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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 '반도체 코리아'를 닦다 [창간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 ⑮]

온카뱅크관리자

2025-08-04 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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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트리거 60' ⑮ 반도체 신화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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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병철 삼성 회장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돌아보고 있다. 1984년의 모습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18개월이 걸렸던 생산라인 건설을 삼성은 6개월 만에 해냈다. [사진 삼성전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28473buse.jpg" data-org-width="559" dmcf-mid="yT3MJ9Nfl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28473bus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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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삼성 회장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돌아보고 있다. 1984년의 모습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18개월이 걸렸던 생산라인 건설을 삼성은 6개월 만에 해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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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를 빼고 현재와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컴퓨터·스마트폰은 물론 클라우딩·인공지능(AI) 등등, 모두 반도체 없이는 꿈도 못 꿀 기술이다. 요즘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배경이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수출의 20%가 반도체다. ‘코스피200’ 주가지수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35%에 이른다. 한국은 특히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20년 넘게 지키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이 됐다.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할 때 ‘한국의 반도체 공급 파워가 협상의 지렛대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반도체 강국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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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라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날, 그들은 밤새워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의 지시를 받아서였다. 이 회장의 질문은 “반도체에 어떤 종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던 이들 중 하나가 나중에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윤우 전 부회장이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반도체가 있고,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있고, 또 용도에 따라 CPU·게임기용 등등이 있고. 밤새 표를 정리했는데 아침에 박정희 대통령 피살 소식이 들리는 거야. 그 무렵부터 이병철 회장님이 반도체 공부를 많이 하셨어요.” 
 박정희 정권에 마침표가 찍힐 무렵,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트리거는 이렇게싹트고 있었다. 삼성이 반도체와 처음 연을 맺은 것은 이보다 앞선 1975년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선구자인 강기동 박사가 한 해 전 세운 한국반도체(시계용 반도체 칩 등 생산)를 인수했다. 반도체 산업의 잠재력을 내다본 이건희 회장의 뜻이었다. 하지만 한국반도체는 계속 적자였고, 이때만 해도 삼성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 미래 먹거리를 찾던 이병철 회장도 반도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종 결단까지는 3년 넘게 걸렸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미국·일본 전문가를 비롯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의 다 들었다. 최고의 자료를 얻고자 무한히 애를 썼다. 장·단기 계획을 세워 매일처럼 검토에 검토를 거듭했다. 83년 2월 드디어 단안(도쿄 선언)을 내렸다.” 
 이건희 회장 “기술 보따리 장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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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1987년 8월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생산 3라인 기공식. 오른쪽부터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한 사람 건너 이윤우 부회장이다. [사진 삼성전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29727srfv.jpg" data-org-width="559" dmcf-mid="WskV6UdzW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29727srfv.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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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8월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생산 3라인 기공식. 오른쪽부터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한 사람 건너 이윤우 부회장이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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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회장은 구체적으로 ‘D램’이란 사업 방향을 정했다. 다음은 기술과 인재를 구할 차례였다. 국내는 물론 미국 반도체·컴퓨터 업계 전문가를 스카우트했다. 이건희 회장이 미국에 있는 한국인 두뇌들을 직접 만나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0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기술 보따리 장사를 했다”고 회고했다. 
 첫 도전은 64K D램이었다. 관계자들이 64㎞ 행군을 해가며 각오를 다졌다. 도쿄 선언을 했던 83년 말 64K D램이 나왔고, 이듬해 256K D램을 선보였다. 미국·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순식간에 좁혔다. 그러자 견제가 들어왔다.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를 싸게 팔며 삼성전자의 판로를 막았다. 그래도 이병철 회장은 투자를 계속해 생산 라인을 늘렸다. 이윤우 부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1, 2라인도 제대로 못 돌리는데 3라인을 지으라는 거예요. 요리 핑계를 대고 조리 꽁무니를 뺐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병철 회장님 전화가 왔어요. ‘내일 3라인 기공식 하라’고.” 
 이병철 회장이 밀어붙인 3라인 기공식이 87년 8월 열렸다. 공격적 투자가 맞아떨어졌다. 직후 세계적 컴퓨터 붐이 불면서 메모리 사업에 불이 붙었다. 반도체는 88년에만 3200억원 흑자를 냈다. 그간 누적적자(1600억원)의 두 배였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은 이 모습을 보지 못하고 87년 세상을 떴다.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타이밍론’을 펼쳤다. “반도체는 투자 결정이 빨라야 한다”며 합의·승인 도장 약 30개를 찍어야 했던 과정을 다 없애고 본인이 직접 결정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투자에 신중했던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은 배경이다. 물론 결정이 쉬운일은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은 사장단 회의 등에서 “최적의 투자 시기를 결정할 때는 피를 말리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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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초고속 메모리인 HBM은 기본적으로 D램을 쌓아 만드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5세대 16단 HBM 모형. [사진 SK하이닉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30975alfm.jpg" data-org-width="560" dmcf-mid="YH4G5IUlW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4/joongang/20250804050230975alfm.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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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 메모리인 HBM은 기본적으로 D램을 쌓아 만드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5세대 16단 HBM 모형. [사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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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회장은 ‘3단계 동시 개발론’도 내놨다. “1M D램을 개발할 때 그것만 하지 말고 4M, 16M 팀을 만들어라, 3단계를 먼저 가라. 계속 앞서가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기술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며 기업 문화도 바뀌었다. 리더가 방향을 정하면 초일류 인재들이 밤샘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삼성전자는 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그 후로도 ‘3단계 동시 개발’에 따른 신제품 개발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삼성이 20년 넘게 메모리 분야 1위를 지킨 배경이다. 지속적인 리더의 결단, 초일류 인재들의 헌신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 일군 성과였다. 
 그러다 2016년 최순실 사태가 터졌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에 불려 다니다 구속됐다. 2016년은 프로기사 이세돌과 AI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펼치며 AI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린 해다. 하필 그때 삼성전자는 ‘리더의 결단’에 공백이 생겼다. 
 “최태원 회장은 전문가 결정 믿고 밀어줘”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패권은 일단 SK하이닉스가 움켜쥐었다. 초고속 메모리인 HBM을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시작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미국 AMD의 제안이었다. ‘빵빵한’ 게임용 GPU를 만들 테니 아주 빠른 메모리를 개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게 2010년이었다. 관련 기반기술을 갖고 있던 SK하이닉스는 2015년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게임용 GPU는 너무 비싸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SK하이닉스는 HBM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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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HBM 개발을 시작한 2010년은 SK그룹이 인수하기 전이다.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던 때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HBM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HBM 개발을 이끌었고 훗날 CEO가 된 박성욱(사진) 전 부회장은 “워크아웃을 거치며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Q : 어떤 문화인가. A : “어려움을 겪으면서 협업하는 문화가 강해졌다. 연구개발자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토론한다. ‘D램 다음은 HBM’이라는 생각이 회사 전반에 자리 잡았다.” 
 Q : 2세대 HBM은 삼성전자에 뒤졌다가 3세대부터 다시 1등이 됐다. A : “뒤졌다는 사실에 과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개발자들의 자존심이 꿈틀댔다. HBM 자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 않았나. 결국 해냈다.” 
 Q : SK가 인수한 뒤 최태원 회장은 어떤 리더십을 보였나. A :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HBM을 밀고 나가는 것 같은 방향 설정은 사내 전문가들을 믿고 밀어줬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HBM 1위에 오른 원동력은 연구개발자들의 ‘집단지성 리더십’과 ‘집단 자존심’으로 요약된다. 
 한국은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 개인 리더든 집단 지성이든, 미래 제품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HBM을 선택했던 10여 년 전보다 반도체 기술이 한층 복잡하고 종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 과기부 장관)는 “이제는 개별 회사가 가능성 있는 기술을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과 학교·연구소를 연결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때 확보하는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재 확보는 어떨까.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에 있던 인재가 미국·중국으로 떠나고 있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회사들이 이 얘기를 새겼으면 한다. 며칠 전 미국 퀄컴 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100조원이 있으면 뭘 할 거냐고.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인재 끌어오는 데 쓰겠다’고.” 
 ※다음은 ‘첫 고유모델 승용차 포니’편입니다. 
 권혁주 기자 kweon.hyuk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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