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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인터뷰]연상호가 2억원으로 할 수 있는 것

온카뱅크관리자

2025-09-17 05:56:5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제작비 약 2억원…영화 '얼굴'로 새 시도 "투자 못 받아 직접 돈 대서 만들기로 해" 2주만에 촬영 종료 "이 방식 너무 재밌어" "영화가 반드시 웰메이드일 필욘 없더라" "창피 당할까 두려웠지만 그래도 도전해" 구로사와 기요시, 에드워드 양 연출 참고 "한국영화 제작 다른 형태 진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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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연상호(47) 감독이 2020년에 내놓은 영화 '반도' 제작비는 약 200억원이었다. 연 감독의 실사 영화 데뷔작인 '부산행' 제작비만 해도 약 120억원.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2024)은 시즌 2개 제작비가 각 15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연 감독은 영화나 시리즈를 만들 때 돈 꽤나 만져가며, 규모로 달성할 수 있는 스펙터클을 충분히 즐겨본 연출가였다.
 연 감독이 지난 11일 내놓은 새 영화 '얼굴' 제작비는 약 2억원이다. 촬영 기간은 2주가 채 안 된다. 독립영화 중에서도 작은 규모다. 그런데 이 작품이 거둔 성과는 여느 상업영화 못지 않다. 우선 157개 나라에 팔렸다. 이것만으로도 제작비를 넉넉히 회수했다. 지난 14일 폐막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토론토영화제는 칸·베를린·베네치아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불린다. 그리고 국내 개봉 닷새째 관객수 35만명을 넘겼다. 이 작품 제작비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지난 15일 만난 연 감독은 "이런 작업에 중독될 것 같다. 현장에서도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정말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에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들 임동환이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처음 본 이모들에게 정영희에 관한 알 수 없는 말을 듣게 되고, 어머니 흔적을 찾기 시작하면서 갖가지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박정민이 젊은 임동환과 아들 임영규를 연기했고, 권해효·신현빈·임성재 등이 출연했다.
 '얼굴'은 연 감독이 2018년 내놓은 동명 그래픽노블이 원작이다. 다만 연 감독은 '얼굴'은 그래픽노블로 만들기 전에 이미 대본으로 존재했던 작품이었다고 했다. "써놓고 참 뿌듯한 작품이었요. 당시엔 '내가 이런 걸 쓰다니'라고 생각하기도 했죠.(웃음)" 연 감독은 영화화를 원했지만 투자가 되지 않았다. 수 차례 시도에도 영화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일단 그래픽노블로 선보였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영화화에 도전했으나 그때마다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아무래도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이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두 가지 정도였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유튜브를 참 많이 봐요. 얘네가 보는 영상 콘텐츠를 보면 저도 참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퀄리티는 썩 좋지 않죠. 유튜브 영상이니까요. 그런데도 참 좋아한단 말이죠. 제가 거기서 위기감을 느꼈어요. 영화는 반드시 웰메이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저를 본 거죠. 웰메이드가 아니어도 재밌으면 보는 시대이니까요. 두 번째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을 때였어요. '얼굴'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1시간 짜리 영상을 저와 아내가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봤어요. '그것이 알고싶다' 한 회 제작비 역시 영화 제작비보다는 훨씬 적겠죠. 그런데 영화는 유튜브 영상과 '그것이 알고싶다'와 경쟁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아내에게 '얼굴'에 관한 얘기를 하니까 '그럼 네 돈으로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충동적으로 시작한 겁니다.(웃음)"
 규모를 최소화한 초저예산 영화, 자본에서 독립이 된 영화를 만들겠다는 연 감독의 시도에 공감하고 동의한 배우와 스태프가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 프로젝트는 본격화했다. 배우 박정민처럼 대부분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하기로 했고, 20명 남짓한 스태프는 최소한의 일당만 받으면서 일했다. 대신 연 감독은 '얼굴'의 수익을 참여한 이들에게 분배하겠다는 계약서를 썼다. 연 감독은 수익 배분에 대해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와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면서도 "참여해준 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면 1000만 관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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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두려웠어요. 재연 드라마처럼 나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죠. 그런데 창피 당할 걸 두려워 하는 저를 보면서 이런 모습 자체가 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꼭 해야겠더라고요. 게다가 합류하는 배우·스태프들이 가진 능력을 보니까 걱정이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연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땐 아무리 적어도 50회차, 많을 땐 80회차까지 촬영해봤다고 했다(회차는 촬영일수를 말한다). 인건비는 최소화해놨으니 제작비를 줄이려면 촬영 회차를 최소화해야 했다. 그렇게 짜낸 일정이 13회차였다. "정확히는 12.5회차입니다. 마지막 날엔 반나절 촬영하고 회식했거든요.(웃음)" 촬영 기간을 압축하기 위해 연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나 에드워드 양 감독 영화를 많이 봤다고 했다. "두 감독님 모두 최소한의 것들로 최대한 영화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분들이니까요."
 한 가지 난관은 '얼굴'이 현대극이면서 동시에 시대극이라는 점이었다. 정영희의 전사(前史)가 드러나는 부분은 1970년대. 그 부분을 빼고 영화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이 됐죠." 연 감독은 이번에도 선배 영화인의 선택을 참고했다. 최양일 감독이 2004년에 내놓은 '피와 뼈'. "'피와 뼈'는 긴 세월을 골목길 한 곳의 변화로 모두 표현해냅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골목길 하나를 세팅했고, 공장 내부는 실제 공장을 섭외해 밤에만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얼굴'은 다층적이다. 괴물 같이 못생겼다는 한 여자의 사연을 발굴해 그 비밀을 드러내 보인다는 식의 장르적 요소가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고도 성장과 뒤엉켜있는 빛과 그림자가 있으며, 한 인간이 일생을 바쳐 매진한 일에 얽힌 미와 추가 있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 똬리를 틀고 앉아 도무지 비켜 날 생각이 없는 편견과 억압도 있다. 결코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 감독은 "호불호가 있다는 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라고 했다.
 "최근까지 십수년 간 한국영화는 최대한 호불호를 줄이려고 했습니다. 모난 데를 깎아서 둥글둥글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전 그게 좀 재미가 없어요. 뭐랄까, 모난 데가 있고 울퉁불퉁해야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것 또한 있는 법이거든요. 이제 바뀔 때가 됐죠.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점점 팬덤화되고 있습니다. 팬덤은 뾰족한 데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겁니다." 연 감독은 '얼굴'의 제작 방식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영화는 현재 다른 형태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장 상황에 직면했다"며 "국내 투자·배급사 역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식이 분명히 있다. '얼굴'의 모델이 정답은 될 수 없지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또 만들긴 어렵죠. 너무 많은 양해가 필요하니까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해요. 제작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인데, 인건비를 줄이는 덴 한계가 있죠. 예산을 감축하려면 결국 촬영 회차를 줄여야 하더라고요. 더 압축적이야 하죠. 물론 이런 생각들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시도든 일단 해보는 겁니다." 연 감독 차기작은 배우 전지현과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영화 '군체'다. 이 작품은 제작비가 최소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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