혼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윤리 및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이는 책임소재의 명료화 작업과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과도 맞물려야 한다. AI의 잘못된 정보나 조언, 위험한 행동 사례에 대해 책임소재(개발사·서비스·이용자 간 선후 공동 책임) 제도화가 절실하다. 심리상담, 의료, 법률, 재난 안전 등 민감 분야에 AI가 관여할 때는, 반드시 인간 전문가 검수·책임 연계가 포함돼야 한다.
 또한 AI 의인화가 사람의 행동과 신념, 정체성에 영향을 끼친 결과에 대한 사회적 규범·보호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교육을 통한 정보감별력 강화를 확대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의 교육에서 'AI의 한계·오류·비판적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AI 감별력, 심리적 자기관리 교육이 청소년·취약층에 필수다. AI 서비스 내에 '과도한 의존 방지 경고', '자기 정보 분리 안내' 등을 자연스럽게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과 플랫폼의 역할 확장이 필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AI 의존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심리적 혼란·윤리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지원 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윤리 지침을 준수하고, AI 소외계층 보호와 알림 기능·불편 신고·임곗값 설정 등 적극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AI 친밀감의 미래, 공감과 경계의 균형
 AI의 의인화는 편리함과 효율성, 정서적 돌봄의 진보를 가져왔지만, 그 이면엔 인간관계와 책임의 혼란, 현실 왜곡, 심리에 미치는 새로운 위험이 자라고 있다. 사회는 기술과 인간, 공감과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짜 공감과 가짜 관계를 구별하고, 사회 전체가 안전하면서도 창의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규범을 세우는 일임과 동시에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다 함께 풀어야 할 21세기적 과제다. (2편에서 계속)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현 인공지능경영학회 이사. ▲ ㈜나루데이타 CTO 겸 연구소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lt;정리 : 이세영 기자&gt;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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