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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떠났거나 쫓겨났거나'... 8년만에 맞붙는 안양-서울 '연고지 더비'

온카뱅크관리자

2025-02-21 17:52:00

안양-서울 갈등으로 돌아본 K리그 연고지 변천사<table class="nbd_table"><tbody><tr><td><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5/02/21/0002463463_001_20250221175211615.jpg" alt="" /></td></tr><tr><td>▲ &nbsp;2017년 당시 FC 서울과 FC 안양의 경기 포스터</td></tr><tr><td>ⓒ FC서울, FC안양</td></tr></tbody></table> FC서울과 FC안양, 서로의 팬덤간에 오랜 시간 이어져온 '연고지 정통성 논쟁'으로 대립해왔던 양 팀이 마침내 K리그1에서 역사적인 첫 맞대결을 펼친다. 양팀은 오는 2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K리그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양팀간 연고지 갈등의 기원은, K리그 태동기의 혼란과 관련되어있다. K리그는 1983년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범했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FC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황소'가 창단되어 리그에 합류했다. 당시 K리그는 광역 연고제를 표방했고, 럭키금성은 창단 초기 대전-충청 지역이 연고지로 결정됐다. 사실 본래 럭키금성이 처음부터 원한 연고지는 서울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모든 구단들이 관중 동원과 홍보에 유리한 서울을 원하고 있었기에 연맹측에서 임의로 구단에게 연고지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당시만 해도 프로화 된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여서, 프로야구 KBO리그 출범 당시에는 호남 연고를 선택한 해태 타이거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서울 연고를 희망했었다. 이에 협회 측에서 OB베어스(현 두산, 서울)을 대전으로, 롯데를 부산으로 보내는 식으로, 연고지를 일일이 조율해야했다. 또한 K리그 초창기에는 리그 운영 방식이 현재처럼 연고 지역을 중심으로 홈-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단기 대회처럼 전 구단이 특정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사실상 연고지는 큰 의미가 없었다. 실질적으로 K리그에 진정한 연고지 개념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였다. 럭키금성은 1989년까지 청주-대전-천안 등을 돌며 충청도 지역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명목상 주 연고지는 대전이었지만, 마침 1988 서울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기장 대관 문제 등과 맞물리며 실질적으로 홈경기를 가장 많은 치른 곳은 청주였다. 럭키금성은 이 기간에도 꾸준히 서울로의 연고지 이전을 추진해왔다. 1990년부터 K리그에 '도시지역 연고제'가 도입된다. 럭키금성은 첫번째 연고지 이전을 통하여 마침내 그토록 원하는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된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모기업의 명칭변경(럭키금성-LG)에 따라 프로 축구단의 명칭도 'LG 치타스'로 바뀌었다. 다만 LG는 이 당시에도 일화 천마, 유공 코끼리와 함께 서울 연고를 공동으로 나누어야했기에 단독 주인은 아니었다. 세 팀간의 대결은 같은 홈구장의 이름을 따 '동대문더비'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동대문운동장은 국가대표팀 경기와 주요 대회 결승전까지 소화하느라 연간 최대 경기 횟수를 제한했고, 이로 인하여 LG은 서울팀인데도 홈경기보다 더 많은 지방순회 경기를 치러야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1995년 2월, 프로축구연맹에서 서울 연고지 구단들을 모두 없애는 '서울 연고 공동화 방안'이 전격 추진된다. 당시 한국축구계는 2002 한일 월드컵 유치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 축구 활성화와 인프라 활성화라는 명분이 필요했다. LG를 비롯한 서울 연고팀들은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이사회에서 다수결을 넘지못하고 강제로 쫓겨나야했다. 그렇게 LG가 새롭게 자리를 잡게된 곳이 바로 안양이다. LG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시즌간 안양을 홈으로 사용했다. 안양 시절은 LG의 중흥기이기도 했다. 초창기 강호로 군림했으나 1990년대 들어 기나긴 슬럼프를 겪고 있던 LG는 연고 이전 3년차인 1998년 창단 첫 FA컵 우승에 이어 2000년 K리그 우승, 2001년 슈퍼컵 우승 등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시 최대 라이벌로 꼽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맞대결은 '지지대 더비'로 불리우며 오늘날 '슈퍼매치(서울-수원)'의 전신으로 불릴만큼 K리그 최고의 흥행 라이벌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축구에 유난히 열정적이었던 안양 팬들의 호응은 뜨거웠다.1990년대 국내 최초로 홍염을 사용하고 깃발을 활용한 유럽식 응원전을 주도한 것이 LG의 서포터즈인 'A,S,U RED'였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로는 축구 열기를 등에 업고 서포터즈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LG가 K리그를 대표하는 인기구단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2004년, 안양과 서울의 역사가 둘로 갈리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LG의 '서울 연고지 이전'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축구계와 정치권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이자 대도시인 서울에 축구단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월드컵을 위하여 거액을 들여 건설한 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장기 활용 문제도 걸려있었다. 축구계와 서울시는 처음엔 신생구단 창단을 모색했으나 대기업들이 막대한 창단 비용에 잇달아 난색을 표시하며 모두 불발로 돌아갔다. 결국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기존 대기업 구단중에서 연고지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당시 연고지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구단은 안양과 부산 아이파크였고, 부산이 최종적으로 신청을 철회하며 2004년 3월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LG의 서울 연고 복귀가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연고지 이전과 함께 모기업이 2004년 LG와 GS로 분할을 시작하면서 GS가 축구단의 모기업이 도었고, 팀명은 지금의 FC서울로 변경되었다. 훗날 FC서울 측의 해명에 따르면 처음부터 안양을 떠나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며, 오히려 안양시의 약속 위반과 경쟁구단과의 격차가 연고지 이전에 더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당시 구단은 안양시가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해주겠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경기장 시설관리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안양의 라이벌이던 수원 삼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이라는 훌륭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적과 팬덤이 계속 향상되고 있는데 비하여, 당시 LG는 안양에서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다는게 연고지 이전을 결정하게 된 원인이이었다는 것. 다만 FC서울 측에서도 당시 연고 이전에만 쫓겨 성난 여론을 살피고 팬들을 납득시키려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양 팬들 입장에서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하루아침에 응원하던 팀을 잃어버리게 된 안양 팬들은 소통과 협의 없는 연고 이전에 크게 분노하며 FC서울과 프로축구연맹을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삭발 투쟁에 나섰고, 모기업인 LG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안양 서포터즈와 팬들은 연고지를 저버린 FC서울을 한동안 '북패'(북쪽 패륜아)라는 멸칭으로 부르게 된다. 이처럼 연고지 이전 정당성에 대한 공방은 아직도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FC서울 측은 본래 연고지가 서울이었고 안양 이전도 구단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쫓겨난 것이기에 '이전이 아니라 정당한 연고지 복귀'라고 강조한다. 반면 안양 측에서는 '복귀냐 이전이냐는 표현 상의 차이일뿐, 8년간 열렬한 응원하던 팬들과 지역을 '배신'했다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어쨌든 서울은 꿈에 그리던 연고지로 돌아온 이후 승승장구했다. 서울 연고로 자리잡은 이후에만 3회의 K리그1 우승, 1회의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2024년에는 홈경기에서 누적 관중 50만1091명을 기록, K리그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50만 관중'을 달성했고, 평균 관중에서도 2만7838명로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인기구단임을 입증했다 한편 안양은 '시민들의 힘'을 몰아 독자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 2012년 10월 안양 시의회에서 안양을 연고지로 하는 시민구단 창단 조례안이 통과되고, 이듬해 2월 마침내 'FC안양'이 창단되어 K리그2(2부리그)에서 닻을 올렸다. 구단 창단을 주도했던 서포터즈 RED도 FC안양의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안양은 K리그2에서 12시즌을 거치며 차근차근 경쟁력을 키워갔다. 2024시즌에는 K리그2 정상에 오르며 마침내 고대하던 창단 첫 1부리그 승격의 꿈을 이뤘다. 이러하 안양의 파란만장한 여정과 RED의 이야기는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lt;수카바티 극락축구단&gt;을 통해서 잘 설명되어있다. 안양이 1부리그에 승격하면서 마침내 서울과의 만남도 성사됐다. 두 팀은 그동안 리그가 달리 만날 일이 없었지만, 2017년 FA컵(현 코리아컵) 32강에서 유일하게 한 차례 격돌한 바 있다. 당시 안양 팬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며 경기 열기를 드높였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FC서울이 윤일록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하며 한 수 위의 전력을 입증한바 있다. K리그1에서는 첫 맞대결이자, 8년만의 맞대결을 앞두고 벌써부터 팬들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역시 우승후보로까지 꼽히는 FC서울의 우위가 예상된다. 다만 서울은 개막 1라운드에서 한 수아래로 꼽히던 제주 유나이티드에 0-2로 덜미를 잡히며 주춤했다. 반면 안양은 디펜딩챔피언 울산 HD를 개막전 원정에서 1-0으로 잡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승격팀의 저력을 과시했다. 양팀은 올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부터 감독들이 연고지 문제와 관련된 언쟁을 벌이며 기싸움을 펼친바 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이 "2004년 2월 2일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 이전하며 시민과 팬 분들에게 아픔과 분노를 자아냈다"고 먼저 선공을 날리자 김기동 감독이 "연고 복귀"라고 응수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22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양팀의 경기를 앞두고 홈과 원정팬을 포함하여 약 4만여명 이상의 대관중이 운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벌써부터 온라인과 SNS에서는 양팀의 역사적 악연을 조명하며 양측 팬덤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슈퍼매치나 현대가 더비 못지 않은 열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벌써 20년이 넘는 과거의 사건에 얽매여 양팀의 신경전이 과열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코리아컵 첫 대결 당시 일부 안양 원정팬들은 연맹에서 금지한 홍염과 연막탄을 반입하여 쏘아대고 상대 구단을 비하하는 멸칭을 응원 구호로 외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양팀 관계자들이나 선수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언행은 삼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K리그에서는 보다 다양한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라이벌 구도가 필요하다. FC서울과 FC안양의 맞대결은 그러한 흥행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과거의 악연에만 집착하여 벌어지는 원한과 증오가 바탕이 아니라, 이제는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에 기반하여 상대를 인정하는 건강한 라이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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