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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낸드보다 큰 씨앗시장 한국 점유율은 1% 뿐

온카뱅크관리자

2025-03-12 17:37: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코로나·전쟁發 21세기 식량 위기 … 종자 산업 목숨거는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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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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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는 끝났다. 반도체부터 생필품과 농산물까지, 이제는 지역 공급망의 시대다." 뉴욕타임스의 경제 저널리스트 피터 굿맨은 최근 저서 '공급망 붕괴의 시대'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특히 식량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가장 취약한 자원이다. 유엔 산하 3개 국제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7억8300만명(2023년 기준)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1억2200만명이 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곡물 가격은 크게 출렁였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 지대'로 불릴 만큼 세계 곡물 공급을 책임지고 있었다. 전쟁 발발 이후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각국 정부는 식량을 비축하며 공급량을 줄였다. '식량 보호주의'가 심화되면서 여러 나라가 고물가로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 봉쇄와 두 개의 전쟁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세계는 서둘러 '식량 확보 전쟁'에 나섰다. 
 한국도 식량안보에 취약한 나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3년 곡물 자급률은 19.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자급률(100.7%)은 물론 이웃나라인 일본(27.6%)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먼저 '종자가 충분하다'라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요즘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 거의 모든 농업인은 종자 회사에서 종자를 사서 심는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농업인들에게 종자 회사가 개발한 종자는 필수에 가깝다. 종자 회사들은 맛있고 예쁜 품종끼리 계속 교배시켜 더 좋은 종자를 만들어 낸다. 육종 과정을 통해 당도가 더 높고, 모양이 예쁘고, 생산성이 좋고, 병충해에도 강한 품종들을 개발한다. 얼마나 빠르게 좋은 품종을 만들어 내는지가 종자 회사의 연구개발(R&amp;D) 경쟁력이다.
 종자 연구의 시초는 '멘델의 유전 법칙'으로 유명한 그레고어 멘델이다. 멘델은 완두콩을 직접 키우며 부모 세대의 형질이 어떻게 유전되는지를 발견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을 참고해 사람들은 좋은 품종끼리 교배시켜 더 좋은 품종을 만들어왔다. 종자 산업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전통 육종이다. 연구자들은 여러 품종을 직접 교배하고 재배해 우수한 종자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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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전통 육종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완성된 종자를 하나 얻으려면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식물을 여러 세대에 걸쳐 재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 정보가 담겨 있는 염색체는 쌍으로 존재한다. 부모로부터 하나씩 받아 만들어진 염색체 쌍은 서로 다른 유전 정보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 세대에서 두 유전자가 섞여 새로운 형질이 만들어진다.
 다만 완성된 종자가 되려면 세대를 거듭해도 종자의 우수한 형질이 계속 보존돼야 한다. 그래서 염색체 쌍의 유전 정보가 같아지기까지 육종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체로 6세대를 거듭해야 염색체가 동일해진다. 이를 '유전자 고정'이라고 한다. 육종 연구자들은 이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고민했고, 2000년대부터 분자 육종 기술이 등장했다. 분자 육종은 염색체와 유전자에 직접 개입해 좋은 종자를 만든다. 분자 육종은 오늘날 종자 회사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배가반수체 기술이다. 오늘날 신육종 기술에 해당하는 대부분 육종 기술이 분자 육종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특정 DNA 부분 절단 기술'로 불리는 SDN이다. SDN은 특정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유전체 내 특정 DNA의 결손·수정·삽입을 유도한다. 이러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1994년 DNA 이중나선절단에 관한 연구가 시초다. 당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슬로언-케터링 연구소의 루에 박사 연구팀은 DNA 이중나선이 손상되면 DNA가 자체적으로 복구하려는 상동재조합 과정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염기쌍 일부가 도입되거나 결손되고, 원하는 유전자를 넣어주면 유전자 편집까지도 가능해진다.
 분자 육종의 혁신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캐스9의 발명과 함께 나왔다.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가 2012년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발표하면서 유전자를 저렴하면서도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SDN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리스퍼-캐스9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쉽게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다.
 또 다른 분자 육종의 예시는 역육종 기술이다. 전통 육종에서는 염색체 쌍의 정보가 같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6세대 이상을 길러내야 했다. 역육종 기술을 이용하면 이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식물을 반수체로 만든 후 하나를 복제해 완벽하게 동일한 염색체 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염색체를 배가할 때 보통 콜히친이나 아산화질소 같은 화학 성분을 사용한다. 종자를 발아시켜 나온 잎을 콜히친 용액에 담근 후 씻어내고 심으면 염색체가 배가된 종자를 얻을 수 있다. 유전자 고정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종자 R&amp;D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였다.
 최근 종자 R&amp;D에서는 다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흐름에 맞춰 육종에 대해서도 데이터와 AI를 활용할 방법을 고안 중이다. 그렇게 탄생한 디지털 육종 기술은 종자의 유전 정보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식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도 시뮬레이션만으로 종자가 우수한지를 판별한다.
 디지털 육종은 분자 육종 기술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재윤 공주대 식물자원학과 교수는 "식물이 실제로 자라는 데 유전 정보 영향만 받는 게 아니라 수많은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한다"며 "디지털 육종은 환경 데이터까지 고려해 훨씬 정밀하게 종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육종 기술은 분명 유망하지만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56조원에 달한다. 연평균 4%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종자 시장은 다국적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다. 바이엘, 켐차이나, 코르테바, 바스프 등 네 기업이 4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크게 봐도 세계 10대 종자 기업이 전체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국가별로도 미국, 중국,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등 5개국이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한국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종자를 완전히 자급하는 품종은 벼, 고추, 배추, 무밖에 없다. 밥과 김치를 많이 먹는 한국 특성상 수요가 그나마 충분하기 때문에 종자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덕이다. 그 외에는 수요가 적어 국산 종자가 매우 부족하다.
 국내 시장도 작은 데다 업체들의 R&amp;D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종자 산업은 영세한 업체들이 파편화돼 있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한국의 종자업체는 2000여 개에 달하는 반면 종자 판매액은 6757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종자 회사는 R&amp;D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종자 판매액이 5억원 미만인 업체가 전체의 91.6%로, 대부분이 1·2인 기업이다. 전체 회사 중 수출 실적이 있는 곳은 50개 미만이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국내 시장을 여러 업체가 나눠 갖다 보니 경쟁력 있는 대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정부가 나서서라도 종자 산업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이 지적하는 건 정부의 민간 육종가 지원 사업이다. 국립종자원 등은 개인 육종가나 근로자 50인 이하 중소규모 종자 업체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박 위원은 "이런 지원 때문에 종자 회사들이 각자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회사가 있지만 국내 종자 회사들 간 인수·합병(M&amp;A)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박 위원은 "종자 회사들은 특성상 굉장히 보수적"이라며 "서로 가지고 있는 종자 기술이나 노하우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M&amp;A가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해외 글로벌 종자 회사들은 M&amp;A를 통해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다. 바이엘은 2018년에 660억달러로 몬산토를 인수했고, 켐차이나는 2017년 430억달러를 들여 신젠타를 인수했다. 바이엘은 한 해에만 R&amp;D에 13억달러를 들일 정도의 대기업이다. 전폭적인 R&amp;D와 M&amp;A로 해외 종자 회사들은 경쟁력을 키워 나가 격차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종자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23년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육종 등 신기술을 상용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10대 종자를 개발할 계획이다.박 위원은 "종합계획은 잘 나왔다"면서도 "문제는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자 R&amp;D 사업을 계획해도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자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민간이 못하는 R&amp;D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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