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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어요… 목표는 아시아 1위”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6
2025-09-08 00:06: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스포츠인] 불모지 오픈워터스위밍 간판 박재훈 선수</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5/2025/09/08/2025090718000499399_1757235604_1757222921_20250908000625301.jpg" alt="" /><em class="img_desc">박재훈은 지난 7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바다 위 마라톤’이라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을 꾸준히 해왔다. 경기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 국제수영연맹 제공</em></span><br>휘슬 소리와 함께 60여명의 선수들이 일제히 바다로 뛰어든다. 서로의 팔이 엉킨 채 일렁이는 파도를 가른다. 레인도 없는 바다 한복판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다른 선수의 팔꿈치와 뒤꿈치에 몇 대 얻어맞아도 아무렇지 않게 나아가야 한다. 7㎞가 넘어서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로지 3㎞ 뒤 터치 패드 하나만 바라보고 간다. 순위가 괜찮다 싶으면 마지막까지 짜낼 힘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내 도착하지도 못하는 시합이다.<br><br>오픈워터 스위밍의 박재훈(25·서귀포시청)은 7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첫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런 그에게 ‘선구자’란 타이틀도 붙었다. 박재훈은 “부담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제겐 많이 특별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먼저 갔고, 누구보다 오래 하고 있어서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br><br>‘바다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는 5㎞, 10㎞를 수영장이 아닌 바다나 강, 호수에서 헤엄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2시간 가까이 파도를 가르며 극한 한계에 맞선다. 과거 25㎞ 경기는 장장 5시간이 걸렸다. 레이스 중반 코치가 장대 끝에 음료를 매달아 건네면 선수들이 낚아채 마시는 장관도 펼쳐진다. 단순한 지구력 싸움이 아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파도와 유속 등 온갖 변수를 극복해내야 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5/2025/09/08/2025090718000599400_1757235605_1757222921_20250908000625388.jpg" alt="" /><em class="img_desc">오픈 워터는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수분 보충이 필수다. 박재훈이 경기 도중 음료를 마시는 장면. 국제수영연맹 제공</em></span><br>박재훈은 7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주 6일 훈련을 하는 그에겐 월요일이 가장 산뜻한 날이라고 했다. 한주가 흘러갈수록 훈련 강도도 높아진다. 일반인들에겐 50m, 100m도 버겁지만 1500m를 17분30초 사이클로 3바퀴, 100m를 1분10초 사이클로 100바퀴 도는 등의 훈련을 반복한다. 여름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물속에서 더위를 이기는 법도 익힌다. 시합을 앞둔 때엔 훈련이 끝나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녹초가 된다.<br><br>장거리 경영 선수였던 박재훈은 자신감 하나로 오픈워터에 뛰어들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가 광주에서 열리며 처음 오픈워터 선발전이 열렸다. 호기심에 나섰던 그는 덜컥 태극마크를 달았다. 모든 게 처음인 종목이었던 만큼 대한체육회 정식 국가대표도 아니었다. 그가 메달리스트가 된 이듬해에야 오픈워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2019년부터 4명 남짓한 대표팀을 쭉 지킨 건 박재훈이 유일하다.<br><br>박재훈에게도 첫 바다수영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싸움이었다. 바닥은 보이지 않았고, 파도의 센 물살에 방향을 잡기도 어려웠다. 박재훈은 “처음엔 ‘그냥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패기를 가득 담고 입수했다. 지금은 걱정도 조금 있고, 경기 중 해야 할 것들을 거듭 생각하면서 물에 뛰어든다”고 말했다.<br><br>꾸준함으론 우리나라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오픈워터에 있어서 박재훈은 스스로 그만둘 때까진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1.66㎞를 6바퀴 도는 10㎞ 종목에서 첫 번째 바퀴부터 마지막 바퀴까지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그의 강점이다.<br><br>그런 그도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2022년 코로나19로 아시안게임 개최가 1년 미뤄졌다. 아시안게임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터라 당혹감도 컸다. 여기에 강도 높은 훈련을 잘 버텨냈음에도 마음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기록이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잃었고, 결국 은퇴 얘기를 꺼냈다.<br><br>그를 다잡아준 건 2019년부터 함께한 스승 신동호 서귀포시청 감독이다. 당시 신 감독은 “네가 제일 사랑하는 오픈워터다. 국가대표 선발전만 한 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은퇴하자”고 다독였다. 자질이 충분한 제자가 수영을 그만두는 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신 감독의 예상대로 박재훈은 선발전에서 국내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5/2025/09/08/2025090718000699401_1757235606_1757222921_20250908000625522.jpg" alt="" /><em class="img_desc">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오픈워터에서 박재훈이 동메달을 따낸 뒤 신동호 감독과 함께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동호 감독 제공</em></span><br>1년 뒤 박재훈은 스승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며 웃었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 경기에 나선 그는 마지막 바퀴에서 3명을 따라잡는 역전극을 펼치며 동메달을 따냈다. 박재훈은 “스무 살, 스물한 살 철부지였던 저를 잘 키워주셔서 감독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br><br>어느덧 대표팀 큰오빠가 된 그는 인터뷰 내내 책임감을 내비쳤다. 그는 “제 다음에 하게 될 선수들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옆에서 그를 지켜봐 온 신 감독은 “오픈워터에선 자기가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것 같다. 대표팀 여자 선수 둘이 고등학생인데 큰오빠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긴다”며 “모든 면에서 나무랄 게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br><br>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잘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지만 기회가 많지 않다. 국내에선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실상 선발전뿐이다. 대한수영연맹이 지속해서 투자하곤 있지만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아온 강국들에 비하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박재훈은 “상위권 유럽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알고 같이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털어놨다.<br><br>힘든 시기도 찾아왔다. 금메달 재도전을 목표로 삼았던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오픈워터 종목이 제외됐다.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박재훈은 “아시아 1위란 목표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더 멀리 LA올림픽을 바라본다. 특히 올해 싱가포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설된 3㎞ 녹아웃 스프린트 경기를 잘 풀고 와 기대감을 높였다.<br><br>그를 다시금 바다로 이끄는 건 역시 선구자란 책임감이다. 신 감독은 박재훈에게 “오래 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신 감독은 “오픈워터 선구자라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동안 오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br><br>박재훈도 “이제껏 힘들었던 구간이 많이 있었지만 그걸 버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일상은 늘 고된 훈련뿐이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시합을 준비하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계속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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