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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타이거 우즈의 빛과 그림자 이해하기

온카뱅크관리자

2025-02-25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2/25/0000048394_001_20250225040012495.gif" alt="" />지난 2월 16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스웨덴의 루드비그 오베리 선수(오른쪽)와 대화를 나누는 타이거 우즈. photo 뉴시스</div> 타이거 우즈가 주니어 시절에 당한 인종차별 이야기를 들으면 애처롭지만, 그에 대처하는 그의 태도는 강인하고 의연했다. 1980년대에 많은 미국의 골프클럽에는 유색인종 클럽하우스 입장불허가 있었다. 골프대회 참여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로커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때, 타이거 우즈는 자동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곳 골프클럽의 정책이 그렇다고? 좋다. 내게는 두 가지 질문만 있을 뿐이다. 첫째 질문은 티샷 박스가 어디냐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이곳 골프코스 최저타 기록이 얼마냐는 것이다. 복잡할 것이 없다. 간단하다." 타이거 우즈가 인종차별과 싸운 방식 타이거 우즈는 경기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트로피 수여만은 클럽하우스 밖에서 이루지거나, 시상식 자체가 클럽하우스 밖으로 옮겨 진행되기도 했다. 어릴 적 당한 차별은 그를 삐뚤어지게 할 수도 있었고, 복수심을 쌓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골프를 대표하는 모범적인 선수로 자랐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다. 우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별에 대해 분노했지만, 아들에게 "네 실력으로 세상을 바꾸면 된다"라고 말해 주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그의 정신적 강인함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얼 우즈는 미국 육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엄격한 군사적 규율에 따라 타이거를 훈련시켰다. 극한 경기 상황에서도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지난 2월 4일에 세상을 떠난 타이거 우즈의 어머니 쿨틸다 우즈는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태국 출신인 그녀는 타이거에게 엄격한 방식으로 인내심을 가르쳤다. 덕분에 타이거 우즈는 골프코스 안과 밖에서 겸손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타이거 우즈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심어준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어머니가 강조한 규율과 자기 통제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2/25/0000048394_002_20250225040012534.gif" alt="" />1997년 6월 웨스턴 오픈에서 우승한 후 어머니 쿨틸다 우즈와 활짝 웃고 있는 타이거 우즈. photo 뉴시스</div> 타이거 우즈의 압도적 기록들 타어거 우즈가 골프를 지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기록을 수치로 볼 때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그의 압도적인 기록을 몇 가지만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는 683주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이는 13년 2개월에 해당한다. 그렉 노먼의 331주의 두 배 이상 되는 압도적 기록이다. 둘째, 그는 1998년과 2005년 사이에 142개 대회 연속으로 컷을 통과했다. 골프의 속성을 잘 아는 골퍼에게는 특히 놀라운 기록이다. PGA투어에서 앞으로도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진다. 셋째, 그는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는 아니지만 2000년에 US오픈, 디오픈, PGA 챔피언십을, 2001년에 마스터스를 연달아 우승했다. 이를 타이거 슬램이라고 하는데, 어느 선수도 이런 기록에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 넷째, 그는 메이저대회 역사상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US오픈에서 2위를 무려 1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디오픈 초창기인 1862년에 톰 모리스가 13타 차 우승을 달성한 적이 있지만, 현대 골프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록이 타이거 우즈에 의해 쓰여졌다. 다섯째, 그는 2000년 20개 대회에 출전해 3개의 메이저대회를 포함하여 10승을 달성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섯째, 1997년 21세의 나이로 마스터스를 우승했다. 그는 최연소 마스터스 우승자며, 최초의 유색인종 우승자였다. 2위와의 12타 차이는 역대 최대 격차였다. 이러한 기록을 수없이 열거할 수 있지만 기록보다 중요한 점은 최고의 위치에 있는 동안 그는 교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골프의 아이콘이었다는 사실이다. 골프코스 안에서 그의 경기력과 승리방식은 골프선수들에게 완벽한 모범이었다. 골프코스 밖에서는 골프를 대중화하고 저변을 확대한 아이콘이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골프가 가지고 있지 못하던 인종적 다양성을 상징했고, 많은 유색 인종 골퍼에게 영감을 주었다. 2009년 이전까지 타이거 우즈는 모범적인 사생활과 함께 완벽한 공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스캔들이 전혀 없는 '완벽한 패밀리맨' 이미지였다. 부모님이 강조했던 겸손, 자기관리, 도덕성을 두루 갖춘 선수로 보였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페르소나와 그림자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분석했다. 융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사회 속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우리는 사회적 규범에 맞춘 페르소나(가면)를 쓰게 된다.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에서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가에 따라 형성되는 '외적 자아'다. 얼핏 생각하면 페르소나(Persona)가 사람을 뜻하는 퍼슨(person)에서 파생된 단어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반대다. 페르소나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연극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뜻하는 단어였고, 고대 프랑스어와 중세 영어를 거쳐 오늘날의 'person'이라는 단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며, 그 가면이 곧 인간됨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2/25/0000048394_003_20250225040012815.gif" alt="" />2017년 10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후 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타이거 우즈. photo 뉴시스</div> 일순간 무너져내린 모범적 사생활 타이거 우즈의 페르소나는 '완벽한 골프 천재'였다. 그는 강인하고, 흔들리지 않고, 압박 속에서도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 칼 융의 이론에 따르면, 페르소나가 너무 강하면 인간은 자신의 그림자(Shadow)를 억누르게 된다. 타이거 우즈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사회의 기대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억누르고 있던 그림자가 폭발하는 순간을 2009년에 맞이했다. 10명이 넘는 여성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이 탄로나면서 그의 가정적인 남자 이미지는 무너졌다. 이중적인 삶, 호색한, 성도착증과 같은 단어가 그를 대표하게 되었다. 칼 융은 "페르소나가 너무 강하면 그림자가 폭발한다"라고 말했는데, 타이거 우즈는 그에 대한 완벽한 예시처럼 보였다. 소셜미디어에는 실제보다 신중하고 배려심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는 온화하고 배려심이 많은데, 소셜미디어에서는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도 있다. 온라인에서 강한 주장을 펼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라는 특정 환경에 맞춘 페르소나일 수도 있고, 무의식에서 올라온 그림자의 발현일 수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가명을 사용하고, 가명의 틀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과감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현상을 볼 때면 오프라인의 페르소나가 본성에 가까운 것인지, 온라인의 페르소나가 본성에 가까운 것인지, 온라인에 등장하는 그림자의 발현이 본성에 가까운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가진 어느 유명인이 있고, 그가 음주운전을 하여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줄 알았어. 너라는 인간의 이중성이 가증스럽다'와 같은 비난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가정적이고 배려심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가 소셜미디어에 가계정을 활용하여 음담패설과 타인에 대한 험담을 즐기는 것이 드러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자. 저런 자는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야 해'라는 비난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칼 융에 의하면 페르소나와 그림자 중에 어느 것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체로서 자신(Self)이라는 것은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남성에 있는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에 있는 남성성) 등이 통합된 것이다. 페르소나는 가면에 불과하고 그 이면의 그림자가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 오류에 빠지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환호하면서 비판하게 된다. 그러나 페르소나도 그 사람의 일부, 그림자도 그 사람의 일부다. 그중 하나가 진짜이고, 하나가 가짜인 것이 아니다. 둘 중 하나가 더 본질적인 것도 아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표현하지 않았을까? "산의 한 부분이 황홀할지라도, 전체를 내려다볼 때 그 경관이 언제나 훌륭한 것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시점과 각도에서만 사람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을 전체로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가 불완전하고, 복합적이며, 거칠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러한 존재이므로, 그를 이상화하는 것은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단점이 나타났다고 해서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페르소나와 그림자도 그의 일부다 타이거 우즈는 단순한 골프선수가 아니다. 그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때때로 그의 실수와 논란을 이야기하면서 골프에서 이루어낸 그의 성취를 간과하려는 골프팬도 본다. 타이거 우즈는 실수를 했고, 골프선수로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많은 장애물을 극복했으며, 누구보다 골프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 우리는 그의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모두 그의 일부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대차와 함께 PGA투어 시그너처 이벤트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매년 개최한다. 올해에도 선수로 참여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시상식에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가 설립을 주도한 시뮬레이트 골프리그인 TGL(Tomorrow's Golf League)은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골프의 아이콘이라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골프를 위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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