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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10년 전 '중력파 키즈'였던 과학자 "R&D 예산 삭감으로 매일 악몽"

온카뱅크관리자

2025-09-23 17:57:3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이경하 성균관대 교수 "한국 중력파 연구, 지금이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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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경하 성균관대 교수.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4337pknn.png" data-org-width="680" dmcf-mid="zmPihAj4L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4337pknn.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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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하 성균관대 교수.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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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이었죠. 학생들에게 월급을 못 줄까봐 6개월간 거의 매일 악몽을 꿨어요. '한국에 왜 돌아 왔을까' 후회도 했죠. 이게 지옥이구나 싶었습니다." 
 '중력파' 검출 10주년을 기념해 이달 초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에서 만난 이경하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R&amp;D) 삭감 여파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2015년 9월 14일은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가 처음 관측된 날이다. 이 교수는 전 세계 중력파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30대 연구자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서 중력파 연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돌아왔지만 3년 뒤 그가 맞이한 건 잠 못 이루게 만드는 '불안감'이었다. 
 ● 학부 시절, 중력파와 만나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충돌하거나 합쳐지는 속도가 변하는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이다.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이뤄진 지 100년 뒤 미국 소재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가 2015년 9월 14일 직접 탐지해 2016년 2월 첫 발견을 발표했다. 한국 연구자 14명도 라이고 국제협력단에 포함돼 있어 당시 한국에도 큰 화제였다. 
 이후 중력파로 우주 탄생의 비밀을 탐색하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렸다. 중력파 검출에 공을 세운 물리학자 3인은 발표 이듬해인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중력파는 인류에게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망원경을 제공한 것과 같다. 중력파가 빛과 달리 모든 물질을 통과하면서도 통과하는 물질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파로 초신성 폭발, 블랙홀 충돌 등 극한 우주 현상도 관측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중력파 검출 전부터 중력파 연구에 참여했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재학 시절 서프(SURF·Summer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 프로그램으로 중력파와 처음 만났다. 서프는 칼텍이 여름방학 기간 학부생에게 대학원 연구실에서 실제 연구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교수는 "연구실에서 라이고에서 거울을 매다는 장치인 '서스펜션(suspension)'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는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1999년 완공된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각각 있는 길이 4km에 이르는 L자형 진공터널 형태의 장비다. 같은 광원에서 나온 레이저를 분리시켜 다른 방향으로 보낸 후 다시 거울로 반사시키고 한곳으로 모아 간섭을 일으켜 미세한 파동의 변화를 감지한다. 100년간 중력파를 관측하지 못했던 이유는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파 파동의 세기가 매우 약한 데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잡음의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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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본 ‘고급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각각 설치된 길이 4km의 ‘L’자형 진공터널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4598xfbe.jpg" data-org-width="599" dmcf-mid="q3Fqn4f5e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4598xfb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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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본 ‘고급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각각 설치된 길이 4km의 ‘L’자형 진공터널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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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파 검출은 일종의 '잡음과의 싸움'이다. 우리 주변은 잡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진, 바람 같은 지구의 지진·지표 운동, 전자장의 기계음, 광자·레이저 관련 양자 요동 등 다양한 잡음으로 요동친다.
 특히 '열 잡음(Thermal noise)'이 주요 문제다. 상온에서 모든 물질은 진동한다. 인지하지 못하지만, 물질은 열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자·분자 등 입자가 계속 열 진동(브라운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미세한 잡음이 중력파 검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라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의 핵심 임무는 잡음을 줄이는 것이다. 
 이 교수가 참여한 연구실은 라이고에 들어가는 거울을 매다는 얇은 유리 섬유에서 발생하는 열 잡음을 물리학적으로 줄이는 연구를 했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라이고에 적용됐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늘 꿈꿨고 우주가 멀게만 느껴졌지만 지구에서 하는 물리학 연구로 우주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구에서 하는 작은 실험이 우주의 진화를 밝힐 수 있다는 점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력파에 매료된 이 교수는 2019년 중력파 연구로 유명한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연구를 이어가 박사학위를 땄다. 
 글래스고대 시절, 중력파가 검출됐다. 당시 심경을 물어보자 이 교수는 손바닥을 입에 살짝 갖다대며 "너무 벅찼다"고 언급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일이지만 막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믿기지 않았다. 이후 여러 번 검증이 됐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믿게 돼 그야말로 학계는 축제 분위기였다"며 "라이고 과학협력단으로부터 중력파 검출 소식이 발표 전까지 알려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며 회상했다.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부터 특정 질문 이상은 다른 전문가에게 전달해 물어봐야 한다는 지침이었다. 
 이 교수는 중력파 검출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됐다는 점이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듣고 자란 학생으로서 의미가 컸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관측장비로 볼 수 없었던 곳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당시 벅찼던 감정을 이어가고 싶어 2019~2020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스탠포드대에서는 라이고 거울의 코팅 소재의 열 잡음을 줄이는 연구를 했다. 
 ● 수개월 간 악몽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이던 2020년 이 교수는 성균관대에 부임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한국인들이 있었지만 한국 중력파 연구는 대부분 라이고에서 나오는 데이터 분석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중력파 실험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중력파 연구는 라이고에 들어가는 장비를 연구하고 실험해 잡음을 더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력파 첫 검출 이후 현재까지 관측된 중력파가 300개가 넘는다. 이제는 중력파 발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몰랐던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중력파의 '질'이 중요해졌다.
 이 교수는 "잡음을 줄이면 더 멀리서 오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고 중성자별 충돌을 뚜렷하게 암시하는 중력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노이즈를 줄이고 또 줄여 초기 우주에서 온 중력파 신호를 잡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한국에서 라이고 거울 코팅 연구를 계속하면서 그의 성균관대 연구실이 중력파 연구의 최전선 중 하나가 된 셈이다. 이 교수는 잡음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라이고 거울 코팅 소재와 코팅 방법을 찾고 있다. 이 교수가 성균관대에 부임하자마자 중력파 실험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여러 학생이 공부해 보고 싶다고 문을 두드렸다. 정부 우수신진과제에 선정돼 3년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연구실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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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한국 연구 환경에 대해 설명하는 이 교수.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5840qxza.png" data-org-width="680" dmcf-mid="BxGcHOsde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5840qxza.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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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연구 환경에 대해 설명하는 이 교수.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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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가 한창이던 2024년 이 교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수신진과제에 다시 신청했지만 탈락한 것이다. R&amp;D 예산 삭감으로 정부지원 과제수가 확 줄면서 과제로 선정되지 못했다. 
 "정말 너무 무서웠습니다. 제 실험은 못한다고 쳐도 함께한 학생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괴롭더라고요. 학생들 월세비는, 밥값은 다 어쩌지라는 생각에 거의 매일 악몽을 꿨어요. 학생들 앞에서는 담담한 척 했지만 속은 지옥이었어요. 해외 동료연구자들도 너무 안타까워했어요. 당시 스탠퍼드대 지도교수는 'R&amp;D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정 힘들면 우리가 외부 연구비를 끌어서라도 지원해줄게'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이 교수 연구는 그 해 9월 정부 중견연구과제에 선정되며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연구 중단 위기를 극복한 그의 연구실은 최근 해외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전 세계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최근 라이고 과학협력단은 라이고 거울 코팅 소재를 바꾸는 대규모 작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적용한 거울 샘플이 테스트 결과 잡음이 그 전보다 많이 잡혔다.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 연구단이 샘플을 분석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 교수 연구실이 샘플을 받아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샘플의 코팅층 사이에 미세한 빈 공간(보이드)가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제작 공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결함이 잡음을 더 높였던 것이다. 나노미터(nm) 수준의 분해능을 갖고 있는 TEM은 시료 내부 구조의 형태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유일한 분석과학 연구 장비다.
 이 교수는 "연구실이 한국의 유일한 중력파 실험 연구 그룹이지만 초기 단계라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당당히 연구결과로 이름을 알렸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덕분에 라이고 국제협력단은 다시 거울 샘플을 만들고 있다. 
 ● "지금도 지원 끊길까 불안"
 중요한 연구결과를 냈고 논문 작성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이 교수는 연구비가 끊길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일단 중력파 연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적다. 이 교수가 연구를 이어갈 과제를 찾기도 어렵고 연구를 지원해줄 장비도 부족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TM 샘플을 만들 역량이 충분한 기업도 학계 TM 샘플 제작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 쉽게 나서지 않는다. 
 이 교수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연구의 핵심인 TEM을 사용하기 위한 절차도 복잡하고 연구 조건을 맞춰줄 TEM을 찾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대형 기초과학 프로젝트는 호흡이 긴 만큼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실에는 5명 석·박사과정생과 학부생·인턴 등 약 10명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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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연구에 한창인 이 교수 연구실 학생들. 이 교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7078bbtg.jpg" data-org-width="680" dmcf-mid="bGseOag2i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3/dongascience/20250923174747078bbtg.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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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에 한창인 이 교수 연구실 학생들. 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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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수는 지금이 중력파 연구 등 여러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국이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 기초과학 분야 R&amp;D 예산을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라이고 2개 중 1개를 폐쇄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그는 "미국 중력파 연구계 분위기가 최근 좋지 않고 미국 기초과학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한국이 중력파 연구에 장기적인 규모로 투자하고 연구를 이어가면 전세계 연구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확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력파 연구는 현재 '갓난아이' 단계며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중력파 연구의 잠재력이 높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 10일에도 라이고가 올해 1월 포착한 신호를 분석한 연구자들이 '블랙홀이 질량과 스핀으로만 규정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블랙홀 2개가 합쳐질 때 사건의 지평선 면적은 줄지 않는다는 스티븐 호킹의 '면적 정리'에 대한 가장 뛰어난 관측상 증거를 제시해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제 막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망원경이 나온 것으로 아이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최소 수십 년 동안 해야 할 연구가 무궁무진하며 우주 탐사는 우주로 나가지 않아도 지구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수원=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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