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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북극곰, 인간이 배출한 수은의 종착지

온카뱅크관리자

2025-08-09 0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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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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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곰과 바다표범 등 그린란드 동물의 몸속 수은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6월 12일 덴마크 공동연구팀이 충격적인 연구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들의 체내 수은 농도가 최고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은 연구 전문가는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북극권 생물들의 체내 수은 농도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고대 중국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을 먹었다. 수은이 생명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금속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해는 수은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수은은 녹는점이 영하 38.8℃로 매우 낮아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있는데 이것이 금속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광택이 나는 은빛도 신성함을 더했다.
 과학은 오해를 풀었다. 수은은 오늘날 대표적인 독성 중금속으로 꼽힌다. 1950~1960년대 일본 미나마타 지역의 한 화학공장에서 버린 폐수로 바다 생물에 메틸수은이 축적되고 이를 장기간 섭취한 지역 주민들이 수은에 중독된 것을 계기로 수은 축적의 위험성도 널리 알려졌다.
 석탄을 연소할 때, 금을 채굴할 때, 아연이나 납, 구리 등을 제련할 때 수은이 방출된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서 수은 배출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배출량은 줄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3년에 발표한 수은 보고서(The Mercury: Time to Act report)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매년 무려 9000t(톤)의 수은이 대기로 방출됐지만 1970년대 이후 배출량이 차차 감소했다. 2015년대 이후 최근 수은 인공 배출량은 약 2220t으로 추산된다(국제 수은 평가 2018).
 ● 북극, 인간이 배출한 수은의 종착지
 수은 배출량이 줄고 인간은 수은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해졌지만 북극곰과 이빨고래같은 북극의 최상위 포식자에게 닥친 상황은 다르다. 북극은 지구 전체에서 수은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지구 곳곳의 산업 지역에서 배출된 수은의 도착지가 바로 북극이기 때문이다.
 7월 7일 서울에서 만난 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수은은 휘발성이 높아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인 데다가 쉽게 기화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원소 수은(Hg) 형태로 짧게는 수 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대기 중에 머물 수 있다.
 국제단체 극지 모니터링&amp;기록 프로그램(AMAP·Arctic Monitoring&amp;Assessment Programme)에서 2021년 발간한 AMAP 보고서는 "중위도에서 배출된 수은이 편서풍을 타고 고위도에 도달한다"고 설명한다.
 수은이 북극에 도달한다고 해서 북극 생물들의 체내에 바로 흡수되는 건 아니다. 기체 상태의 원소 수은은 산화 수은(Hg2+) 혹은 입자상 수은(Hg(P))(대기 중 수은화합물은 원소 수은, 산화 수은, 입자상 수은의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입자상 수은은 미세먼지 등 대기 중 입자 물질에 달라붙어 존재한다)으로 변해야 비나 눈, 바다, 토양 등으로 유입돼 생물이 흡수할 수 있다.
  "수은 산화는 성층권 상층부 혹은 해양 표면 근처에서 일어나는데 수은 동위원소를 분석해 보니 북극 생물 체내에 축적된 수은은 해양 표면 근처에서 산화된 거였습니다."
 권 교수는 2024년 8월 한승희 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와 함께 북극 수은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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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사진)는 2024년, 수은-202 동위원소를 분석해 북극 생물 체내에 축적되는 수은이 해양 표면에서 산화된 것임을 밝혔다. 과학동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9/dongascience/20250809080146615nayp.jpg" data-org-width="680" dmcf-mid="0fJnFTnbd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9/dongascience/20250809080146615nayp.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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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사진)는 2024년, 수은-202 동위원소를 분석해 북극 생물 체내에 축적되는 수은이 해양 표면에서 산화된 것임을 밝혔다.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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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표면 근처는 소금 에어로졸과 자연 산화제 입자와의 반응으로 수은이 산화되는 구역이다. 특히 브로민(Br)이나 염소(CI)같은 할로젠 원소들이 북극 대기 중에 있는 대표적인 자연 산화제다. 햇빛이 많아지는 봄철에 해빙이 녹으며 자연 산화제가 폭발하듯 늘어나는데 이때 수은이 대기 중 자연 산화제와 만나고 해양과 지표면 근처에서 산화된 수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산화 수은은 물에 잘 녹고 입자에 잘 붙는 성질이 있어 북극 바다에 쉽게 용해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대기 중의 입자상 수은 또한 해양 먹이사슬로 유입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입자상 수은을 먹이로 한다. 어류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어류는 오징어나 조개 등과 함께 바다표범과 벨루가의 먹이가 된다. 최상위 포식자, 북극곰은 바다표범과 벨루가, 물고기 등을 먹는다.
 과거 저위도와 중위도에서 방출된 수은이 대기로 북극에 유입된 뒤 생물에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변하고 이것이 먹이사슬을 타고 쌓인다. 북극곰의 몸이 수은의 마지막 종착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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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바닷물이 얼어서 생기는 북극 해빙은 가을에서 겨울철 발달했다가 봄과 여름철엔 줄어든다. 기후학계는 2030년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거라 예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9/dongascience/20250809080147916cwze.jpg" data-org-width="680" dmcf-mid="p7gNuHNfn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9/dongascience/20250809080147916cwz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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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물이 얼어서 생기는 북극 해빙은 가을에서 겨울철 발달했다가 봄과 여름철엔 줄어든다. 기후학계는 2030년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거라 예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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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빙이 사라지면 인간에게 되돌아올 수은
 수은 배출량은 분명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북극곰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6월 12일 덴마크 오르후스대, 코펜하겐대 등 공동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40년 넘게 수은 배출량이 감소했음에도 북극곰 체내 수은 농도는 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연구팀은 1983년부터 2024년까지 북극곰 근육 조직 내 수은-202 비율의 변화를 살폈다. 수은-202는 수은 동위원소 중 하나로 물고기보다 물범에 물범보다 북극곰에서 그 값이 높아지는 특징을 보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극곰이 섭취한 수은의 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도구다. 수은-202 축적은 40년 동안 인간이 배출한 수은의 영향으로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바다로 눈을 돌려 가설을 내놓는다. 연구에 참여한 루네 디츠 오르후스대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등에서 그린란드로 수은이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 최대 150년이 걸릴 수 있는데 이것이 현시점에서 북극 내 수은 농도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논문을 살펴본 권 교수는 "그린란드 동쪽은 대서양 순환 해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류에 의한 수은 운반에 관한 정확한 연구가 없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후위기는 북극의 해빙과 영구 동토층을 녹이고 있다. AMAP 2021 보고서에 의하면 북극 영구동토층에는 59만 7000t의 수은이 묻혀있다. 이는 북극 땅에 묻혀 있는 수은의 3분의 2에 달하는 양이다.
 2018년 미국, 스웨덴 등 공동연구팀은 기후위기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갇혀있던 이 수은이 지구 수은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 내 대량의 수은이 방출된다면 북극곰이 진시황제처럼 '수은 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을까? 권 교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직 확실하진 않아요.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플랑크톤 등이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는 수은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거든요. 기후위기로 해빙이 다 녹으면 자연 산화제 생성이 감소할 거라 대기 중 수은의 산화가 덜 일어날 수도 있어요."
 오히려 권 교수는 해빙이 완전히 녹고 북극이 더 이상 수은의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게 될 때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빙이 완전히 녹으면 그 많은 수은이 북극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그땐 북극에 있는 생물을 걱정할 때가 아니겠죠."
 수은은 배출하는 지역과 영향받는 지역이 달라 환경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언젠가의 '부메랑'을 예고한다. 인간이 수은으로부터 안전해졌단 것은 착각일지 모른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8월호, 북극곰 몸속에 수은이 쌓인다?
 [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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